엊그제 수영을 다녀와서 펑펑 울었다. 방학으로 오랜만의 수강시간이었다. 약 열흘간 화순을 떠나있는 동안 하루도 자유 수영을 빠지지 않았다. 동네 수영장이 휴관인 광복절엔 공휴일에도 운영을 하는 다른 도시의 수영장으로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다. 오래 수영을 쉬었다가 감을 잃을까봐 걱정이 되기도하고 접영 연습을 실컷해보고 싶어서였다.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장소가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지적받을 걱정없이 내맘대로 접영을 연습했고 결국 레일 끝에서 끝까지 접영으로 완주해내고는 어찌나 뿌듯해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수영을 하고 화순에 돌아온 다음날 강습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그동안 갈고닦은(?) 접영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은 강습이 시작된 동시에 종적을 감추었다. 수강생들은 내가 결석한 사이 진도가 나간 '턴'으로 쉼없이 레일을 왕복하는 루틴을 시작했고, 살기위해 열심히 그들을 쫓았지만 나에게 쉼없는 왕복 수영은 무리였다. 결국 배영을 하다가 물을 먹고 숨을 못쉬는 긴급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영법을 멈추고 서서는 급한 마음에 살려달라는 제스처로 강사의 몸을 끌어안고 말았다.
그 후 남은 강습 시간은 혼돈과 당황의 시간이었다. 리듬이 바뀐 접영 발차기 훈련에 멘붕이 왔고 강사의 어떤 지시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했다. 맨끝에 서서 앞선 수강생들을 따라가다 결국 바닥에 발을 딛고 도망치듯 대열에 합류하기를 여러번, 물안경 속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게 느껴졌다.
그렇게 괴로웠던 50분의 수업 시간을 겨우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9월에 수강을 연장해야하나 심각하게 고민되기 시작했다. 더이상은 망신을 당하기도 싫고 수업시간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도 않았다.
집에 돌아와 서러운 마음에 엉엉 울었다. 하소연을 하는 나에게 친구는 코가 세배는 커졌다며 눈물콧물 짜느라 못생겨진 얼굴에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나중에 찍은 사진을 보니 좌절모드로 울고 있는 나의 모습이 짠하고 우스워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접영으로 의기소침한 와중 온라인으로 주문한 수영복이 도착했다. 내딴에는 큰맘먹고 산 과감한 디자인의 수영복과 용품을 착용해보고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가 했지만, 수영도 못하는 주제에 수영복에만 힘을 준다고 생각할까봐 도저히 수업시간에 입고갈 용기는 나지 않는다.
새벽반 수강생들을 만날 가능성이 적은 폐장 시간전 신상 수영복을 들고 수영장을 찾았다. 아는 얼굴이 없는 것에 안도하며 오늘도 안돼는 접영으로 조금씩 레일을 헤엄쳐 나갔다.
즐겁게 수영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접영을 배우며 좌절과 자기비하의 연속이다. 생각해보니 평형을 배울 때도 그랬다. 중급반에서 가장 하위권에 속했으며 강습시간 내내 폭격같은 지적을 받곤 했다. 자유수영을 간 날은 주변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쏟아내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져서 집으로 돌아오곤했다.
워낙 운동신경이 둔한데다 근력부족으로 남들하는 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음달에도 수강생 맨꼴지에서 열심히 허덕이기로 마음을 다잡아본다. 나의 목표는 멋진 접영을 하는 게 아니고, 그저 앞뒤 치이지 않고 쫓아갈 수 있는 '상급반 중하위권'의 접영을 하는 거다. 남들보다 오래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기! 수영때문에 울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