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재미

by 김모씨

어찌된 일인지 한 달에 한 번꼴로 새 옷을 산다. 옷장 속에는 비슷한 티셔츠와 색상만 다른 같은 디자인의 바지가 여러벌이다. 이번 달도 가계부를 이월하고 자연스럽게 쇼핑몰을 뒤적였다. 요즘 한창 잘 입고 다니는 카고바지를 (색)깔별로 쟁여둘까 싶어 장바구니에 넣었다. 나에게 사이즈가 딱 맞고 아침마다 고민없이 꺼내입으니 여러모로 이득이라며 자신을 설득해본다.

아직 무더위가 기승이지만 쇼핑몰은 가을 신상품으로 가득하다. 올봄에는 살빠지기 전 구입한 청바지를 허리띠로 묶어(?) 입고 다녔다. 언젠가 바지를 입고 찍힌 사진을 보니 역시나 핏이 엉망이었다. 이참에 몸에 잘 맞는 청바지를 마련해야겠다싶어 신상 바지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바지만 두 벌 사기 아쉬워 티셔츠와 원피스, 스커트 카테고리를 샅샅이 뒤졌다.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장바구니에 담으니 허전한 마음이 가셨다. 어떤 하의와도 잘 어울릴 것 같고 티셔츠 한 장만 입어도, 무언가를 걸쳐도 포인트가 될 것같은 머스트 헤브 아이템이었다. 그렇게 상품 세 개가 장바구니에 담겼다.

이번에는 꼭 사야만!하는 필수품을 구입하기 위해 다른 쇼핑몰을 찾았다. 얼마 전 찾은 미용실은 동네에서 남성커트로 유명한 1인샾이었다. 짧은 머리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어 고민없이 미용실을 찾았다. 훈남 스타일의 젊은 원장은 짧게 손질해달라는 말에 뒷머리를 시~원하게 다듬어주었다.

나는 뒷머리 헤어라인이 긴 편이라 미용실을 다녀온 지 얼마지나지 않아 금새 지저분해지곤 한다. 길게 자란 헤어라인을 정리하던 원장은 "손님처럼 얼굴이 작고 목이 긴 분"에게 권한다며 나를 살짝 설레게 한 후, 셀프 이발기(a.k.a 눈썹 바리깡)를 추천했다. 오랜 세월 헤어라인 제모를 고민해오던 터라 원장의 조언이 귀에 쏙 들어왔다. 그렇게 이발기는 장바구니에 들어왔다. 요즘 최대 관심사인 '접영' 연습을 위한 땅콩모양의 보조도구 '풀부이'와 맑은 시야확보를 위한 안티포그액, 피부자극을 줄여주는 대용량 클렌징 오일도 함께 장바구니에 담았다.

결제를 하기전 고민의 시간이 되었다.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없으면 살 수 없는 아이템인지 자문해보았다. 풀부이와 이발기를 빼곤 하나같이 생존은 물론, 삶의 안녕이나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결론은 하나지만 장바구니에서 물건을 비워내는 대신, 해당 상품을 하나하나 눌러 상품평을 모두 읽기 시작했다. 핏이 예술이라느니, 피지가 줄었다느니하는 긍정적인 평들에 마음이 흔들린다. 아. 너무 사고 싶잖아.

결제전 최소 12시간은 고민해보려한다. 자고 일어나면 마음이 바뀌어 물욕을 버리고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때문이다.

아, 버는 돈은 적은데 사는 재미를 알아버려서 큰 일이다. 칭찬일색인 상품평대신 옷장을 좀 더 뒤져보기로 마음먹어본다. 나는 과연 장바구니를 비워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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