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도 일했으면 좋겠다..

by 김모씨

도서관 오후 근무를 시작한 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봄에는 무작위로 책장에 꽂혀져있는 책들을 청구번호에 맞게 정리하겠다는 의욕에 불타 책장을 뒤집는데 에너지를 많이 썼다.

주말 아르바이트와 학원 수업에 지쳐있을 때는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하거나 조는 장소(?) 역할을 해오다 여름방학을 지나 2학기를 맞았다. 요즘엔 책을 읽거나 블로그에 글을 끄적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애초에 학교에서 예산을 받아 시작한 일이라 2학기 때 일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한 번 받은 예산이 깎일 가능성은 적다는 주변 지인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오후 일자리는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오후 두 시에서 네 시. 애매한 시간대라 차라리 타의에 의해서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있고, 오후 일자리가 없어지면 오전근무를 오후 시간대로 바꾸고 추가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볼까 하는 싶어 알바 앱을 뒤적이기도 했다.

그러다 오늘에야 오후 근무 두 시간동안 꼬박 무언가를 '쓰는 데'만 시간을 써보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을 책을 챙기는 대신, 노트북과 충전케이블을 가방에 넣어 출근했다. 하루하루 짧은 글이 아닌 매일 조금씩 이어지는 무언가를 쓸 작정으로 노트북을 켰다.

오랜만에 한글파일을 열고 (말도 안돼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한 시간 남짓 쓰고 나니 쉬고싶은 마음이 간절해 내일 쓸 소재를 간단히 메모해두고 파일을 닫았다. 두 시간을 꽉 채우진 못했지만 내일도 이어질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러고 나니 이 일자리가 간절해졌다. 일하는 시간 동안 방해를 받을 일이 적은 편이고 홀로 책상에 앉아 고독하게 도서관을 지키는 게 전부인데다 아이들에게 '사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수 있고, 노력한다면 오롯이 뭔가를 쓸 수 있는 시간이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거다. 거기에다 최저시급 이상의 보수가 주어지니 앞으로 이만한 일자리를 구하는 건 아마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도서관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조만간 근무 연장여부를 알려준다고 말한 지 몇 주가 지났다. 처음과는 다르게 이 일을 가능한 오~래 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꾸준히 쓴다면, 하루하루가 모여 몇 달이 지난다면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는 장밋빛 희망 때문이다.

진작에 이런 마음을 먹지 않은 게 아쉽고, 기대하는 것과 달리 일자리가 없어진다면 실망할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어찌됬든 2학기에는 하루 2시간의 '쓰는 시간'을 마련하리라 다짐해본다. 이제는 정말 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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