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요즘 축구에 빠져있다. 어딜가나 축구 선수 유니폼을 입고, 폭염에도 무릎까지 오는 두꺼운 축구 양말을 신고 땡볕에서 공을 찬다. 용돈을 모아 손흥민 포스터가 포함된 유럽리그 선수 백과 사전 같은 책을 사서 잠들기 직전까지 들여다 본다.
그런 아들에게 작은 소망이 생겼으니, 축구 교실에 다니는 것이다. 화순에도 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축구 교실이 있었다. 문제는 내 차로 아이를 등하원 시켜야하고, 수업 시간 동안 그 주변에서 대기를 해야하며, 오후 근무에 문제가 생긴 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아이가 아침 인사를 하러 와서는 "어젯밤 꿈 속에서 파리생재르망에서 선수로 뛰고 있었다."고 말했다. 내가 조금 고생하더라도 축구 교실에 등록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순간이었다.
회원가입 신청서를 메일로 발송하고 간절히 바랐다. 선착순에서 탈락하기를. 나의 염원과 달리 등록이 성공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제 수업비를 이체하고 매주 두 번 아이를 실어 나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일단 등록에 성공한 걸 아들에게 숨기기로 했다. 그동안 혼자만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진작에 난 접수 결과 발표일을 이틀 뒤로 미루고 시간을 좀 벌었다. 선착순 접수에서 탈락했다고 거짓말을 할까, 아니면 한 달동안 좋은 엄마 노릇을 해볼까 하는 선택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아들에게 일러둔 결과 발표일에 하교한 아이가 나를 향해 달려오더니, 숨을 고르며 물었다.
"엄마! 어떻게 됬어? 축구 교실 갈 수 있어?"
나는 약간의 주저함도 없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니. 탈락했어. 실망했지?"
아이는 조금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더니 "나중에 집에가면 나 축구 교실 꼭 보내줘야해."라고 다짐을 해두고 돌아섰다. 돌아서는 아이를 보며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하다, 아들아. 엄마의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죄책감을 씻어버리려 그날 저녁 아이에게 맛있는 걸 사주겠다느니, 사고 싶은 선물을 고르라느니 회유에 나섰다.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다는 아이는 졸라데는 엄마에게 지쳐 겨우 'BHC 양념치킨'이 먹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축구 교실에 못가는 대신, 양념통닭도 사주고 너와의 대화를 덜 귀찮아하는 엄마가 될께. 혼자 있고 싶은 마음도 좀 참고 많은 시간을 너와 함께 보낼께.
그러나 여전히 아들을 속인 엄마라는 죄책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