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루틴

by 김모씨

루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기존의 것에 더해진 두 가지 루틴에 대해 적어보려한다.

먼저 기상 후, 수영장으로 향하기 전 누에에게 밥을 먹이는 일이다. 옆 건물에는 유학 센터 대표님이 키우는 누에가 자라고 있다. 누에 양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 서너번 먹이를 주는 일이다. 초반에 먹이를 양껏 먹어야 몸집을 크게 늘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대표님이 새벽부터 먹이를 주러 오셨는데, 그 일을 함께 일하는 친구와 센터 아이들이 맡아서 하기로 했다.

누에는 뽕잎을 먹고 사는데 초반에는 뽕잎을 잘게 채썰어 주어야했다. 요즘엔 누에가 조금 자라서 잎을 작두로 썰어 준비한다. 주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밤에 먹이 써는 일을 하는데, 이 일은 친구와 아이들이 한다. 나는 다음날 새벽 썰어둔 이파리를 누에양식장에 골고루 펴주는 일을 한다. 처음에는 작은 애벌레가 너무나 징그러웠지만, 며칠만에 익숙해져서 별어려움없이 뽕잎을 꼬물거리는 누에 위에 골고루 덮어준다.

아침 수영을 하는 한, 새벽에 먹이 주는 일은 당분간 나의 몫이 될 듯하다. 수영장에 들어서며 문득, 나처럼 새벽부터 누에 먹이를 주고 수영하러 온 사람은 없겠지하는 생각에 웃음이 난 적도 있다.

두번째 일은 점심 도시락을 싸는 것이다. 오전에 광주에서 학원 수업을 수강하는 친구는 점심 시간을 지나 센터에 도착한다. 함께 근무를 할 때는 항상 친구가 나의 점심을 챙겨주었다. 이번 기회에 보은 할 겸, 친구가 도착해서 간단하게 먹을 점심밥을 준비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식당에 내려가 냉장고를 뒤져 반찬이나 볶음밥을 만든 후,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낸다. "오늘 만든 000, 이따 와서 챙겨먹어."

오늘은 햇감자를 채썰어 전을 부치고 남은 밥에 계란 부침, 볶은김치, 깻잎 장아찌를 넣고 정체 불명의 김밥을 쌌다. 도시락 통에 담고 남은 걸로 나의 점심까지 든든하게 해결한 후 오후 근무를 위해 센터를 떠난다. 내가 없는 새, 허기진 채로 센터에 도착한 친구가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동시에 내일은 무슨 반찬을 준비할까 즐거운 고민까지가 새로 추가된 나의 루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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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는 영어 공부도 루틴에 넣을 예정이다. 오랜만에 EBS 어학교재를 구매했다. 오후 근무시간 글쓰기 루틴도 이번주 내내 잘 지켰다. 루틴이 없는 나의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아무튼,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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