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제 몫을 하는 사람

by 김모씨

친구는 요즘 제빵 학원에 다닌다. 학원에서 돌아온 친구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듣는 건, 친구가 들고 온 빵만큼이나 기대되는 일이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친구는 여기저기 긍정적 에너지를 뿌리고 다니며, 여러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낸다. 다양한 연령과 캐릭터의 수강생은 물론 강사님과도 잘 지내는 친구의 'E'적 성향이 부러울 뿐이다.

어제 친구의 학원에서는 '사건'이라 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수강생 중 한 명이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것이다. 이를 발견한 강사는 대뜸 친구를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친구는 아이들과 학교에서 오래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한데다, 응급처치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고 딱 보면 그저 믿음직스럽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현장에 없었지만 친구가 당황하지 않고 역할을 제대로 해냈을 거란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친구의 말로는 119를 부르고, 호흡부터 확인했다고 한다. 기도가 막히지 않게 옆으로 뉘이고 당사자와 수강생들을 안심시켰을 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다행히 쓰러진 수강생은 의식을 회복하고 안정했다고 한다.

일년넘게 친구가 일하는 걸 지켜봐온 바, 그는 어떤 일이 주어지든 불만없이 묵묵히 해낸다. 일에게도, 사람에게도 진심을 다하며 어디서든 자기가 가진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얼마전 친구를 알고 있는 지인들과 친구가 없는 자리에서 그의 이야기를 나누다 나온 이야기다.

"아마 00선생님은 평생 번아웃 안 올걸요?"

그렇다. 격주로 주 7일 근무를 하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책임을 다하는 사람. 저녁 약속은 애초에 포기하고 산 지 오래요, 휴일과 휴가도 근무의 연장일 때가 많음에도 친구는 절대 소진되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다.


언젠가 친구가 어렸을 적 사주를 본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기 사주가 '우물'과 같다고, 주변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물을 퍼가는 운명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우물을 가장 많이 퍼가는 이들 중 하나가 바로 나이다. 아마도 친구의 우물은 평생 마르지 않고 새롭게게 차오르리란 생각도 들었다.

쓰다보니 친구에 대한 찬양글이 되고 말았다. 어디서든 제 몫을 해내는 친구를 닮고 싶다. 내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이 많다. 공짜로 나눠주기는커녕, 물 한방울이라도 셀까봐 전전긍긍하는 건 그만하고 나도 내가 가진 능력과 좋은 에너지를 나눠주는 사람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침대에서 침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