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후

by 김모씨

약 한달 후면 못만날 풍경


1. 광주 1호선 마지막칸에서 항상 만나는 혼잣말하는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나와 함께 소태역에서 지하철에 오른다. 언제나 마스크를 쓰고 양손에 제법 큰 손가방을 들고서다. 아주머니는 본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증상이 있는 듯한데 끊임없이 혼잣말을 하며 욕설을 내뱉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도 익숙치 않은 소음이 들려와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려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언젠가 다급하게 뛰어든 지하철에 아주머니 옆 자리에 앉은 적이 있다. 바로 옆에 앉아 욕설을 내뱉고 있었지만 전혀 위협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오늘 아침도 예외없이 아주머니를 만났다.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오르고 지하도로 들어서려는데 토스트와 각종 간식을 파는 가게에 아주머니가 앉은 모습이 보였다. 아주머니는 토스트 가게 사장님과 자연스럽게 주말 안부를 묻는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대화 중간에는 혼잣말이나 욕설이 섞여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다 서둘러 학원으로 향했다.

2. 곽선생님의 수다 삼매경

학원에서는 제과와 제빵을 번갈아가며 격주로 수업을 듣는다. 이번 주는 제빵 주간으로 나흘 연속 종류가 다른 식빵을 만든다. 2주 전에 식빵을 두 차례 만들어보아 어려울 것이 없는 과정이다.

오늘은 강사 두 분 중 남자 선생님의 수업이었다. 선생님은 첫 인상과 달리 은근히 농담도 잘하시고 본인 이야기도 많이 해주신다. 오늘도 선생님과 수강생들 사이의 수다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선생님이 수다 삼매경에 몰입하시면 수강생이 번갈아가며 발효과정이나 오븐 상태를 확인하곤 한다.

오늘도 수업과 관련된, 혹은 관련되지 않은 이야기(거의 대부분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것저것 털어놓게 되었는데 나도 제법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대화의 막바지에 선생님이 꺼내놓은 '내 이야기를 하면서 힘든 걸 풀어놓는다'라는 말에 수강생 모두 공감을 표현했다.

이렇게 학원에 가면 제과, 제빵 뿐만아니라 힐링도 받고 올때가 적지 않다.

3. 수강생들

학원 선생님 한 분에 의하면 이번 수강생들은 유난히 말이 없고 조용한 편이라고 한다. 금새 친해질 거라는 선생님의 장담과 달리 우리 반 총 12명의 수강생은 조용히 빵을 만들고 발효 시간이나 빵이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간간히 속삭일뿐 대화가 없는 편이었다.

날이 추워지면서 수강생들 한둘이 결석을 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어쩔 때는 세 명이 결석을 해 한 조가 통째로 없어지는 일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 반에 친분이란 없는 것 같지만, 시간이 가면서 우리반 수강생들은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경기도에서 화순으로 농촌유학을 왔다는 것, 00이 언니는 20년간 수학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언니는 지난 주 영광에서 300포기 김장을 했으며 김치맛이 끝내준다는 것(오늘 김장 김치를 싸오셔서 수강생들이 모두 맛난게 나누어 먹었다.), $$ 군은 카페 창업 경험이 있으며 내년에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등등. 우리 반 수강생들은 조용히 서로의 경험과 삶을 나눈다. 열심히 빵을 만들면서.

주4일 학원 수업을 듣는게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오늘도 눈을 떠 가장 먼저 한 고민은 바로 '학원에 하루 빠질까?'였다. 수강 기간이 약 한 달 남짓 남았다. 한 달 후 수강이 끝나면, 더이상 학원에 가기 위해 아침일찍 집을 나서지 않아도 되 행복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또 11한 명의 수강생과 두 명의 선생님과 오전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이 다시 없을 생각을 하니 조금 아쉽기도 하다.

수강 종료까지 100% 출석을 목표로 빵 만드는 시간을 좀 더 즐겨보자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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