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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씨 Dec 01. 2023

겨울바지와 자괴감

 어제 학원 수업을 마치고 수강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맛집이라는 중국집은 학원에서 약 10분 남짓의 거리에 있었다. 갑자기 떨어진 날씨에 오들오들 떨며 내내 코를 훌쩍이며 식당에 도착했다. 식사를 마치고 지하철로 돌아가는 길도 너무 추웠다. 훈기가 감도는 지하철에 앉아서 "겨울 바지를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때마침 유니클0의 감사절 세일 마지막 날이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겨울 바지 두 벌에 체크 셔츠까지 11만 얼마쯤 결제버튼을 누르고야 말았다. 

 돈을 아껴쓰기로 마음먹고 있었던터라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돌아서 친구를 도와 일을 시작했다. 일하다 친구에게 물었다. "너는 한 달에 @@만원 정도는 저금하겠다." 친구의 대답은 긍정이었다. 


 친구는 소비를 하지 않는다. '의', 즉 옷을 사는 걸 지난 2년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며 '식', 먹는 건 직장에서 다 해결한다. 군것질이나 주말에 친구들과 술먹을 일도 없다. '주' 역시 직장(센터)에서 살고 있으므로 주거비, 전기수도세 등등의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아마도 버는 돈의 90퍼센트 이상을 저축하는 친구를 보며 마음이 괴로웠다.


 친구에 비해 돈도 못 벌고, 안정적이지도 못한 일을 하며 다달이 옷을 사고 미용실에 가는 나. 책을 사보고 이것저것 기분전환 비용이 필요한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진 순간이었다. 

 당장 내년에 어디서 일을 하며 돈을 벌지, 아니 일을 할 수는 있는지, 친구와 다르게 무엇 하나 확정된 것이 없는 내 처지와 때마다 샘솟는(?) 소비 욕구가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괴로운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를 보고 친구는 이유를 물었지만, 나는 결코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너보다 돈도 못벌면서 많이 쓰는 내가 너무 밉다고, 많은 돈을 벌어 차곡차곡 모으는 너의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이 매우 속 쓰리다고." 말이다.

 돈에 대한 집착을 줄이거나, 가까운 사람과 소비나 소득을 비교하는 못난 버릇을 고치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그 사람과 멀어지든가 해야겠다, 싶어 마음이 요동치는 밤이었다. 


 나는 돈을 좀 더 벌고 싶다. 매월 일정 금액 이상을 저축하고 싶다. 그렇다고 미용실도 안가고, 입던 옷만 입으며 사는 건 싫다. 

 이번 달(20일부터) 번 돈을 계산기로 두드려 보았다. 다음 달 부터는 수입이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씀씀이를 좀 더 줄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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