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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씨 Dec 19. 2023

다시 글을 써야지

 한동안 글을 못 썼다. 이유를 찾자면 글쓰기가 우선순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학원에 결석하지 않고, 자격증을 따는 일이 더 중요했다.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나머지 시간엔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거나 화풀이를 하며 지냈다. 일상을 유지하는 것, 아이 숙제를 봐주고 미용실에 가는 등의 일과도 당연하게 글쓰기보다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글을 안 썼다. 오후에 두 시간씩 자원봉사로 도서관에서 일할 때는 무언가 써보려 했고 내용이든 분량이든, 스스로 만족할 수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적기는 했다. 

 이달 초 도서관 근무가 종료되며 글을 쓰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글감을 찾아보려 고민해본 적도 빈 문서를 펼쳐본 적, 아니 노트북을 열어본 적도 없었다.

 새해부터 시작할까 아니면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쓰는 시간을 일과 중에 끼워 넣으면 좋을까. 아주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결국 글쓰기는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었다.

무언가를 읽고 보는 일에도 예전 같은 열정은 사그라들었고, 그냥저냥 시간을 때우거나 쉬어갈 생각으로 책을 펼치거나 구독하는 OTT 추천 리스트를 뒤적이던 나날이었다.

 

 문득 작년에 당차게 외치던 글쓰기를 향한 포부와 목표가 떠올랐다. 당시에 세웠던 원대한(?) 목표는 차치하고서라도 그냥 글을 쓰던 그때가 그리워졌다. 글쓰기 수업을 듣고 매일 글쓰는 일을 숙제처럼 하던 날들이 떠올랐다. 어제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글감을 찾아 헤매던, 그러다 무언가 쓸 것을 발견하고 책상 앞에 앉아 빈 문서와 네이버 사전을 수없이 오가던 내가,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하고 만족스럽게 자리를 뜨던 나의 모습이 너무나 그리웠다. 

 

 그래서 다시 쓰는 일을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 수업을 듣고 돈을 벌고 아이의 학습을 봐주는 일을 하는데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쓰듯이 매일 글을 쓰는 시간을 마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다짐이 사라질까 두려워 새벽 세 시가 넘은 시간 내일 걱정은 미뤄두고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벌써 몇 개의 글감이 떠올라 메모를 해두기도 했다. 일단, 내가 읽고 본 영화와 책들에 관해 적어볼 것이다. 그리고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에 관한 일종의 관찰 일지도 써보려 한다.

오랜만에 일정표에 ‘글쓰기 *시부터 *시까지’라고 써두어야겠다. 일정표에 적힌 건 반드시 해내야 발 뻗고 잘 수 있는 게 나다. 글쓰기는 다시 나의 우선순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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