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모씨 Dec 19. 2023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를 읽고

 이 책에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가족이나 친구, 혹은 함께 사고 당일 현장에 있었다가 살아남은 이들을 포함해 이태원이라는 장소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말하는 참사 당일과 참사 이전의 삶,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책을 읽으며 당시 속보를 쏟아내던 뉴스를 보았건만, 정작 참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마도 CG로 그린 듯한 참사 당일의 상황을 설명하는 자료화면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생존자의 입에서 나온 묘사는 그것과 너무나 달랐다. 

 참사 당일의 타임라인을 확인하며 경찰과 정부의 무능을 확인했고 희생자 가족들을 뿔뿔이 흩어놓으려 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일에만 급급하며 도무지 희생자와 유가족을 사람으로 상대하지 않은 것만 같은 정부의 대응에 너무나 화가 났다. 

 

 도심 한복판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의 심정을 헤아릴 순 없겠지만, 참사 이후 달라진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다. 거기에 “놀러가서 죽었다”는 희생자를 탓하는 부정적 인식과 이어지는 2차 가해까지. 생존자와 남은 가족과 친구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참사 이후에도 사회는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헤어나올 새도 없이 남은 이들이 분향소를 지키고 참사에 대해서 바로 알리고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해 연대하고 용기를 내어 세상 앞에 서는 모습에 작더라도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사가 있고 며칠이 지났을 때의 일이었다.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식당 텔레비전에서 이태원 참사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지인 중 한 분이 안타깝긴 하지만, 핼러윈 축제에서 희생된 이들에게 국가적 추모는 어울리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속으로는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분위기를 망칠까봐, 딱히 뭐라고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아무런 말 없이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니, 혹시라도 그런 상황을 다시 마주한다면 희생자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어쩌면 그 거리에서 희생된 이들은 우리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건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할 일이 아닌 사회적 재난이라고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글을 써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