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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씨 Dec 28. 2023

<항구의 니쿠코짱!>을 읽고

 니코쿠짱은 금방이라도 굴러갈듯 뚱뚱한 몸에 앞머리는 동그랗게 말려있는데다 옷스타일이며 말투까지 촌스럽기 그지 없다. 거기다 모자란 남자들하고만 사랑에 빠지는 재주도 있어 남자의 빚을 떠안거나 아내에게 들켜 온동네가 떠나가라 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 그녀에게 체형도, 생김새도, 취미도 다른 열 두살 짜리 딸이 하나있다. 자살한 전남친의 고향을 찾아 모녀는 항구마을에 정착하고 바닷가와 조금은 생경한 고기구이집에서 일하고 가게에 딸린 조그만 집에서 살림을 시작한다. 

 처음엔 그녀의 딸처럼 나역시 니코쿠짱의 '촌스러움의 극치'에 치가 떨렸다. 되도 않는 말장난에 먹자마자 "대그으윽 대그으윽" 코를 골기 일쑤니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점점 니쿠코짱의 단단함과 가식없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알게 모르게 모녀를 아끼고 지켜주는 집주인이자 고기구이집 사장 할아버지와 단골 손님에게도 뭐랄까, 따뜻한 정이 느껴져 책을 읽으며 미소짓는 순간이 많았다. 

 이야기의 큰 중심축을 이루는 딸 사춘기 소녀 키쿠코의 삶도 흥미롭긴 마찬가지였다. 그 나이때 여자들(?)의 문제라든가, 특이한 행동을 참지 못하는 남학생과의 보기드문 우정도 지켜보며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결말 부분에는 예상치 못한 사연이 소개되어 눈시울을 적시지도 했다.

 작가는 편집자와함께 항구마을로 여행을 하다 발견한 고깃집을 보고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한다. 작가와 편집자는 모두 '자기로 사는 삶'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노라고 말한다. 

 자기로 사는 삶이라, 내겐 너무도 어려운 문제이기에 자기 모습대로 말하고 사는게 당연한 니쿠코의 모습이 처음엔 당항스러웠나보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그 모습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고 결국엔 부럽다에 이어 "자기 모습대로 사는 건 정말인지 멋진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도 오래 남는 장면은 니쿠코의 코고는 장면이다. "대그으윽 대그으윽" 코를 고는 니쿠코. 자기 그대로 사는 그녀는 아마도 매일 밤 달고도 개운한 잠을 잘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말이다. (정말인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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