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후에 출근해 자리에 앉아 아무런 생각없이 약 20분간 지속하던 것은 바로 '둠 스크롤링' 이었다. 어제 책을 읽다 접하게 된 용어로, '암울한 뉴스만을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행위'를 말하며 이미 몇 년전에 몇몇의 언론사에서 '올해의 단어'에 포함한 말이다.
갈수록 떨어지는 출생률로 인해 대한민국이 망했다고 말하는 석학의 인터뷰나 나노단위로 쪼개지는 시간제 일자리에 관한 기사, 연이은 연예인 커플의 이혼 소식 등 읽을 수록 한숨만 나오는 기사의 타이틀을 연달아 확인하며 스스로 생각해도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오전 일과를 마친 후 나만의 휴식 방법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부르는 용어까지 생겼으니 나만의 문제는 아닌가보다. 좀더 검색을 해보니 부정적인 것에 주목하게 프로그래밍 된 뇌에 관한 이야기부터,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싶어하는 데 원인이 있다는 말까지 보인다. 하지만 여러 글에서 지적하듯, 둠 스크롤링으로 해결방안을 찾는 건 쉽지 않아보인다.
얼마전부터 포털 메인 기사를 확인하는 습관을 고쳐보기로 했다. PC를 켜면 필요한 페이지만 열고 곧바로 책을 펴거나 해야할 일을 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할 때,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습관처럼 열어보던 스마트폰을 내려두기 시작했다. 그 시간 역시 책을 읽고 메모를 하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다.
아직 결과를 이야기하기엔 다소 이르지만, 며칠 지속해보니 책을 읽고 싶은 마음과 실제로 읽는 양도 조금 늘었다. 어딘가 정신팔려있는 듯한 기분이 줄었으며 새로운 정보나 모임 등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른바 FOMO)도 들지 않는다.
사실 나는 트렌드에 민감해야 할 필요가 적은 사람이다. 직장 생활을 하며 점심 시간에 공통으로 나누어야 할 주제를 찾는 일 같은 압박도 없고, 요즘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읽어내고 고민해야 하는 자영업자도 아니며, 새로운 레시피를 발견해 매일 다른 식단을 구성해야 할 필요도 없다. 입고, 읽고, 사용하는 것들을 어딘가에 업데이트 해야할 의무도 당연히 없다.
둠 스크롤링을 멈추기 위해 시작한 포털 사이트 피하기, 스마트폰 멀리하기라는 꽤 괜찮은 습관을 오래오래 지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