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매장에서 크게 불경기를 체감하지는 않는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에 병원이 많고 상권이 발달해 이른 아침부터 퇴근 시간까지 쉬지 않고 손님이 드나든다.
다만 추석 연휴가 지나고 아침에 출근해 평소보다 많은 재고 물량(안팔리고 남은 전날빵)을 보면 '어제는 손님이 없었나보네.' 싶을 때가 부쩍 많아진 요즘이다.
며칠 전 갓 튀겨 뜨거운 도너츠를 종이 봉투에 넣으며 네임택을 붙이려는데 3,100원이라는 가격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아니, 고로케 하나가 이렇게 비싸다니!'
새삼 빵 가격을 실감하고 나니 여기저기 생각보다 높은 가격이 눈에 보였다. 베이글 안에 소세지와 계란을 넣은 신제품의 가격은 무려 4,900원이다.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음료를 마시면 만원은 써야하고, 요것저것 먹고 싶은 빵을 쟁반에 담다보면 금새 2만원이 넘는다. 도쿄바게뜨에서 고물가를 체감하는 일이 잦아졌다.
샌드위치와 샐러드 재료를 한 가득 사들고온 사장님의 첫마디도 "너무 비싸!"이다. 나도 어제 동네 마트에서 4,980원짜리 양상추를 사야하나 고민했기에 그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출시된 미니 케이크 라인은 19,000원에 가격이 책정되어있다. 케이크 하나에 3만원 가까운 돈을 쓰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을 고려한 '불경기 마케팅'이 아닌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전 들른 베스킨라빈스에도 예전에는 못보던 미니 케이크가 진열대 한 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무심코 샌드위치를 계산대로 들고와서는 6천원이 넘는 가격을 확인하고는 비싸다고 다른 빵으로 바꿔 오거나 빵값이 너무 올랐다고 푸념하는 손님들도 종종 보인다.
나부터도 퇴근길에 요것저것 빵을 사오는 습관을 버리자고 여러번 다짐했다. 한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며.
일을 하며 불경기나 고물가를 간접 체감할때마다 허리띠를 졸라 매자고 다짐하는 한편, 대책없이 퇴사를 하면 안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고령화에 저출산, 뚜렷한 성장 동력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서민 경제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몸이 힘들다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그만둔다면 앞으로 영원히 놀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국군의 날이었던 오늘은 출근길에 비가 내렸다. 궂은 날씨에 직장인들도 휴일을 맞았을 테니 매장이 한가할 거란 예상과는 다르게 아침부터 손님이 많았다. 오전 8시도 안돼 케익 배달 주문이 들어온 것도 이례적인일이었다.
쉬는 날 부스스한 얼굴로 빵을 사러온 손님들을 보며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포함해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고물가, 고용불안, 저임금, 불경기 등으로 그만 고통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