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

by 김모씨

이번 주말 주요 일정 중 하나는 '시장 조사'였다.

얼마전 창업 아이템이 갑작스럽게 떠올랐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제과점 다음으로 새롭게 떠오른 아이템은 바로 '토스트 가게 창업'이었다.

카페나 제과점 보다 초기 비용이 크지 않고 출근길 직장인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른 시간에 영업을 시작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 토스트 가게로 창업 방향을 정한 이유였다.

토스트 프랜차이즈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브랜드 말고 다른 브랜드도 알아보기로 하고, 길건너 아파트 상가에 영업중인 가게로 첫 '시장조사' 목적지를 정했다.

오픈 시간을 확인하고 남편과 일요일 아침 집을 나섰다. 토스트 가게로 향하기 전, 최근 현재 근무하는 제과점 근처에 '임대' 현수막이 붙은 상점을 보러 가기로 했다.

내가 일하는 제과점은 구도심인데도 유동 인구가 많고 그리 넓지 않은 지역에 의류 브랜드, 카페나 제과점, 각종 음식점을 비롯해 유흥주점('아방궁, 다문화 노래클럽 등등')이 모두 섞여있는 조금은 특이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더욱이 신도시 상권과는 다르게 한자리에서 똑같은 가게가 꽤 오래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일요일 오전인데도 거리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평소 출근길이라면 눈길도 주지 않았던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매장마다 손님들이 얼마나 있나,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연령이나 특징은 어떠한가, 남편과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상권분석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검색을 해보니 근처에 낯선 토스트 프랜차이즈가 있어 그곳으로 향하던 중 우리가 발견한 것은 바로 로또명당!!!이었다.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이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내부가 좁은 로또 가게는 그동안 1등을 9명이나 배출(?)한, 최근에는 1등과 2등 당첨자가 동시에 나온 로또 맛집이였다.

남편이 자동으로 5000원너치 복권을 사는 틈에 카운터 옆에 놓인 금거북이 상을 쓰다듬으며 행운을 빌었다. '제발 당첨되서 몫좋은 곳에 토스트 가게 차리게 해주세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토스트 매장에 들어서 남편은 모니터에 비친 메뉴에, 나는 키오스크에 눈길을 주다 동시에 눈이 마주친 우리는 '별로 땡기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동의에 주문하지 않고 가게를 나섰다.

나중에 이야기해보니, 둘다 손님을 맞이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주방이 모두 가려져있고 키오스크 옆 조그만 창구를 통해 보이는 직원도 겨우 보일락 말락했다. 직원의 존재감과 매장에 들어서는 손님을 향한 인지(?)여부의 중요성을 깨달은 순간이랄까.

이왕 나온김에 뭐라도 먹자며 골목을 돌다 국밥집에 들어섰다. 매장은 복층구조였는데 한눈에 봐도 영업을 시작할때 모습 그대로 긴 세월 유지되고 있는 가게였다.

순대국 두 그릇을 깔끔하게 비운 후, 아까 보아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커피까지 포장하고 나서야 우리는 주차한 장소로 돌아와 '토스트 가게 창업을 위한 첫 시장조사이자 상권분석'을 마쳤다.

사실 시장조사를 한다며 남편과 돌아다닌 것이 처음이 아니다. 몇 개월전 카페 창업을 해보겠다며 우리는 뻔질나게 시장조사를 다녔다. 같은 상권을 다른 시간대에 다녀보기도 하고, 평소 먹지 않던 브랜드를 역시 '조사'차원에서 가보기도 했다.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기 전에 창업 계획은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지만, 돌아보면 참 재미있던 시간이었다. 자녀이야기나 회사 생활의 푸념을 제외한 공동의 화제를 찾은 것도 그렇고 서로 그렇게나 열띤 의견을 주고 받았던게 언제인가 싶기도 하니 말이다.


오늘도 시장 조사를 한다며 함께 거리를 걷고, 로또를 사며 작은 소망을 빌다가 국밥에 커피까지 잘 챙겨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장조사'라는 핑계로 간만에 데이트라도 다녀온 기분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다음 주말에는 정말 '토스트'를 먹으며 시장 조사를 하자는 다짐으로 이번 주말 상권분석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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