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책 <무기력한 사람을 위한 저속생활법>은 20대내내 우울증을 앓았던 작가가 회복되기까지 시도했던 50가지 방법들이 '마인드, 사고, 생활습관, 인간관계, 일'의 분야로 나누어 소개된 책이다.
꽤 도움되는 내용이 많았는데, 다른 무엇보다 '편하게 살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며 여러가지 시도를 해본 경험이 인상깊었다.
나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기분, 특히 일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높아 우울증이 아닐까, 병원 방문을 고민하고 있었던 중이라 책을 읽으며 위안도 받았고 소개된 내용 중 몇 가지는 따라해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작가가 나름의 노력과 시도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듯 나도 무조건 따라할 것이 아니라 취할 것은 취하고 나만의 '마음 편한 생활법'을 찾는게 아닐까 싶다. 무턱대고 책에 소개된 내용을 따라하다 실패하고 더 큰 좌절과 우울감을 맛본 경험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약간이나마 마음이 편해지고 우울감에서 자신을 건져올리는 생활 습관이 있는 듯하다. 이번 기회에 누가 뭐래도 내가 편해지는 방법이 몇 개 떠올라 정리해보려한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루틴을 따른다'는 것이다.
<무기력한 사람을 위한 저속생활법>의 작가는 기상이나 수면 시간도 크게 구애를 받지 않고 몸이 요구하는 대로 생활을 한다. 작가와 달리 나는 루틴이 있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편이다.
기상이나 잠드는 시간 외에도 일어나서 하는 일이나 작은 습관도 모두 '원래하던 대로' 따르는 걸 선호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기까지 약 45분의 시간 동안 '기상-계란 삶을 냄비 올려 놓기-씻기-삶은 계란 먹기-EBS프로그램 보면서 옷 입고 로션 바르기-어젯밤 싸둔 가방 챙겨들고 나서기'.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매일 반복한다. 퇴근 후에도 보통 정해진 순서대로 일과를 보낸다.
루틴이 없는 주말을 보내는 게 고역스럽기도 해서 최근에는 주말도 루틴대로 움직이려고 마음 먹고, 현재 루틴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나만을 위한 '다음날 점심 도시락'을 저녁에 싸두는 것도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습관이다. 공복이 길어지면 힘들고 폭식으로 이어져 자괴감을 느끼는 일이 많았다. 예방 차원에서 아침엔 꼭 삶은 계란을 두 개 먹고 집을 나서고, 외출을 대비해 점심 도시락을 들고 집을 나선다.
점심 도시락은 잡곡밥과 나물 반찬, 샐러드 등으로 간단하게 준비한다. 최근엔 지인에게 얻은 마늘쫑을 간장, 고추장 양념에 볶아 밥위에 얹어서 덮밥 식으로 먹는다. 퇴근 후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도서관에 들르는 날이 있는데, 그럴 경우 도서관 근처 야외 정자나 지하의 간이 식당에서 점심을 챙겨먹는다. 집에 곧장 돌아오는 날은 집에서 도시락을 펼쳐놓고 점심을 먹는다.
저녁에 출출해지면 낫또나 과일이나 견과류, 우유 등으로 해결한다. 이와 같은 먹거리는 항상 떨어지지 않게 준비해둔다. 배고픔을 방지하고 과식이나 폭식을 예방할 수 있어서 가급적이면 지속하고 싶은 습관이다.
소비를 줄이는 것도 그런 습관 중 하나이다. 스스로를 너무 박대(?)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은 소비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쳐보려고 온라인 쇼핑이나 디저트를 사먹는 등 안하던 짓을 해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소비를 했다는 만족스러움보다는 후회가 더 크게 남았다.
그래서 그냥 스스로에게 아끼며 살기로 마음 먹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내가 지치지 않는 선에서 가급적 낭비없이 살아가는게 마음 편하기 때문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은 주말에 한 번, 카페에 가서 음료와 스콘을 마시며 8,600원을 썼다. 무언가 사먹고 카페에 가는 비용이 아까워 평일에는 보통 도시락과 텀블러에 커피 스틱을 챙겨 집을 나선다.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 궁상을 떠나, 나는 왜 이렇게 밖에 못사나, 등등 스스로를 탓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이젠 그냥 이러는 편이 마음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음이 바뀌면 그때는 도시락 싸기등 절약하는 습관을 그만두면 되는 거다.
나를 편하게 하고 우울함에서 건져올리는 습관들을 떠올려보았다. 물론 이런 것들이 나를 완전히 구해주진 못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럭저럭 하루를 보내기도 하지만, 우울함이나 공허함은 갑작스럽게 등장하기 일쑤다.
음, 뭘 더하고 덜해야 내 삶이 더 편해질까? 이제부 다른 고민말고 그런 걸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