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문제

by 김모씨


나에겐 아무 문제가 없다. 떨쳐내자. 이 기분. 뭔가 부족하고 더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채워야 할 것 같은 기분.


내가 하는 ‘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정규직이 아니라 휴가도 없고 연차도 없고 근무 기간이 쌓여도 경력으로 인정되거나 호봉이 쌓이지 않는다는 것? 한 달에 고작 백 오십만 원 남짓한 돈을 번다는 것?

그 대신 근무 시간이 짧아 오후 한 시면 퇴근을 하고 업무 스트레스는 적은 편에다 호봉을 걱정하기엔 근무 기간이 일 년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얼마 안 되는 돈이라도 나의 수입은 매달 입금된 그대로 저축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해야 하기에 나태에서 벗어나 루틴(할 일)이 생겼다. 일하면서 사람을 상대하는 연습도 할 수 있고 퇴근의 즐거움도 주 5일 어김없이 찾아온다. 무엇보다 집에서 놀지 않고 돈을 벌고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된다.

그럼 사회적 편견 혹은 내 안에 자리 잡은 불만족이 문제인 건가. ‘알바’라는 말이 주는 부정하기 힘든 가벼움. 주변에서 쉽게 그만두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의 일자리. 몸을 쓰는 일, 누구에게든 대체 될 수 있는 일자리. 20대 초반 나이가 주류를 이루는 동료 알바생들을 보며 느끼는 부담감 혹은 자괴감.

거기에 더해 40대 후반이 되기 전에 다른 일에 도전해보라는 조언. 내가 아깝다느니, 능력을 발휘할 더 나은 일자리 혹은 제대로 된 일을 찾아보라는 이른바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들.


어쩌면 내 안에 자리 잡은 편견이 가장 문제인지도 모른다. 내가 하는 일에 ‘겨우’, ‘고작’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니 말이다. 멀쩡한 몸으로 임금 노동을 하지 않는 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확고한 믿음. 스스로 벌지 않고서는 미용실에 가거나 피부과에 갈 수 없다는 사고방식. 살림을 잘하지도, 아이를 잘 키워내지도 못할 바엔 돈이라도 벌어야 한다는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 알 수 없는 신념.

쓰고 보니 문제가 어디 있는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기에 당연히 해답도 찾을 수 없다. 해답을 모른 체, 막연히 문제를 느끼며 일터로 향해 몸을 움직여 일을 한다.

어쩌면 뭐가 됐든 일이 있어, 몸을 움직일 수 있어 다행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을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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