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매일 한 편의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몇 년 전 태어나 처음 듣게 된 온라인 글쓰기 수업에서 매주 주어지는 과제를 하기 위해 적어도 하루 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뭐든 쓰려고 애썼다. 반복하다보니 습관이 되었고 글이 안 써져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잘 써지면 기분이 좋았다. 완성된 글을 파일로 저장할 땐 성취감도 느껴졌다. 쓰는 재미란 걸 겨우 느껴보려는데 글쓰기 수업이 끝났다. 숙제라는 강제성이 없어지니 안 쓰게 되었고 그렇게 글쓰기와 멀어졌다.
얼마 전 글쓰기 수업을 다시 참여하게 되며 글을 써오는 숙제가 생겼다. 다시 예전처럼 매일 쓰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쓰려고 생각해 둔 글이 있었다. 제목까지 정해서 저장해 둔 파일을 열고 글만 쓰면 되는데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겼으니, 바로 입사 지원서를 쓰게 된 것이다.
퇴근하고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집안 정리를 하고 나면 노트북을 켠다. 영어 공부를 한 시간쯤 한 뒤 꼭 하는 일이 있으니 그건 바로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채용 공고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며칠 전 공공 일자리 사이트에서 관심이 가는 일자리를 발견했다. 그 분야에 경력도 없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일단 입사 지원해보기로 했다. 모든 고민은 일단 되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으니 말이다.
본인인증을 걸쳐 인적 사항을 기입하고 나니 지원 동기와 함께 본인이 왜 이 업무에 적합한지 300~700자 사이로 써보라는 어려운 과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원 동기. 정말 몰라서 묻나? 최저 시급에 다를 바 없는 급여에 호봉도 인정되지 않고 보람을 느끼기도 어려운 단순 업무에다 처우도 열악한 직종, 그저 정년이 보장되고 소소하게 돈 버는 보람을 느끼고 싶어서라고는 쓸 수 없으니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붙여본다. 방금 내가 쓴 몇 줄 되지도 않는 글을 반복해서 읽고 고쳐보지만 볼수록 어색한 게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겨우 첫 번째 항목에 600글자를 채우고 나니, 조직 생활을 하며 동료와 협업으로 어려움을 해결했던 경험을 써보란다. 정말인지 산 넘어 산이다.
아예 없었던 일은 아니지만, 극적인 재미(?)와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과 함께 사건을 재해석해 육하원칙에 맞춰 경험담을 만들어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재료가 떨어져 마트에 가서 급하게 사 온’ 사연을 기승전결을 갖추고 해피엔딩으로 종결되는 530자 이야기로 완성했다.
지원 공고의 마감일은 열흘이나 남았지만 더는 고민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서둘러 제출 버튼을 눌렀다. 노트북을 덮고 그대로 침대에 누우니 평소 글을 한 편 썼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피로감이 몰려왔다. 오늘의 글쓰기는 이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기대감 없이 지원했다지만, 사실 오후 내내 편안한 휴식을 포기하고 지원서 작성에 매달려 있었다. 입사 지원을 고민하며 검색해보니 여러 커뮤니티에서 해당 공고에 ‘경력자 우선 채용’이라는 암묵적인 원칙이 존재한다는 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되고 나서 고민한다는 한가한 소리나 할 때가 아니었다. 만약 서류가 통과해 면접을 보게 되면 경력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나를 어필해야 하나 벌써 고민이 된다.
두 번은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지원 버튼을 눌렀지만 나는 몇 시간 후 채용 사이트에 다시 방문해 내가 쓴 글을 읽어보며 어색한 부분을 고쳤다. 아마도 마감 날까지 몇 번이고 반복할 것이다.
어쩌다 보니 ‘입사 지원서’에 더불어 ‘입사 지원서 쓴 이야기’까지 또 다른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 오늘은 이렇게 두 편의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