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책값 얼마 쓰세요?

by 김모씨

지난 달 동네 서점에서 구입한 책이 열여덟 권, 인터넷 서점에서도 다섯 권 남짓 책을 샀다. ‘도서구입비’로 책정해둔 20만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달도, 그 전달도 마찬가지다. 매달 책 구입비가 예산을 초과한다.

매번 책을 사기전에 ‘이건 물욕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반복해 말하지만 소용이 없다. 늘 사고 싶은 책이 넘치고 사야만 하는 책도 늘어난다.

나쁜 짓하는 것도 아니고, 사놓고 안 읽는 것도 아니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들, 감동을 주는 책들을 구매하는 데 매번 망설이고, 너무 많이 샀다며 자책하는 이유는 책을 구입하는 돈이 내가 번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외벌이 가정으로 나는 돈을 버는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살림과 육아를 전업으로 하고 있지만 그 활동으로는 통장에 찍히는 돈이 없다. 그래서 나는 생활비 명목으로 도서구입비를 책정하여 예산에 맞춰 책을 구입하려 한다.

‘식비’, ‘생활비’, ‘차량유지비’, ‘교육비’, ‘주거비’, ‘보험료’, ‘저축’ 등의 항목을 보면 뭐 하나 빠질 수 없는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항목들이다. 하지만 ‘도서구입비’ 항목에서 확신이 없어진다. 이만큼의 돈을 내 책을 사는데 써도 괜찮은 걸까하는 의심이 든다.

‘나도 이 정도의 돈을 나를 위해 쓸 권리가 있어!’

‘일 년 동안 책 산돈 합쳐도 명품 가방 값도 안 돼!’

‘책 읽고 잘 살아보려는 거야!’

등등의 말로 합리화를 해보는 한 편,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되잖아. 이거 다 허영이고 물욕이야.’

‘이 돈으로 아이 학원을 한군데 더 보내고, 저축을 하는 게 낫지 않겠니?’

‘책 읽는다고 돈 나오는 거 아니잖아.’

이런 목소리가 나를 망설이고 괴롭히기도 한다. 가장 좋은 대안은 내 책값 정도는 벌 수 있는 수입이 있는 노동을 하는 것이다.

지난 주 글쓰기 과제를 하다가 만난 책이 있다. 사회비평을 하는 미디어 매체의 편집장이 배달과 물류센터, 대리운전 등 ‘플랫폼 노동’ 현장에서 200여 일을 보내면서 쓴 <뭐든 다 배달합니다> 라는 책이다. 저자만의 철학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에 더해 직접 그린 삽화들에 쏙 빠져 읽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이거 내가 해 볼 만하겠는데?’ 그렇게 저자의 책을 가이드 삼아 한 배송업체 일용직에 지원까지 해보았다.

주말 하루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종일 일하고 벌 수 있는 금액을 확인해본다. 음. 이렇게 한 달에 네 번만 일하면 ‘도서구입비’는 온전히 내가 번 돈으로 쓸 수 있겠다. 토요일과 공휴일은 주휴 수당을 받을 수 있어서 자리가 잘 나지 않았다. 주휴 수당을 받지 않는 일요일 주간조(8시~18시)에 근무 신청을 해놓고 드디어 ‘채용 확정’ 문자를 받았다. 오전 7시 집 앞 버스 정류장에 통근 버스가 온다. 출근을 앞 둔 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그것도 경험이 없는 일을 하려니 걱정이 되어 밤새 뒤척였다. 6시 알람이 울리고 씻고 나갈 준비를 마쳤다. 육체노동을 하게 될 터이니 아침밥도 든든히 챙겨먹고 통근 버스 타는 시간보다 15분 일찍 정류장에 도착했다.

탑승 시간 7시가 되었는데 버스가 오지 않았다. 뭔가 잘 못 되었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큰 회사에서 이런 실수가 있을 리 없었다.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고 다시 확인해보니 탑승 장소를 잘못 알았던 거였다. 허무하게 다시 집으로 향했다.

새벽부터 이제 책값은 내가 번다고 야심차게 나선 출근길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일당은커녕 근무지 구경도 못한 나는 입었던 옷을 벗고 누웠다. 그리고 그 날 하루 종일 잠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드러누워 책 두 권을 완독하고 밤이 되어 뭔가를 쓰겠다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일용직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누르고 다음 근무를 신청한다.

아. 책 값 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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