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은 공사 중

동네서점이 내 인생을 바꿨다

by 김모씨

주 1회 서점에 간다. 그날은 아침부터 콧노래가 나온다. 서점 문을 열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예약해놓은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예쁜 잔에 담긴 따뜻한 커피를 분위기 있게 마시며 책장을 넘겨볼 수 있다. 공간에 대한 사장님의 애정 때문인지 방문할 때마다 서가는 물론 작은 인테리어 소품부터 가구까지 조금씩 변해있고 그걸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서점은 집 다음으로 마음이 가는 공간이 되었다.


어느 날, 사장님이 인테리어 공사 계획을 알렸다. 이미 충분히 멋진 공간인데 어떻게 달라질까 궁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정해진 건 아니지만 주로 금요일 오후에 방문하는 나에게 사장님은 금요일까지는 공사가 마무리 될 거라 했다.

수요일 인가 책 주문을 위해 서점에 연락했다. 공사가 길어져 다음 주 화요일 문을 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엔 쌓아둔 책을 읽을 여유가 생겨 좋았다. 방문마다 예약한 책에 서가를 둘러보다 우연히 구매하게 되는 책들까지 읽을 책은 나날이 쌓여만 갔다. 몇 주 전에 구매한 나쓰게 소세키의 책은 한 페이지도 넘겨보지 못했다. 서점이 달라질 동안 밀린 책이나 읽어야지, 했다.

금요일이 되었다. 요즘 남편과 아이는 주말에 집에 있는 일이 드물다. 금요일 오후 캠핑이나 시골 방문을 하고 일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날도 남편은 일찌감치 퇴근해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를 데리고 시골로 떠났다. 홀가분하게 홀로 남겨졌다.

‘이런 날에 서점을 가야하는 데.’


한동안 소파에 누워 책을 읽어보려 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TV를 켜고 채널만 돌리다 오락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 치킨을 주문했고, 배달된 치킨과 함께 맥주 두 캔을 마셨다. 술을 마신 채 책을 읽거나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역시나 잘 되지 않았다. 남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술을 마시고 잠이나 실컷 잔다고 하는데, 나는 맥주를 한 캔이라도 마시는 날은 잠이 오지 않는다. 늦은 밤까지 TV를 켜둔 채 몽롱한 정신으로 뒤척였다.

서점 블로그를 방문해보니 글과 함께 공사 현장 사진이 한 장 올라와있었다. 어디에 이런 공간이 있었지? 다양한 모임을 위해 이용될 새로운 공간이 더욱더 궁금해졌다. 짧은 응원과 함께 서점에 가고 싶은 마음을 담은 댓글을 남겼다.


“서점에 못가서 힘듭니다. 빨리 방문하고 싶네요!”


서점은 나에게 어떤 공간일까? 전국에 있는 ‘동네 서점’을 찾아다니는 투어 형식으로 방문해 보고 싶었다. 처음으로 찾은 곳이 바로 ‘백투더북샵’이었다. 다음 서점을 찾아 나서는 일은 그만두기로 하고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평소 상점 주인이나 직원들이 나의 존재를 알아보고 지나친 친근함을 표현하는 일을 극도로 꺼려왔다. 몇 년 째 미용실 한 군데만 방문하지만 짧은 인사를 나눈 후 직원이 머리를 만질 때는 눈을 감고, 기다리는 시간에는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 영상을 봤다.

그러던 내가 버스를 타고 매주 이곳에 방문하며 사장님으로부터 ‘단골’로 인정받고자 안달이다. 서점 블로그에 들어가 업데이트되는 글마다 하트를 보내고 어서 빨리 방문하고 싶다며 댓글을 쓴다. 정말 어떤 식으로든 ‘동네서점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다.

서점에서 사온 책을 집안 여기저기 전시해둔다. 서점을 다녀오고 어느 날 전시된 책이 모두 바뀐 것을 알아본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단순히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렇지 않아. 넌 그 삶을 좋아하는 거야.”


단순히 읽는 행위를 좋아했다면 인터넷 서점에 책을 대량으로 주문하거나 도서관에서 실컷 대출해서 보면 된다. 남편의 말처럼 나는 ‘책으로 꾸려나가는 삶’을 동경하는 것이었다. 그 삶이 지속되기를, 나의 단골 서점이 언제까지고 함께 해주길 응원하는 마음도 있었다. 요즘은 언젠가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꿈도 꾼다.

일주일을 버틸 힘을 얻는 곳. 공사가 마무리 되는 데로 서점에 방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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