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이 보실래요?

헛짓거리의 총합

by 김모씨

결혼 전 다음 포털 블로그에 글을 적곤 했다. 요즘에는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쓴다. 문득, 예전에 쓴 글이 궁금해졌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다시 로그인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인내심을 발휘하여 어렵게 로그인에 성공했다. 과거의 내가 쓴 글을 읽느라 밤을 새웠다. 요즘엔 하루에 한 권 읽는다고 집착하는데 20대에는 하루에 영화를 한 편씩 보겠다고 집착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란 사람 집착하는 사람) 블로그에 영화를 보고 쓴 리뷰가 많았다. ‘맞아. 이런 영화에 열광했었지.’ 하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하나씩 넘겨보기 시작했다. 영화 <밀양>을 보고 쓴 글 마지막 줄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한 생각은 이런 영화를 보고 이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을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하고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외로움으로 이어지고 아닌 척 하지만 내안에 엄연히 남아있는 아쉬움.”


책 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는 것이 영화 이야기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방구석 1열’이라는 프로그램을 챙겨본다. 주제에 맞게 선정된 두 편의 영화를 보고 진행자와 게스트가 영화에 대해 열심히 수다 떠는 내용이다. 나랑 비슷한 느낌을 받은 출연자의 말에는 반가운 마음이 들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주는 의견에는 감탄을 하면서 본다. 매우 재미있게.


요즘엔 영화를 거의 혼자 본다. 남편과는 함께하는 시간만큼 취향의 차이가 생겨 버렸고 딱히 영화를 같이 보러갈 친구도 없다. 혼자 영화를 보고나서 감동하거나 분노하거나 복잡해질 때면 검색 엔진에 영화 제목을 넣고 평점이나 감상평을 읽으며 감정을 가다듬곤 한다. 그것도 소통이라면 소통이지만 누군가와 영화를 보고 실컷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욱이 요즘엔 영화를 선택하는 것부터 어렵다. 넷플릭스 가입으로 영화보기가 쉬워졌는데 무얼 볼까 고민만하다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많다.


각자 숙제처럼 정해진 영화를 보고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영화 수다를 떨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영화’, ‘천만배우의 데뷔작’, ‘가족’, ‘결혼’ 등의 주제를 던지고 적당한 영화를 두 세편 정해서 한 달간 보고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만나는 거다. 누가 이런 모임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모집 공고를 대충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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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은 생각 같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하고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삼십대 후반 혹은 사십대 초반의 여성들은 어떤 영화를 보며 살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느슨한 연대 의식으로 만나는 지인들에게 조심스럽게 모집공고를 들이밀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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