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잇장 같은 교육관

by 김모씨

요즘 황소윤의 음악을 자주 듣는다. 밥 하거나 책 읽다 쉴 때 하도 틀어놓아 9세 아들도 따라 부를 정도다. 황소윤. 간간히 인터뷰를 본 것도 같다. 뭐 저리 핫하고 멋지게 생긴 처자가 있나 정도로 생각해왔다. 그러다 ‘2021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임되어 잡지 표지를 장식하고 잡지에 실린 커버 인터뷰를 읽으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다.


어떤 책이든 교육서로 읽는 내가 황소윤의 인터뷰에서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인터뷰어: 음악을 시대와 장르 가리지 않고 폭넓게 듣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책 취향도 그런가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갖고 있다는 말에서 클래식한 취향이 엿보이기도 했는데.

황소윤: 제가 그런 이야기까지 했나요? 하하. 기본적으로 옛것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학습은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 서양고전문학 수업을 들었는데 <군주론>, <일리아스> 같은 어려운 고전을 매주 한 권씩 읽고 서평을 썼어요. 당시엔 정말 고통스러웠는데 지나고 나니 너무 귀중한 거예요. (중략) 월간 채널 예스 75호 中


여기까지 읽고 든 생각. ‘아니 무슨 고등학교에서 서양고전문학 수업을 들으며 어려운 고전을, 그것도 매주 한 권씩 읽지?’ 의문은 쉽게 풀렸다. 바로 다음 질문에서 인터뷰이는 그녀가 초,중,고교 모두 대안학교를 다닌 이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대안학교라. 검색 창에 ‘황소윤 졸업 대안학교’를 입력해보지만 학교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나오면 어쩌려구?) 일반학교에서는 저렇게 비범하고 훌륭한 사람이 나올 수 없다는 비약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다가는 고교 내신 5등급이나 나올까 싶은 아들을 떠올리곤 한숨을 쉬기 시작한다.


익숙한 시나리오다. 아이가 4세 무렵엔 영어 유치원에 보내야겠다고 형편도 안 되면서 영어 유치원 입학을 준비한답시고 원어민 선생님을 집으로 모셨다. 아이의 강력한 거부로 쉽게 포기하긴 했지만. 또 뭐가 있더라. 어설프게 홈스쿨링 해보겠다고 미국의 사례를 담은 책들을 독파한 적도 있었다. 홈스쿨링은커녕 숙제 봐주다가도 모자 관계는 쉽게 틀어진다. 이제는 짧은 인터뷰 기사 하나 읽고서 ‘우리 아이 대안학교 보내야 할까봐.’ 하고 있다.


나의 교육관이 종잇장처럼 얇은 것도 이유지만 아무리 봐도 우리 아이가 제도권 교육에서 살아남는 1%, 아니 10%도 되기 힘들 것 같다. 교실에서 낙오될까봐, 상위권을 받쳐주는 들러리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런 두려움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남들은 한 번쯤 “내 아이 천재아냐?” 한다는데 난 아이를 보면서 늘 걱정이 앞섰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나부터 시작되리니. 애매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학창시절 그 어떤 분야에서도 존재감이 없었던 나는 ‘일등급 아니면 의미 없다’라는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를 일등급으로 키울 자신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홈스쿨링이니 대안학교니 다른 노선을 찾으면 희망이 보일까 기웃거리고만 있었다.


답은 없고 고민만 많다. 아이는 분명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아이를 책상에 앉혀 숙제를 시키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어느 날인가 숙제하라는 말을 끝까지 참아보니 스스로 숙제를 꺼내서 하는 기적과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날 이후로 숙제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실랑이가 멈췄다. 아이는 시계를 보고 스스로 시간을 내어 숙제를 한다. 아이만 보면 분명히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결과치로 비교할 때 발생한다. 만약, 예전처럼 전교생이 진단평가를 한다면 우리아이는 몇 등을 하게 될까? 등수로 한줄 세우기와 같은 교육에서 벗어나고자 중학교 1학년까지는 예전과 같은 ‘시험’이 없다. 그럼 중학교 2학년 부터는요? 어차피 수능은 1등급에서 9등급까지 찍혀서 성적 나오잖아요? 대한민국 부모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딜레마이다.


황소윤이라는 멋진 뮤지션의 음악을 즐기다 여기까지 왔다. 음악만 즐기면 될 것을. 아마도 나는 우리 아이를 대안학교에 안(못)보낼 것이다. 아들아. 부디 너는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행복과 너만의 길을 찾기를 빈다. 엄마는. 그걸 못 찾아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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