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고발한다

사회복무요원은 왜 존재하는가

by 고발자a

나는 사회복무요원이었다. 이미 소집해제 된 후로 시간이 꽤 지났지만 사회복무요원 신분으로 경험한 텅 빈 2년의 시간은 지금도 여전히 나를 옭아매고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었던 그 기간 동안 떠오르던 의문들, 그리고 죽기 직전까지 사라지지 않고 나를 괴롭힐 것만 같은 여러 생각과 감정들을 언어화시키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생각과 감정의 발산에 그치지 않고 나의 언어를 사용해서 대한민국을 고발하고자 한다. 내가 태어난 이곳이 더 나은 장소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리고 인생의 황금기를 압류당한, 압류당하고 있는, 압류당할 모든 사회복무요원과 현역병들을 위해서.



사회복무요원은 왜 존재하는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싶다면 먼저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독재자가 질문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까닭은 아마 이것 때문일 것이다. 또한 현상의 본질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질문에 대해 주어진 답변에 수긍하지 않고 끊임없이 꼬리 질문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것이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다.

"사회복무요원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곧 "사회복무요원 제도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과 같다. 그리고 우리는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존재근거에 대한 질문에 앞서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및 사회복지시설의 공익목적 수행에 필요한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문화, 환경안전 등의 사회서비스 업무 및 행정업무 등의 지원을 위한 병역의무의 한 형태로 운영하는 제도
(출처: 병무청)


라고 병무청은 사회복무제도를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상자는

병역판정신체검사 결과 보충역으로 병역처분된 사람

이다.


'병역 의무의 한 형태로 운영' 한다는 것은 곧 군복무를 대체하여 이행토록 하기 위해서(대체복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본디 군 복무를 해야 하나, 특정 이유 때문에 병역 의무를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이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특정 이유에 대한 답은 그 대상자가 '보충역으로 병역처분된 사람'이라는 데 있다. 병역법은 보충역을 이렇게 규정한다.

병역판정검사 결과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다고 판정된 사람 중에서 병력수급(兵力需給) 사정에 의하여 현역병입영 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
(병역법 제5조 中)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신체등위 1~3급 판정자(현역대상자) 뿐만 아니라 4급 판정자 또한 병역법에 의하면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규정된다는 점이다. 세간의 인식과 다르게 정부 또는 최소한 병역법을 입안하는 자들은 신체등위 4급 판정자들이 군인으로서 복무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이 된다고 규정한다.

둘째, 4급 판정자들은 신체적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있으나 병력수급 사정에 의해서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즉 현재는 충분히 군 병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 특정 기준 이하의 신체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을 징병하지 않지만 병력 수급 사정이 안 좋아지면(또는 다른 이유로) 얼마든지 징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괄호 안에 '또는 다른 이유로' 라는 말을 넣은 것은 최근 불거진 사태 때문이다. 이제 4급 보충역 판정자 또한 현역병 복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될 예정이다.(4급 보충역 판정자 원하면 현역 복무한다…병역법 개정) 그런데 그 개정 이유는 병력 수급 사정보다는 다른 데 그 원인이 있다. 이는 너무나 심각한 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에 추후에 개별적인 글로 다룰 예정이다.

정부가 병력수급을 조절하는 방법은 신체등위 판정기준의 변경이다. 몇 년 전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아들 세대가 20대에 접어들게 되면서 병역자원의 일시적 증가로 병무청이 4급 판정 기준을 전보다 완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병력수급사정에 따라 자의적으로 보충역 판정기준을 강화(=현역판정기준 완화)하거나 완화(=현역판정기준 강화)하여 현역병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근거는 신체등위 4급 판정자 또한 현역 복무가 가능하다고 규정한 데 있다. 그런데 이 또한 심각한 문제점이 존재하는 지점이다. 2018년 기준 전체 수검자 중 94.3%가 1~4급 판정을 받았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4급 보충역 판정자 또한 병역법에 의하면 현역 복무가 가능하다고 판단되고 있으므로, 이는 곧 한국 정부가 2018년 신체검사를 받은 30만명이 넘는 인원 중 94.3%가 현역 복무에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는 말과 같다. 정부가 이처럼 터무니없는 병역법과 신체등위 판정기준을 통해 얻는 권력은 그 해 신체검사를 받은 남성 중 95% 정도를 손아귀에 쥐고 마음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는 힘이다. 이런 짓들이 가능한 이유는 이 나라에 고정된 '적정' 현역판정률이란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추후에 자세히 이야기할 것이다.


앞서 사회복무요원이 '본디 군 복무를 해야 하나, 특정 이유 때문에 병역 의무를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이행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위의 보충역 관련 내용은 4급 보충역 판정자들이 군 복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특정 이유'는 설명할 수 있지만 왜 사회복무요원으로서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주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 군 복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있다면, 그 사람은 군 복무를 하지 않고 평상시대로 자신의 삶을 살면 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이 사람이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도록 강제한다. 이것이 모든 문제가 시작되는 지점이며, 대한민국 병역체계가 그 이빨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사회로 갓 내던져진 청년은 영문도 모른 채 목덜미를 물리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병무청은 군 복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사회복무요원으로서 복무해야 하는 이유가 다음과 같다고 말한다.

1.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위해서
2. 효율적인 병역자원 활용을 위해서

1번은 보충역 판정자에게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병역 의무를 위해 아무런 희생도 하지 않는 것과 같기 때문에 많은 것을 희생하는 현역병과 비교할 때 공평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얼핏 보면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이러한 주장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짧게 말하자면, 1번과 같은 주장은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공동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기보다는 일종의 '징벌'로서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 존재한다고 병무청 스스로 시인하는 것과 같다. 병무청은 현역병의 희생을 보상하는 방법이 다른 이에게 하지 않아도 될 희생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고 감히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현역병들의 의사와는 관련이 없으며, 순전히 병무청에 의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정부는 현역병들의 뺨을 시뻘게지도록 때리고는 현역병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안 맞은 놈들도 있는데 내가 때려줄게, 걱정 마. 뭐? 그냥 합의금이나 달라고? 무슨 소리야 저기 안 맞은 놈들도 나름 공평하게 때릴 거라니까? 너만 맞는 게 아니라고." 라고 말하며 사회복무요원들의 볼기짝을 때리고야 만다는 것이다. 다소 속된 비유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만큼 현 상황을 잘 나타내는 비유는 없을 듯 싶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추후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2번은 보충역 판정자들을 '손아귀에 들어온 물고기'로 보는 정부의 뒤틀린 시각이 잘 드러나는 주장이다. 즉 1번이 옳다는 전제 하에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위해 보충역 판정자들에게 '희생' 또는 '손해'가 가해져야 하는 이상, 그리고 현역병의 보수와 연동하여 정상적인 임금 이하로 이들을 이용할 수 있는 이상, 이들을 인력이 필요한 어느 곳에든 집어 넣고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효율적인 것인지, 정부가 효율성을 위해 얼마나 끔찍한 짓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추후에 자세히 다룰 것이다.


앞서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질문과 꼬리 질문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렇다면 병무청의 주장 1,2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질문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1.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맞추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이 사회복무제도의 시행인가?

2. (대개) 20대 남성을 각종 행정 기관, 복지 기관 등에 배치하여 활용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더불어 위에서 다룬 내용들을 종합하여 통찰하면 다음과 같은 질문도 해볼 수 있다.

3. 병역(兵役)은 국민으로서 수행해야 하는 국가에 대한 '군사적 의무'를 의미한다. 사회복무를 병역의무이행으로 볼 수 있는가? 병역 의무라는 미명 하에 군사적 목적과 아무련 관련이 없는 일에 한 인간을 강제로 종사토록 하는 것이 정당한가?

4. 어떠한 사람이 군인으로서 복무하기에 적합한지 적합한지 아니한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가? 안보적으로 심각한 상황이 아님에도 병역의무 대상자에게 총동원에 가까운 징병기준이 적용되는 것을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병력수급의 문제를 특정 세대, 성별의 집중적인 희생으로 틀어막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해결법인가?


앞으로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내용과 함께 사회복무요원의 보수 문제, 시위 금지 문제, 사회적 인식에 대한 문제, 사회복무요원 관련 이슈들도 다루어 볼 것이다. 사회복무요원의 존재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들은 작게는 개인의 삶에 대한 것에서부터 크게는 UN산하 국제노동기구와 위안부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있으며 개인을 파괴하고, 사회의 발전을 둔화시키고, 탐욕스러운 누군가의 잇속만을 채워주고 있다. 나는 이 제도가 사라질때까지 싸울 것이고, 거의 모든 관련된 것에 대한 고발록을 작성할 것이다. 이미 소집해제되어 사회복무제도과 관련이 없어졌음에도 내가 시간을 내어 글을 쓰는 이유는, 악에 가담하지 않기 위해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고 있음에도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을 돕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 정신의 부재가 현재 대한민국 병역체계라는 지옥도를 만들어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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