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 현역병 '선택권' 부여 입법예고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 대한 반대의견서

by 고발자a

국방부가 사회복무요원과 보충역에게 현역병 복무 선택권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에 대한 의견제출은 2020년 6월 8일까지 받고 있으며 온라인 제출도 가능하다. 바위를 치는 달걀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일전의 브런치 을 다듬어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말단 공무원이 읽을지 입법을 주도한 실무자가 읽을지 아니면 읽지도 않을지 잘 모르겠지만 조금의 감흥이라도 주었으면 한다.




이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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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 반대 의견서>

국방부는 이번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에서 '강제노동 협약‘과 국내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충돌에 대한 해법으로 보충역(사회복무요원)에게 현역병으로 갈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국방부의 숨겨진 의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국방부의 입장을 쉽게 정리하면 "보충역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할 어떤 사람에게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있는 선택권도 있을 때, 그 사람이 현역병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걸 본인 스스로 선택한 것이므로 이것은 강제노동이 아니게 된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국방부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까닭을 간단한 비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시궁창물이 담긴 사발 한 그릇과 농약이 담긴 사발 한 그릇을 주고서는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둘 중 하나를 마시라고 위협할 때, 이 사람이 시궁창물을 마신다면 그는 '자발적'으로 시궁창물 마시기를 선택한 것일까요? 어처구니없게도, 국방부가 펼치는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이 사람은 시궁창물 마시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 됩니다. 여기서 시궁창물 마시는 것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로, 농약 마시는 것을 '현역병으로 복무'로, 둘 다 마시기를 거부했을 때 총성과 함께 머리가 박살나는 것을 '병역거부 시 받게 되는 징역형'으로 치환하여 보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어째서 ‘신성한’ 병역 의무 수행이 오수와 농약 음독으로 비유될 수 있는지는 한국에서 병역의무이행자들이 필연적으로 받게 되는 막대한 피해와 그로 인해 비롯된 병역의무이행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국방부는 “ILO는 비군사적 복무라 하더라도 개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지고, 관련자의 수가 적은 경우와 같이 ‘개인적 특혜’에 해당하는 경우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이번 입법을 정당화시키고 있습니다. 최소한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사, 예술체육요원, 공익법무관처럼 특정 자격,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현역 복무 대신 다른 형태의 복무를 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 경우라면 ‘개인적 특혜’라는 위 조건을 만족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개인적 특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국방부의 자기편의적이고 비논리적인 망상에 불과합니다. 만약 4급 보충역 판정자가 충분히 현역병 복무를 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현역병, 사회복무요원 2가지 선택지 중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선택하는 것이 ‘개인적 특혜’라고 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할 것입니다. 반대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현역병 복무를 할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조건을 가졌다는 것과 같다면 현역병 대신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것이 절대 ‘개인적 특혜’가 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자신의 신체적 상태를 고려하면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즉 핵심쟁점은 '과연 현재 보충역 판정을 받는 사람들이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느냐?' 일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4급 보충역 판정을 받는 게 현역 복무에 부적합한 신체적, 정신적 조건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우리 주변을 보아도 과체중, 저체중부터 시작하여 혈압이상, 시력이상, 허리디스크, 미주신경성실신증 등 일상생활은 몰라도 고강도 훈련과 신체활동이 포함되는 군생활 속에서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건강 상태를 가진 사람들이 보충역 판정을 받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현역병 복무에 적합하다는 것은 21세기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또한 보충역 판정자들이 현역 복무에 적합하다면, 지금까지 '슈퍼 굳건이 프로젝트' 따위를 통해서 보충역 판정자들이 신체적 결격사유를 없애야 현역병 지원을 가능하게 했던 이유는 대체 무엇이며, 대한민국은 2018년 기준 신체검사를 받은 남성들 중 94.3%(1~4급 판정자)가 군인에 적합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고대 스파르타의 적통 후예국이라는 것입니까?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법은 상식을 거스르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선택권을 주면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개인적 특혜‘에 해당한다는 국방부의 궤변은 병역법에 의한 보충역의 정의와 맞물리며 얼핏 합당해 보이는 주장으로 둔갑합니다. 병역법은 보충역을 “병역판정검사 결과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다고 판정된 사람 중에서 병력수급(兵力需給) 사정에 의하여 현역병입영 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르면 대중들의 상식과 다르게 보충역은 현역 복무가 가능한 사람들입니다. 단지 '병력수급 사정'에 의해서 지금까지 현역병으로 입영 시키지 않았을 뿐입니다. 즉 현역병이 부족하게 되면 신체검사 기준을 바꿔서 변경 전 보충역 판정을 받게 되었을 사람도 얼마든지 현역병으로 입대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20대 청년을 최대한으로 구속하고 착취하기 위해 진화해 온 대한민국 병역체계의 부조리와 악랄함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어떤 사람이 군복무를 해야 하는지 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판단할 때 실제 그 사람이 현역병 복무에 적합한지 아닌지는 지금까지 정부의 고려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국방부는 단지 병력수급 계획하에 현재 현역병이 적은지 많은지만 고려하는 것입니다. 적으면 더 잡아들이고, 많으면 덜 잡아들일 뿐입니다. 애초에 어떤 사람이 현역병 복무에 적합한지 아니한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은 이 나라에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대한민국은 펜대질 몇 번이면 하반신 마비인 사람도 군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위대한 병역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반신 마비인 사람도 두 팔이 살아있는 한 군대 안에서 무슨 일이든 맡길 만한 일은 있고, 정부는 이 사람이 군대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군 복무에 적합하다고 규정해버리면 그만입니다. 물론 이러한 극단적인 예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덜 극단적인 사례는 지금까지 무수히 많이 존재했고, 모든 부작용과 피해는 복무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어왔습니다. 이와 관련한 김종대 전 국회의원의 과거 날카로운 지적도 뿌리 깊은 한국 병역 체계의 부조리를 부수지 못한 듯 보입니다.

김종대 의원이 현역병의 인권과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현역판정률과 급여의 공적인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국방위원회·비례대표)은 “현역판정률 90%는 말도 안되는 숫자다. 현역판정률 90% 일 때, 윤일병 사태를 주도한 이 병장이 현역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건군 71주년을 맞은 우리군은 아직 단 한 번도 적정 현역판정률과 적정 급여에 대한 공식적인 기준을 적용한 적이 없다”며 “이 기준은 현역병의 인권과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설정해야한다. 그 기준을 만들지 않으면 불행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 군의 병력수급 체계는 국방부에서 연도별 병력소요량을 설정하고 병무청은 단지 목표치에 맞춰 인력을 수급하는 체계다. 소요량은 군사적 필요와 인구절벽 등 사회적 요인을 반영해 설정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무리없이 병역을 마칠 수 있는 ‘적정’ 현역판정률은 고려되지 않았다.

국방부가 적정 현역판정률로 설정한 83%를 유지한 지난 3년 (2016~2018년) ‘현역병 복무 부적합’으로 조기 전역한 병사수는 연 5,000명 수준을, 자살 예방을 위한 관리 프로그램인 그린 캠프 입소자 인원 역시 연 3,500명 수준을 유지했다. 현역판정률이 90%를 넘겼던 2014년, 병무청은 훗날 윤 일병 사건을 주도한 이 병장을 심리이상자로 분류하고도 현역 판정을 내렸다.

[출처] 복무기간 줄고, 월급 올랐다지만... 병사 현역판정률·급여 적정기준 아직도 없다

반복하여 말하지만 대한민국의 징병제 하에서 징병대상자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리없이 병역을 마칠 수 있는 '적정' 현역판정률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존재하지도 않고, 지금까지의 현실을 보면 정부에게는 그러한 기준을 마련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는 듯 보입니다. 복무자가 갈려나가든지 말든지 인원이 모자란다 싶으면 펜대질 몇 번으로 판정규정을 바꾸고 더 잡아들여 꾸역꾸역 군대 안으로 집어넣으면 그만이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현역병 복무 선택권을 주면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적 특혜’가 된다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리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국방부가 아무런 통제없이 마음대로 현역복무적부 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복무요원 복무가 명목상 ‘개인적 특혜’에 해당될지 아닐지도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또한 과거와 비교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현재의 현역 판정율은 병역 자원 감소 문제를 20대 병역의무자를 무리하게 징집하여 해결해 왔다는 것이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재 보충역 판정자들의 건강상태는 대체로 현역 복무에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 상식적 기준 하에서는 현역 복무에 부적합하였을 사람들이 현역병으로 끌려가고 고통 받다가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복무자들의 건강 상태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철저하게 이용가치만 따져 징집해왔던 후진적 병역 체계를 가진 한국이 이러한 상황 속에서 ILO에게 강제노동 예외 적용을 인정받기 위해 ‘개인적 특혜’를 운운하는 것은 국내 실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할 수 있는 국제기구를 기만하려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이라는 비상식적인 제도로 인해 한국의 병역체계는 큰 틀에서 왜곡되어버렸고, 이는 병역의무의 가치가 땅에 떨어지게 된 주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국제노동기구의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면 졸렬한 변명과 말장난으로 체제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번에야말로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전면적인 폐지를 통해 국제적 노동 기준에 부응하고 부끄러운 과거 강제노동의 역사를 반성하며 뒤틀린 병역체계를 바로잡을 기회로 삼는 것이 선진 정부로서의 마땅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입법에 대해 진지하게 재고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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