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돋보이게 만드는 타이포그래피(폰트) 노하우
프레젠테이션 디자인할 때는 누구나 한 번쯤 ‘어떤 서체를 쓸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텍스트를 어떻게 배치하고, 어떠한 서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전체 디자인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에서 서체 선택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떤 서체를 어떻게 선택하여 대상체와 조화시켰는지에 따라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이 한층 더 돋보이거나 엉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레슨에서는 서체 사용에 대한 노하우를 알아봅니다.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최악의 프레젠테이션 서체로는 기본 글꼴인 굴림체, apple gothic 체, 혹은 귀엽고 앙증맞아 보이지만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져 읽기 어려운 팬 사체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만 굴림체와 같은 기본 글꼴을 사용한 흰색 배경의 슬라이드는 청중에게 자칫 성의 없이 작업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특히 apple gothic의 경우는 영문은 가독성이 괜찮지만, 한글의 경우 표현이 말끔하지만 않아 가독이 어렵다고 정평 나있습니다. 귀여운 느낌의 팬 사체는 조형적으로 가독성이 떨어져 청중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며, 읽기 어려워 자칫 시각 공해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귀찮음을 극복해야 잘 나옵니다. 여러 서체들을 일일이 꼼꼼하게 적용시켜본 다음 비교하여 자신의 프레젠테이션과 가장 적합한 폰트를 선별해야 합니다. 서체 종류뿐 아니라 서체 사이즈나 자간, 행간 등을 세밀하게 조절해보면서 누가 보아도 어색하지 않은 최적의 상태가 보이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폰트가 바로 굴림체입니다.. 이상하게 어렸을 때부터 굴림체를 싫어했으며, 길을 지나가다가 굴림체가 발견되면 사진으로 찍어서 보관해놨다가 관공서에 민원도 넣기도 했었다는 ㅋㅋ 그 신고정신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에 '오늘의 구림체'라는 페이지도 개설하였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가입해주세요 : )
https://www.facebook.com/todaygulim/
여러분들의 굴림체 제보를 기다립니다.
거체는 이미 완성된 디자인 요소이므로 서체에 대해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면 프레젠테이션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서체를 이해하려면 우선 서체의 분류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서체를 분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있지만, 다음과 같이 3가지로 분류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명조체
- 본문에서 주로 사용
- 가독성이 좋아서 교과서나 소설책등 다방면에서 활용됨
고딕체
- 본문에서 주로 사용됨(명조체보다 가독성은 떨어짐)
- 내용을 강조할 때 사용
캘리그래피 시체
- 프레젠테이션의 제목이나 소제목용으로 적합함
- 본문에 사용하면 가독성이 떨어짐
명조는 영문으로는 serif라고 합니다. serif는 라틴어로 ‘발’이라는 의미로 글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삐침이 나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단어가 들어가고 한 줄이 넘는 문장을 쓸 때 사용하며, 단어와 단어가 연결된 느낌을 주며 그것들이 한 덩어리로 보이게 만들어줍니다. 글자를 이루는 선의 두께가 변해서 각 글자들을 더 빠르게 인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성적이고 섬세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교과서, 소설책, 신문 본문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고딕은 영문으로 san serif라고 불립니다. 여기서 san은 없다는 의미로, ‘발이 없다’로 이해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명조체에 비해서 훨씬 더 크고 굵습니다. 명조체보다는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아 주로 부제목이나 헤드라인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남성적이며 딱딱한 느낌과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으로 교통 표지판, 신문과 잡지 등의 제목으로 사용됩니다.
캘리그래피는(calligraphy)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폰트 종류로 손으로 쓴듯한 느낌을 주며 책 제목이나, 영화 포스터 등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캘리그래피 역시 가독성이 떨어지는 편이므로 본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각 서체의 종류를 사용할 때는 각 서체가 주는 전체적인 느낌을 이해하고 프레젠테이션 성격에 맞춰 적절한 서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글에는 어떤 서체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용할 서체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은 얼마나 쉽게 읽히느냐입니다. 고딕체는 명조체에 비해서 가독성이 떨어지지만 제목이나 키워드를 표현할 때 쉽게 읽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슬라이드 디자인에서는 최대한 내용을 배제하고 키워드 위주로 많이 표현하는 편이기 때문에 한글 서체로는 깔끔한 고딕체를 추천해드립니다.
04 글자는 생각보다 크게 보인다.
프레젠테이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중에는 멀리서도 글씨가 잘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어진 글자를 무조건 크게 하여 배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슬라이드에서 강조하거나 명확하게 보여야 할 것 이외의 모든 내용을 크게 디자인한다면 청중이 보기에 무척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글자의 크기는 내용의 중요도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에서 가장 절절한 글자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요?
다음 예제 슬라이드를 살펴보겠습니다.
깨알 팁 - 포인트란?
글자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 pt라고 표시합니다.
주로 표지 슬라이드에만 표시하는 프레젠테이션의 제목은 40~50포인트, 그 외의 소제목이나 부제 목은 25~3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본문 슬라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슬라이드 제목은 35~40포인트 본문은 18~2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제시한 값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닌 일반적인 수치를 표시한 것이므로 참고합니다.
저술가인 가이 가와사키는 ‘발표를 들을 투자자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의 나이를 2로 나누면 그 값이 가장 적당한 글꼴 크기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슬라이들 로지의 저자 낸시 루아르 떼는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에서 [라이트테이블] 모드로 전환한 다음 슬라이드를 원래 크기의 66% 크기로 맞춘 다음 그 상태에서 글자를 볼 수 있으면 웬만한 청중도 다 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글자 크기를 정할 때 중요한 것은 정확한 수치를 얼마로 하느냐가 아니라 슬라이드 내에서의 중요지 따라 크기를 조절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레젠테이션 전체의 통일성을 고려하여 다른 슬라이드에서도 비슷한 중요도의 내용은 동일한 크기를 적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프로젝터를 이용하면 모니터 화면보다 글자가 훨씬 더 커 보인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해야 합니다.
슬라이드에서 다양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고 해서 수십 가지 서체를 사용한다면 산만한 디자인이 되기 쉽습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는 의미의 과유불급(과유불급)은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에서도 유념해야 할 사자성어입니다. 다음의 예제 슬라이드를 통해 각각 몇 가지 서체가 사용되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깨알 팁 - 무료 서체 구하기
영문 서체: www.dafont.com
한글 서체: www.forchoon.net/11
윤춘근 무조건 추천 폰트 베스트 3 : www.forchoon.net/813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팬 페이지: www.facebook.com/ppt.keynote
위쪽 슬라이드에서는 2가지, 아래쪽에서는 8가지 서체를 사용하였습니다. 왼쪽 슬라이드처럼 2가지 서체만 사용해도 글자 크기나 굵기 조절을 통해 전달하려는 내용을 충분히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오른쪽 슬라이드에서는 너무 많은 서체를 사용하였습니다. 슬라이드의 가독성이 떨어지고, 다소 산만한 느낌을 줍니다.
한 슬라이드에서 사용하는 서체는 3가지 정도가 적당합니다. 이때 서체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느낌을 살리려면 같은 제품군의 서체(Rix 고딕 L, M, B) 등을 사용합니다. 다른 슬라이드에서도 통일성을 유지하려면 제목, 소제목 등의 동일한 항목에는 서로 동일한 서체를 적용하는 게 좋습니다.
깨알 팁 - 폰트명이 뒤에 붙는 L, M, B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같은 제품군의 폰트를 사용할 때 흔히 폰트 뒤에 폰트명이 L, M, B가 붙습니다. L은 Light, M은 Medium, B는 Bold, EB는 Extra Bold를 의미하며, 굵기를 나타냅니다.
같은 제품군의 폰트를 사용하는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타이포그래피에는 ‘자간’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을 의미하며, 가독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기본 자간의 세팅은 0%로 되어있습니다 자간이 -(마이너스)가 되면 글자 간격이 좁아지고, +(플러스)가 되면 넓어집니다. 예를 들어 한글 소설의 경우에는 본문의 자간을 약 -5~-10%로 좁혀주면 읽는데 불편함 없이 빠른 속도로 본문을 읽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키노트의 슬라이드에서도 미세한 자간 조절만으로도 세련된 디자인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위의 두 가지 예제 슬라이드를 각각 살펴보겠습니다. 글자는 자간이 0% 일 때보다 -5% 일 때가 더 쉽게 읽히고, 디자인적으로도 정돈된 느낌이 듭니다. 자간이 -20% 일 경우에는 사이 간격 없이 글자가 너무 겹쳐져서 슬라이드의 내용을 읽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의도된 연출이 아니라면 자간을 심하게 좁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자간이 +20%인 경우에는 글자와 글자 간격이 넓어져 시원해 보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의 제목 슬라이드에 응용한다면 적당한 디자인일 수 있지만 본문의 자간이 너무 넓은 경우에는 가독성이 떨어져 청중의 집중력이 저하되기 쉽습니다. 서체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본문의 한글 폰트의 경우 자간은 -3~-5%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명조와 고딕은 조형적으로 명확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서체입니다. 언뜻 두 가지 서체가 너무 달라서, 절대 함께 써서는 안 될 것 같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너무 다른 폰트이기 때문에, 어느 특정 텍스트를 강조할 때 사용하면 더 괜찮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 나선 스티브 잡스는 “내 인생의 전환점은 타이포그래피(서체) 수업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아름다움과 고딕과 명조, 여백 등에 매료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만든 매킨토시에 고스란히 집어넣었습니다. 자동 자간 조절 기능(Kerning) 등이 대표적인 기능입니다. 우리가 편하게 마우스 한 번으로 자간과 행간을 쉽게 조절하면서 아름다운 활자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스티브 잡스의 이러한 앞선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1R-jKKp3NA
당시 리드칼리지는 미국 최고의 서체 교육을 제공해주었습니다.
학교 곳곳에 붙어있는 포스터와 서랍에 붙어있는 상표들… (생략…)
그것은 과학적인 방식으로는 도저히 표현해낼 수 없는 아름답고 유서 깊은 예술적으로 미묘한 것이어서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당시에는 이중 어느 하나라도 제 인생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10년 후 우리가 첫 번째 매킨토시를 구성할 때 그것은 고스란히 빛을 발했습니다. 우리가 설계한 매킨토시에 그 기능을 모두 담았으니까요, 그것은 아름다운 서체를 가진 최초의 컴퓨터였습니다. 만약 그때 서체 수업을 듣지 않았으면 오늘날 컴퓨터에는 그런 기능은 없었을 것이며,
매킨토시 운영방식을 따라 한 윈도도 그런 기능이 없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