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영화 포스터로 보는 캘리그래피 포스터 디자인 작업 과정
영화 포스터 디자인은 참 재미있다. 영화를 보기 전 관객들은 포스터로 영화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만들 수 있고, 영화를 보고 난 다음의 관객들은 포스터로 영화에 대한 감동과 스토리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든다. 이러한 점에서 익히 잘 알려진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 포스터는 특히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에서 포스터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대학교 시절 영화 타이틀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디자인을 시작한 지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이지만) 나만의(?) 영화 타이틀 디자인의 과정을 공유해본다.
1. 먼저 영화를 본다.
개봉이 되기 전의 영화를 미리 본다는 것은 영화 스테프로서의 특권인 것 같다. 뭔가 비밀리에 볼 수 있는 쾌감(?)이 있다. 영화를 자연스럽게 보면서 영화 포스터 디자인의 방향을 생각해본다. 어떤 느낌의 영화인지, 어떤 감성을 담아야 할지 등을 영화를 통해 고려해본다. 특히 내가 주로 디자인을 담당하게 되는 영화의 경우에는 포스터 디자인을 위한 스틸 이미지가 따로 제공되지 않고, 거의 대부분이 실제 영화 클립의 스크린숏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장면의 이미지를 포스터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한다.
2. 영화 타이틀 디자인하기
a. 명조냐 고딕이냐 캘리냐
다음은 영화 타이틀을 디자인한다. 앞서 본 영화에 대한 느낌을 되새김하며 디자인해본다. 크게는 명조체를 쓸 것인지, 고딕체를 쓸 것인지, 캘리그래피 디자인을 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번 영화는 나름대로 예술적인 느낌과, 섬세한 감정이 담겨있는 영화인지라, 캘리그래피 스타일로 진행해보기로 하였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제목에 대해 매우 민감한 편인데, 단어로 깔끔하게 떨어지고, 단어 자체가 조형적인 타이틀이 예상될 경우가 가장 좋은 경우다. 이번 영화 타이틀 '열대야'의 경우가 매우 좋은 경우여서, 작업도 시작하기 전부터 매우 기대감(?)이 높았다.
b. 디자인 도구 선택하고 디자인하기
예전에는 (불과 4년 전 즈음) 캘리그래피 타이틀 디자인을 위해서, 실제로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잉크를 찍어 종이에 쓴 다음, 스캐너로 스캔을 받고, 일러스트에서 백터 파일로 변환 한 다음 디자인에 활용했는데, 세상이 그 사이에 좋아져, 이번에는 아이패드 프로의 드로잉 어플인 '프로 크리에이트'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여러 가지 느낌의 디자인을 시도해보았다.
가로형으로도 디자인해보고, 세로형으로도 해보고,
다양한 브러시를 통해 느낌을 최대한 담아본다.
국문을 많이 사용하지만, 해외 영화제 용을 위해서 국문/영문 한벌로 제작을 해두는 게 좋다.
추후에 비슷한 느낌으로 다시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미리 디자인해놓는 게 좋다.
c. 디자인 확정하기
여러 가지 시안들 중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선택한다.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통해서 약간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요즘은 도구들이 너무 좋아져서, 보정작업이 그렇게 어렵거나,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아래의 국문/영문 1벌 디자인을 완성하였다.
3. 영화 포스터 디자인하기
영화 타이틀 디자인까지 나왔으면, 이제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 타이틀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아서 영화 포스터로 만들면 된다. 느낌이 오는 대로 디자인해도 좋지만, 앞서 말한 대로 영화 포스터는 영화의 모든 의미를 함축해야 하기 때문에 감독님과 충분히 사전 콘셉트를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차시 안
영화 타이틀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욕심(?)에서 포인트 컬러만 두고, 과감하게 흑백영화 포스터로 제안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방콕 파타야 올로케이션 영화이기 때문에, 컬러를 모두 살렸으면 했다. 다행히 나머지 디자인과 레이아웃은 잘 넘어가(?)서 수정사항은 거의 없었고, 영문 제목이 국문과 너무 튄다는 의견이 있었고, 다행히(?) 미리 제작해두었던 영문 타이틀로 교체하여, 최종 디자인을 진행했다.
최종 완성된 포스터
이미지 두장을 사용하여, a, b 두 가지로 최종 완성 지었다.
4. 영화 팸플릿 및 기타 배너 디자인
a. 영화 팸플릿 디자인
영화 포스터가 마무리되면, 영화 팸플릿 디자인을 진행한다.
대부분 시놉시스, 핫이슈, 리뷰, 캐릭터, 감독의 내용이 채워지며, 내용은 연출에서 전달해준다.
한정된 지면 내에서 많은 내용을 담아내야 하고, 감독님들은 특히 그 와중에 많은 이미지 컷들이 노출되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깔끔한 레이아웃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해 보인다.
메인 컬러 등은 영화 포스터에서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지만, 들어가는 스틸에 느낌을 따라 변경되기도 한다.
b. 기타 디자인
영화 타이틀 디자인이 나오면, 재미있는 작업들을 많이 할 수 있다.
영화 스틸들에 디자인된 영화 타이틀 로고를 붙이고, 영화 포스터에서 할 수 없었던 잔 재주들을 적용시켜볼 수 있다.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번 영화 제목은 참 디자인해보고 싶은(?) 단어였다. 그래서 나름 재미있게 작업을 했고, 아이패드 프로를 활용하여 작업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고, 기술의 진보(?)를 느꼈던 개인적으로도 만족도가 높은 작업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 사람들이 영화를 검색해보면서, 포스터를 보며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까?
아무쪼록 내가 디자인한 영화 포스터를 통해 이 영화 대박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