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 첫 기고글
이번 달부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그룹인 '얼리어답터'에서 Contributor'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저의 첫 기고글로, 2019년 5월 21일 얼리어답터에 발행된 글을 옮겨왔습니다.
이미 모든 애플 유저들은 알고 있다. 모든 액세서리의 끝은 정품이라는 것을… 알지만 항상 흔들리는 이유는 진짜 너무 비싼 정품 가격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또 대체제를 찾아본다. (후회할 걸 알면서)
액세서리 중에서도 ‘갑 오브 값(?)’은 애플워치 정품 스트랩 시리즈일 것이다. 비싸도 이렇게 비쌀 수가. 반도체 몇 개 들어있고, 전기로 작동하는 녀석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시계 가죽 줄 하나에 19만원이 넘다니. 후덜덜하다.
애플을 사용하지 않는 주변인들은 내가 그 비싼 애플워치 스테인리스 시리즈를 산 것에 놀라고, 월 8천 원을 더 내면서까지 셀룰러를 개통한 것에 한 번 더 놀라고, 19만 8천원짜리 정품 스트랩을 질렀다는 사실에 또 놀란다. 그리고 굳이 그 돈이면 몇 개를 살 수 있겠다는 말을 덧붙인다. (하지만 그런 건 내 머릿속에서 순(간)삭(제)!)
스테인리스 스틸 실버 버전을 사고 나니, 줄질하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지금은 (드디어) 애플워치의 계절이다. 왜냐면 이제 반소매를 입는 시즌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미 요일마다 바꿔 차도 남는 줄들이 있지만, 딱 하나! 갈색 줄이 없다. 사실 애플워치 4를 구매하기 전에 ‘에르메스’ 버전을 살까 말까 망설이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영롱한 빛깔의 에르메스 줄 때문이었다. (물론 에르메스 전용 워치 페이스도 갖고 싶었지만… 아… 다시 생각해보니 여전히 갖고 싶다!) 여하튼 내 왼쪽 손목에는 애플워치 4 스테인리스 버전이 감겨있으니 에르메스를 대신할 대체제를 찾아볼까 한다.
애플워치를 4년째 착용 중인데, 정품 스트랩을 대신할 대체제를 찾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중 가장 큰 착오는 애플 제품을 모방해서 만드는 이미테이션 스트랩이다. (중국판 짝퉁과 정품의 가격이 많게는 20배 정도 차이가 나고, 같은 짝퉁이라도 중국에서 직구를 하느냐, 한국에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사실 중국판은 처음 받았을 때 ‘오 이 정도면 쓸 만한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싸구려의 실체가 드러나더라.
짝퉁 레더 루프는 가장 앞쪽 인조가죽이 벗겨지기 시작하고(두 번 샀는데 두 번 다 그랬다.), 짝퉁 밀레니즈 루프 블랙버전은 뭔가 차고 나면 손목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고,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결국 여러 번 실패를 경험하고 비슷하게 흉내 내서 만드는 제품이 아닌,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만드는 써드파티 줄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주로 다양한 가죽공방의 제품들을 봤는데. 먼저 주문을 받은 후 수공예로 제작하는 방식이 믿음직해 보였고, 가죽의 종류와 마감재, 세부 액세서리(버클도 고급, 일반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까지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업그레이드하다 보면 가격이 거의 15만 원을 훌쩍 넘어가기에 이럴 거면 그냥 정품 가죽 스트랩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선뜻 구매하기가 꺼려진 게 사실이다.
그러던 중에 눈에 들어온 제품은 애플워치용 크래프츠 클립. 나름 프랑스산 가죽에 컬러도 많아 괜찮아 보였다. 가격도 가죽인데 6만8천원이라 합리적인 듯했고.
이 애플워치용 크래프츠 클립은 무려 색상이 32가지다. 개인적으로 스티치나 패턴이 들어간 가죽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바레니아 T’로 결정하고, 블랙, 골든 브라운, 네이비 중 하나를 골라야지 마음먹었다. (아, 어렵다. 돈만 많다면 다 사고 싶다.) 하지만 괜히 여러 개를 한 번에 샀다가 생각보다 별로면 어쩌나 싶어 우선은 하나만 고르기로 했다.
꽤 오랜 시간 고심한 끝에 무척이나 사고 싶었던 에르메스 가죽 컬러를 되짚어보며 ‘골드브라운’을 선택했다. 그렇다. 그 선택은 옳았다.
경제적인 가격에 경제적인 포장이다. 봉투를 열면 비닐에 담긴 스트랩이 짠! 하고 나온다. 첫인상은 ‘오? 괜찮네?’. 색상도 괜찮았다. 까무잡잡한 나의 피부톤과도 잘 맞았고, 여름이라 살짝 걱정했지만, 반소매 옷에도 매우 잘 어울렸다.
아무래도 가죽이다 보니 스크래치가 잘 나는데, 특히 브라운 컬러라 더 도드라져 보인다.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지만 스크래치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고려해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말쯤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한 정품 애플워치 레더 스트랩이 있어서 비교해보았다. 정품 가죽이 보들보들한 재질이라면 이 녀석은 반질반질한 느낌으로, 싸구려 가죽처럼 번쩍거리는 것이 아닌 은은한 광택이 고급스럽다.
애플워치 스트랩을 바꾸면 워치 페이스도 함께 바꿔주는 버릇이 있다. 각 스트랩마다 (몇 개 없지만) 어울리는 워치 페이스가 있는데, 이번 크래프츠 클립은 애플워치 셀룰러 버전에만 있는 ‘익스플로러’의 붉은색 포인트와 매우 잘 어울려서 해당 워치 페이스를 설정해놓았다. (익스플로러가 이렇게 예쁜 워치 페이스인지 몰랐네… 볼 때마다 뿌듯함이란…)
정품에 비해 체결 부위가 약간 뻑뻑하긴 하지만 크게 무리 없이 장착할 수 있었다.
지난겨울에 애플워치를 샀지만, 애플워치는 누가 뭐라해도 여름이 진리의 계절이다.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어떤 줄을 맸는지 눈에 확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줄질’은 매우 성공적인 것 같다. 재질은 물론이고, 마감도 매우 훌륭하다. 일단 지금까지는 매우 만족스러우며, 부지런히 한 달 정도 착용하고 실 사용기를 다시 리뷰할 예정!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 이만하면 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