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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범한츈 Sep 20. 2019

장표(章表) 어원에 대한 추적

왜 회사에선 프레젠테이션 문서를 장표라 부를까? 무릎 탁!!


이게 다 무슨 말이냐


스물아홉, 내 인생의 첫 직장에서 사회인이 다 되었다고 느낀 게, '회사어'(월급체?)의 사용이었다.

머리털이 나고 처음 듣는 단어들이 난무했는데, 그 의미를 모른다면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어려운 단어들이었다.


예를 들면 (회사마다 다 다를 테지만) 이메일 쓸 때 가장 윗줄에 쓰는 '... 제위'라는 표현이 있다.

'본 메일에 포함된 수신자 전부 보시오!' 이런 뜻으로 풀이된다.


수신자 제위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제위'는'여러분'을 문어적으로 표현한 말이라고 함


또,  '지급'이라는 단어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단어였는데, '하게 요청한다'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말이 아닐까? , 영어로 치면 아삽(assap) 정도의 표현일 텐데 이렇게 어려운 말로 표현한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지급'은

1. 매우 급함.
2. <통신> [같은 말] 지급 전보(일반 전보보다 더 빨리 전송하는 특별 전보).
3. <통신> [같은 말] 지급 전화(일반 전화보다 비싼 요금을 내고 더 빨리 통화할 수 있는 장거리 전화).


오 뭐야, 이거 두 개 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들이었군




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 장표.. - 프레젠테이션 문서를 왜 장표(章表)라고 할까?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충격(?)적인 단어는 '장표(章表)'다.

디자인 아이디어를 정리해놓은 프레젠테이션 문서나, 윗 상사분들에게 보고하는 프레젠테이션 문서를 '장표'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윤선임,  소장님 보고 장표 준비 다되었어?'

'선배님, 최신 장표 경로 좀 알려주세요'


평소 프레젠테이션에 관심이 많던 나로서는 '장표'는 생전 들어 본 적 없는 정말 생소 그 자체의 단어였다.


어원의 탄생의 배경은 모르겠고, 신입이 까라면 까야할 터, 나도 모르게 무심코 장표라는 말을 7년 넘게 사용해왔고, 피티 문서라는 말 보다, 자연스럽게 장표라는 말이 입에 더 달라붙게 되었다. 그런데 문득, 다른 회사 용어들은 다 풀이가 가능한데, 도대체 왜 파워포인트 문서를 장표라고 하는 걸까?


구글링을 해보니 우리 회사만 장표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같진 않고,

어원이 있어서 쓰는 말 같은데, 도무지 그 시작은 못 찾겠다.


한자 어미를 유추해보는 것도 어려운데, 여러 가지 구글링을 통해 알아본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한자어로 추려보면  아마도 글 장(章), 겉 표(表)를 쓸 것으로 추측된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해당 단어를 찾아보았다.


장표章表
①표시(表示)를 붙이어 나타냄  ②표시(表示)를 붙이어 나타내는 패(牌)

또 이해가 어려운 단어가 나온다. 표시는 또 뭐람? (다시 네이버 국어사전 검색)


표시 表示
①겉으로 드러내 보임  ②남에게 알리느라고 겉으로 드러내어 발표(發表)함


오, 왠지 제대로 찾은 것 같다.

프레젠테이션 한다는 것은 ②의 의미와 매우 흡사하잖아?




장표란 녀석 좀 더 자세하게 파보자


장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찾아봐야겠다. 그래서 개별 한자어의 어미를 찾아보았다.



먼저 글 장(章)

무려 19가지의 뜻풀이가 있는데, 1번의 의미가 가장 유사해 보인다.
글이나 문장..  그래 프레젠테이션에 글이나 문장이 많지..


1. 글, 문장(文章)

2. 악곡(樂曲)의 단락(段落)
3. 시문(詩文)의 절, 단락(段落)
4. 구별(區別)
5. 기, 표지(標識: 표시나 특징으로 다른 것과 구분함)


주목해볼 만한 건 단어 뜻풀이에 이런 의미가 있다.

①서적() 따위 내용()을 크게 나누는 구분()의 하나. 보통() 편보다 작고 절보다 큼

왠지 프레젠테이션 문서의 기본 단위인 '슬라이드'를 지칭하는 늬양스도 보인다?? - 나의 생각임



두 번째 - 겉 표(表)

겉 표에 대한 한자 풀이는 총 3가지다.


1. 명사  어떤 내용을 일정한 형식과 순서에 따라 보기 쉽게 나타낸 것.
2. 명사  마음에 품은 생각을 적어서 임금에게 올리는 글.
3. 명사  [같은 말] 표적 1(表迹)(겉으로 드러난 자취)


뭔가 잘 못 짚었나 생각했을 때, 세번째 단어 뜻풀이를 보며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아... 이래서 다들 '겉표'를 쓰고, 장표라 읽는구나..


①위. 겉. 겉쪽. 바깥. 바깥쪽  ②표지()  ③품고 있던 생각을 적어 제황께 올리는 글. 경축()에 흔히 씀  ④과문 육체의 하나  ⑤어떤 내용()을 일정()한 순서()에 좇아 보기 쉽게 기록(記錄) 한 것  ⑥성()의 하나


③품고 있던 생각을 적어 제황께 올리는 글.



장표에 대한 모든 의구심이 풀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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