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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범한츈 Jun 01. 2020

어떻게 '피피티'는 프레젠테이션의 대명사가 되었나?

우리나라 파워포인트(ppt)의 씁쓸한 현실

우리나라에서는 '프레젠테이션'을 통칭하여 '피피티'라고 부른다.


사실 피피티는 파워포인트 확장자인 .ppt를 나타내는 말로 화장자를 대명사로 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일텐데,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워포인트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만큼 친숙한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접착테이프를 '스카치테이프', 상처 났을 때 붙이는 밴드를 '대일밴드'로 부르는 것은 자타 공인,남녀노소를 불문한 분야의 최고봉일 때만 이런 대명사를 붙인다. 프레젠테이션을 '피피티'로 부르는 이 상황... 어떻게 마이크로소프트파워포인트가 이렇게 일상화가 되었을까?


'파워포인트'는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시각자료를 돕는 툴로, 1987년 Forethrought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다. 이미 그때부터 머릿속의 생각을 이미지화와 멀티미디어를 조합하여 보여주는 방식이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했고, 이 예상은 정확히 적중하였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파워포인트는 효과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제작을 돕는 툴이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회사에서는 상사를 위한 보고에 의한 보고를 위한 툴, 학교에서는 과제를 위한 과제에 의한 툴로서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에 한 신문기사에서 초등학생 3학년이 파워포인트 스킬업을 위한 단기 속성 과외를 받는다고 한다. 과연 이 초등학생이 이 툴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를 먼저 할지, 과제를 위한 우리나라 특유의 주입식 교육에 지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회사에서는 어떤가? 아이디어 공유를 위해 자유분방해야 할 이 툴에 폰트 사이즈나, 슬라이드 수, 발표 시간에 제한을 걸어 두면서 하고 싶은 말(이미 답장너임에도...)을 요약해서 발표하라고 한다. 파워포인트 기획과 제작이 웬만한 백일장보다 더 어렵다. 아이디어 던지는 사람 따로, 던진 아이디어를 받아 파워포인트를 디자인하는 사람 따로, 다 따로인데 타협점을 찾아내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윤선임, 오늘 오후에 피피티 준비 다 되었어요?'


이렇게 '피피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자의든 타의든 모든 국민이 해야만 할 것처럼 인식되며 프레젠테이션의 대명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피피티가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이 이야기를 듣고 속상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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