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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범한츈 Sep 29. 2019

배달의민족 ‘을지로체’ 미리 만나보기

2019년 10월 9일 한글날 무료배포 예정인 을지로체 미리보기

배달의 민족으로 더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은 2012년부터 매년 새로운 서체를 만들어 배포한다.

뭔가 만들어 배포한다고 하면, 정형화되고 로직컬한 무언가 있을 것 같지만, 우아한 형제들이 배포한 역대 폰트를 보면,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소재들로 폰트로 디자인하기 때문에 매우 친근한 느낌이다.


이 때문에 매년 한글날이 기대되는 이유도 우아한 형제들이 과연 올해는 어떤 폰트를 배포할까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올해 배포될 서체는 ‘을지로체’라는 독특한 이름이어서 관심이 갔다.

원래 네이밍을 보면, 한나체, 주아체, 도현체, 기랑해랑체, 연성체처럼 사람 이름이 등장하지만, 올해는 ‘을지로’라는 지역 이름이 들어가 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었지만, 과연 올해는 어떤 모습의 폰트를 보여줄지 매우 기대가 컸다.


때마침 와이프가 팔로우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인스타 계정에서 이벤트로 을지로체를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는데, 운 좋게도 엄청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이 되어 먼저 을지로에서 을지로체를 미리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을지로체를 만나로 을지로에 가자

이벤트는 을지로에 있는 엔에이 갤러리(서울 중구 을지로 4가 35)에서 열린다고 했다.

대학원 다닐 때 아크릴 깎으러 몇 번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을지로인데, 여기 갤러리가 있다니 약간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갤러리는 정말 골목의 한 부분처럼, 네이버 지도 앱이 없었다면 갤러리 찾기가 참 힘들었을 것 같은 위치에 있었다.


지도 앱은 이곳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주위를 둘러보지 않으면 여기인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무심코 위를 올려보니 아주 우아한 형제스러운 간판이 보였다. ‘을지로체’  여기는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입구도 너무 멋스럽다.

들어가도 될지 의심마저 드는 비밀스러운 문, 문을 열면 ‘끼이이이 이익’  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나 들어왔어요~’가 자동으로 갤러리 내부에 알려진다.



문 열면 바로 전시 시작


문을 열면 바로 동시에 전시가 시작된다.

한쪽 벽면에는 ‘배달의 민족, 을지로체 도시와 글자’라는 페인팅이 벽에 그려져 있다.


이 전시는 공식적으로는 2019년 10월 1일 화요일부터 13일 일요일까지 오픈되는 전시이고,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19시까지라고 한다.

올라오면 벽에 붙어있는 것이 팸플릿이니 가져가도 된다.


전시 팸플릿인데, 예전에 초등학교 때 탐구생활 과제하던 생각이 나게 만드는 팸플릿이다. 을지로 공간에 매달려있는 간판처럼 두꺼운 종이에 붙여있다.

처음에는 전시물 건인 줄 알았는데, 팸플릿이고 무료로 가져가도 된다고 해서 당황스러운...

올해부터 새로운 폰트 시리즈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이번해부터의 주제는 ‘도시와 글자’이며, 올해는 을지로체로 새로운 시작을 연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스토리에 대해서 써놓았다. 너무나 배민스러운 접근이 부러웠다. 특히 맨 마지막 문구.... ‘재밌잖아요’



갤러리 1층에는 그간, 배달의 민족이 만들어왔던 서체들에 대한 레퍼런스들이 바닥과 벽에 무작위로 붙어있다.

한글이 즐비하지만 이국적인 느낌이 들고, 사진으로 찍으면 매우 재미있게 나온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새로 개발된 을지로체를 미리 써볼 수 있다. 위가 모티브가 된 서체이고, 아래가 아무 글이나 쓰면 되는데 신기하게도 이용자의 반 이상이 똑같이 ‘대우기계’만 써댔다 ㅋㅋ

히든 이벤트인지 모르겠는데 ‘을지로체’라고 쓰면 깜찍한 이벤트가 나타나니, 처음 가시는 분들은 한번 눌러보시길...


1층에는 을지로체에 대한 재미난 다큐도 있다. 전체 길이가 짧은 편이니 다 보는 걸 추천!

헬베티카 다큐멘터리를 모는듯한 연출이다. 을지로 거리의 간판이 이름 모를 한 분이 다 적은 글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그것을 캐치해서 을지로체로 재탄생시킨 우아한 형제도 대단하다.


동영상 하이라이트



갤러리가 그렇게 크지 않다. 1층을 다 보고 2층으로 간다.



2층으로 갑니다!

옛날 건물의 뼈대를 그대로 두고, 리모델링했는데, 이런 느낌은 을지로 공간의 특징이 되고 있다.


2층에 올라오면,  을지로체의 사용 예시들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다.

서체 개발을 위하여 레퍼런스를 많이 보은다고 하는데, 그중 하나인 듯

을지로체로 써진 축, 멋, 복, 헐, 굿, 짱.. 놀라운 건 이 스티커가 모두 공짜였다. 필요한 만큼 가져가도 된다고 하여 엄청 챙김 ㅋㅋ

바닥에도 조그마한 깨알 같은 스티커들도 엄청 많았다. 재미난 문구들이 많은데, 가서 확인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내용들은 생략한다. (잘 보면 보인다)

한 쪽벽에는 을지로체의 2350글자가 모두 다 적혀있다. 디지털화되어 이제 키보드로 치면 나오겠지만, 사실 이 한 자 한 자를 디자이너가 종이에 직접 하나씩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디지털화시켰다고 한다. 한글은 매우 쓰기에 편리할 글자지만, 서체를 만들기 위해, 일일이 한 글자 한 글자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은 매우 힘들다.

모든 폰트가 빠짐없이 들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이 안 되는 몇몇 글자도 있겠지만..)

한쪽 방에는 역대 우아한 형제들의 서체들이 전시되어있다.

개인적으로는 도현체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제일 싫은 건 기랑해랑?ㅋㅋ)


역시나 천장을 그대로 두고 리모델링했다.

배달의 민족은 정말 디테일하다. ‘풉’하게 만드는 게 이들의 특징인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지붕에도 저런 풉하는 재미를 주었다.




갤러리가 넓지 않아서, 30분 정도면 다 보고도 남는다.

무료 전시니 한번 가볼만하고,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한번 가볼 것을 추천한다.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에 보이는 을지로 간판들이 새롭게 보였다.


시대가 변해서 이제 손글씨는 많이 보이지 않지만, 20-30년이 지난 손글씨 간판에서 어떤 디자이너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그로 인해 스토리를 찾아내고, 을지로체라는 글꼴을 만들어낸다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롭고, 이런 바람직한 도전이 계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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