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서울역을 상상하며 전시 보는 재미
지금 알려진 서울역 말고, 바로 옆에 위치한 옛 서울역은 1900년 7월 '남대문 정거장'으로 시작한 작은 역이었다. 그 후 경의선(1902)과 경부선(1905)이 개통되고 1925년 지금의 서울역(경성역)이 완공되었다.
남만주철도주식회사가 지은 건물로 르네상스 양식을 차용한 서양식 건축물이다. 명확하게 누가 설계했는지는 알 수 없고 당시에 건축가이며 도쿄대학교 교수인 쓰카모토 야스시의 이름이 적힌 도면이 발견되어 그가 설계했다고 추정할 뿐이다. 일본의 도쿄역이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역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복원 과정에서 스위스의 옛 루체른 역 사진이 발견되었다. 사진에서 보면, 루체른 역과 서울역은 쌍둥이처럼 닮은 역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루체른 역은 서울역보다 30년 이전에 지어졌으며, 이 역은 화재로 소실되어 형상을 알 수 없다. 지금의 서울역을 보면서 루체른 역을 상상할 수 있다.
1960-70년에 한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이용객수가 증가하자 1988년 서울역 서측에 민자역사를 새로 지어 규모를 확장하였고, 2003년 현재의 서울역이 지어지면서 다음 해 기차역을 모두 이전하였다. 그 후 이 건물은 3년간 복원 공사를 거쳤고 2011년부터 현재의 문화역 서울 284로 재탄생하게 된다.
문화역 서울 284는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내가 초등학생 (아마도 1995년) 때, 지금의 옛 서울역을 왔었는데, 그때 당시 클래식한 건물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던 기억이다. 그때는 참 크고 넓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왜 2004년에 새로운 청사를 지었는지 알겠다
완공 당시에는 일제시대 서울(경성)에서 가장 큰 랜드마크였을 텐데, 지금은 빌딩 숲에 둘러싸여 어쩐지 짠한 모습을 하고 있는 듯하다. (맞은편의 서울스퀘어 건물이 너무 황금색으로 빛남)
현재는 타이포그래피 관련 전시(타이포잔치 2019: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를 하고 있다.
2019년 10월 6일~ 11월 3일까지 진행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자세한 전시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
원래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많아 와이프와 함께 문화역 서울 284를 찾았다.
전시도 재미있었지만, 옛날에 왔던 기억도 나고 옛날 서울역을 생각해보며 전시를 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했다. 예전에 방문해보았거나, 서울의 건물 문화유산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중앙홀
옛 서울역의 중앙홀은 12개의 석조 기둥이 상부의 돔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동 서쪽에는 커다란 반원의 창이 나있고, 천장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역사를 비추고 있다. 빛이 직접적으로 닿지는 않는 것 같고, 히스토리를 보니, 최초의 그림은 아니고, 한국전쟁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현재는 태극문양을 중심으로 강강술래를 형상한 모습이라 한다.
이 시계는 1925년 경성역이 생길 때부터 함께 설치된 시계로 '파발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지름이 약 160cm로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시계였다고 한다. 이 시계는 한국전쟁 후 3개월 정도 멈춘 것을 제외하면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1951년 1.4 후퇴 당시 역무원들이 이 시계를 해체하여 함께 피난길에 올랐다고 하니, 보존의 가치가 대단하다.
누가 기획했는지 참으로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랜 기간 사용해왔던 기차역을 복원하여 전시장으로 다시 시민들에게 오픈했다.
그리고 그 기간은 일제시대를 거쳐온 시간이며, 그 공간은 다양한 이야기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공간이 가진 이야기들도 많은데, 거기에 또 새로운 전시를 열고 그 이야기까지 같이 전하니, 그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상당하다.
전시홀의 이름도 다 옛날 이름을 그대로 두고 전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3등 대합실, 1,2등 대합실, 귀빈실, 차 대실 등등...
3등 대합실
사실 타이포잔치를 보러 간 곳이었는데, 우리는 건물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ㅎㅎ)
전시 퀄리티도 괜찮았다. 전시 내용은 몇 장의 사진을 통해 상상해보고, 직접 가서 보기를 권장
1.2등 대합실, 부인 대합실
1층 2층을 이어주는 계단
좌측에 보이는 창이 현재의 복원 전시실로 사용하고 았는데, 이발실이었다고 한다. (그 옆은 화장실)
당시 거울이 달려있던 자국이 그대로 남겨져 있고, 당시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도록 복원해두었다.
그릴(grill)
그릴(grill)은 서울역 2층에 위치하고 있던 레스토랑이다. 서울역 준공과 함께 오픈했으며 넓은 홀과 높은 천장, 화려한 샹들리에, 은촛대, 40여 명의 요리사 등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해방 뒤에는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 대통령과 최무룡, 김지미 등 1급 배우들이 찾았다.
홀 옆에는 주방도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음식 창구와 음식 엘리베이터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특히 이 엘리베이터 시설은 국내 최초의 사례다. 지하의 주방과 연결되어있었다.
차대실
차대실 옆 계단
차대실 옆 계단인데, 유리창에 비친 빛이 너무 예쁘다.
귀빈실
완전히 옛 모습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고증을 고쳐 재탄생한 귀빈실
대한제국 황실과 국가 귀빈, 역대 대통령이 이용했다. 기록에 보면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도 여기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역장실
문화역서울 284를 둘러보다가 문득 두 달 전 다녀왔던 런던의 테이트 모던이 떠올랐다. 규모장의 문화역 서울이 훨씬 작지만, 장소가 가진 이야기를 살려 시민들을 위한 무료 전시장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시작이 같다. 이런 재미있는 공간들이 서울에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