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 디자인에 대한 짧은 단상
GUI는 Graphic User Interface의 약자로, 흔히 디스플레이가 포함된 제품(대표적으로 모바일, 텔레비전, 요즘엔 냉장고, 자동차 등등..)을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상에 표현되는 그래픽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아주 재미난 분야다. 그래픽을 표현하는 일이므로 디자이너의 역량이 필수적이고, 최종적으로 엔드유저들이 보게 되는 화면인 GUI는 오직 디자이너만이 할 수 있다.
이렇게만 설명을 하면, 단순히 GUI디자이너는 그림쟁이(최첨단의 포토샵을 이용한)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GUI를 작업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UX시나리오인데, UX에서 필요한 내용대로, 그냥 UX시나리오에 그려진 내용을 그려내는 사람이라면 그림쟁이라고만 해도 되겠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GUI디자이너는 그림만 그리지 않는다.
UX시나리오 입수 후 GUI를 입히기 전에 Flow를 파악하고, GUI가 입혀지고 난 다음의 모습도 상상하여, Flow를 검증하는 작업도 겸한다.
나는 GUI과정에서의 이 상상력 또한 GUI디자이너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디스플레이에서 실제로 동작되게 될 모습이 상상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변수들을 예상할 수 있고, 혹여나 빠지거나, 불편할 수 있는 UX동작을 찾아낼 수 있다.
이 다음 과정에서 UX 디자이너와 GUI디자이너들의 의견 충돌이 자주 발생된다.
일을 하다 보면 그냥 UX시나리오에 표시된 대로 GUI디자이너가 그려주기를 바라는 UX 디자이너들이 있다. 여기에 더해서 자신의 개인적 디자인 스타일까지 반영해주기를 바라면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서 보여주기도 한다.
UX 디자이너는 구조 짜는 사람, GUI 디자이너는 그림 그리는 사람의 쓸데없는 구분을 짓지 말고,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게 중요해 보인다. 결국 모든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좋은 사용성을 가진 좋은 디자인일 것이다.
나는 GUI는 그림쟁이라는 프레임이 싫다. 그래서 우리 회사도 최근에 GUI팀에서 인터렉션(Interaction) 팀으로 이름을 바꾼 조직이 있다. 인터렉션이라는 단어가 첫인상이 모호하긴 해서 아직도 회의에 들어가면 GUI팀이라고 소개하긴 하지만, 디자인 영역에 대한 구분을 짓지 않아서 좋은 방향인 것 같다.
GUI디자이너의 강점은 참 많다.
서두에서 잠시 언급한 상상력 때문인데, 그 상상력은 선행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사실, 상상력에 기반한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그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효과적으로 시각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안다. 여기서 시각화할 수 있는 방법이란, 그냥 단순히 좋아 보이게, 있어 빌리티 하게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따위나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누군가를 제대로 설득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한다는 뜻이다.
내가 디자인한 결과물에 대해 역으로 논리를 만들고, 그 결과물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미지든, 영상이든, 사운드든, 프레젠테이 셔이든)을 활용할 줄 안다. 디자인의 최종 목표는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GUI디자이너들에게 특화되어있다.
흔히 GUI 디자인(넓은 의미에서 프레젠테이션 디자인도 포함)을 하면서 자주 언급되는 속담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다. 나는 이 속담이 좋은 디자인을 표현하기 위한 비유로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GUI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이쁘게 보이도록만 만들지 않는다.
떡이 보기 좋아서 먹기보다는, 떡을 먹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는 일이 UX/GUI구분 없는 디자이너들이 하는 일(해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