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는 이유, 인도에 가는 이유
첫 자유여행으로, 인도를 선택했다. 지금껏 다녀온 뉴질랜드, 사이판, 싱가포르와 여행 스케일이 아주 다르다. 휴학을 하기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년전 나는 휴학을 하는 동안에는 해외를 나가고 싶었다. 나는 스물 두살까지 해외를 나가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두려움이었을까, 무엇이 문제였을진 모르겠으나. 별 욕심이 생기지 않았었기에. 2016년이 시작되자마자 뉴질랜드로 6주간 단기어학연수를 다녀오게 되었다. 사실 지금에서야 밝히는거지만 내가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가게 된 큰 이유는 뉴질랜드가 좋아서, 여행을 하고 싶어서도 아닌 훗날 다른 큰 나라로 여행할 때 우리 아빠가 조금이라도 덜 충격을 먹었으면 해서였다.
이게 왠 소린가 싶겠다. 풀어 설명하자면, 우리 아빠는 나를 너무나도 아끼시고 사랑하시기에 홀로 여행가는 것조차 허락하시지 않으셨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 이야기는 하면 끝이 없으니 여기까지만.
그래서 나는 3학년때 들었던 설득 커뮤니케이션 수업의 내용을 응용해보기로 했다. '설득의 심리학' 책에서 읽은 내용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원하는 것을 바로 말하지 않고 그보다 이루어질 확률이 적은 것을 먼저 말하는 것이었다. 이 설명으로 따지면 논리로는 맞지 않으나, 그저 아빠에게 적응을 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처음 한 두번이 쉽지 않지, 몇번만 반복하게 된다면 나중에는 어렵지 않을거란 생각이었다. 그렇게 떠난 22살의 첫 4박 5일 국내여행, 허락해주지 않는 아빠 앞에서 ppt로 여행계획을 보이며 허락을 받고 저녁에는 전화 한통씩 하며 여행을 하는걸로 허락받았다. 처음이라 나도 떨렸기에 여행 가이드북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제는 여행갈때 허락을 받지 않고 거의 통보를 하는 수준에 이르렀기에. 이제 국내가 아닌 해외로 여행을 가보자 싶었다.
요즈음 가까운 일본과 대만, 홍콩이 지갑이 가벼운 대학생들의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고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마찬가지) 혹은 대학생들의 버킷리스트로 훅 떠오른 유럽여행도 붐처럼 뜨고 있다. 실제로도 내 주변에서도 유럽을 다녀온 사람은 셀 수 없을정도로 굉장히 많다. 그렇기에 왜 인도냐 싶겠다.
뭐 설마 영화보고 ?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인도풍의 영화를 좋아하기에 인도영화로 유명한 몇개의 영화는 보았다. 세얼간이, 지상의 별처럼, pk 등. 신나게 노래 부르고 춤추고 알록달록한 사람들의 옷에 끌렸고, 그 큰 눈망울은 너무나도 선해보였다. (물론 겪어보기 전이라 이렇게 생각하는거일지도..^^;)
내가 인도여행을 마음먹게 된 주된 세가지 이유로는
고니언니와의 여행 / 출사여행 /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기준을 허물기 위해서 로 요약할 수 있겠다.
나보다 두살이 많은 고니언니와의 인연이 어느새 3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블로그를 했던지라 나는 내가 동경하는 몇몇 블로거들을 이웃신청 한 후 친해지곤 했는데, 그 중 한명이 고니언니다! 사진도 잘 찍고, 컨텐츠를 만드는 능력도 뛰어나 늘 언니와의 여행을 꿈꾸곤 했는데 그런 언니가 '인도 여행 할래에???' 나즈막히 건넨 한마디에 홀딱 넘어갔다. 언니가 인도에서 오랫동안 지내기도 해서 든든하기도 했고, 그리고 인도여행은 함께 갈 동행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배낭여행의 끝판왕이라는 소리를 들어왔었기에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지금이 기회다 싶었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내게 제일 큰 이유는 고니언니다. 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이기 때문에다. 훗날 여행이 끝나고 다시 후기 포스팅을 올릴때 언니와 어떤 일들이 있을지 설렌다. 가기전부터 여러 일들이 있었기때문에 사실 글 쓰는 지금도 전혀 가늠이 가지 않는다.
두번째 이유, 출사여행. 캐논 650D를 손에 쥔 지 어느새 4년이 다 되어간다. (와우, 오래도 썼다..) 풍경사진으로 시작해서, 학교에서 동아리 임원을 할때는 인물사진과 인물사진이 있는 풍경사진을 찍었고 - 대외활동을 할 때는 대외활동 스케치, 제품 사진 등 참 다양한 용도로 카메라를 사용했다. 이제는 누구에게나 당당하고 떳떳하게 사진이 취미라고 말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달까. 그런면에서 인도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여행지이다. (내가 알기로는) 사진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인도인들. 여행과 더불어 언제 이렇게 그들의 인물사진을 찍어볼 수 있을까 싶었다. 사진을 찍기 좋은 여행지는 참 많지만 인도는 색다로운 매력으로 나를 이끌었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나만의 기준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각에 눈뜨고 싶어서다. 인도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마냥 긍정적인 인식만은 아니다. 내가 인도에 간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했을때, 나를 믿어주고 온전히 지지해주는 사람들도 반신반의하는 의견이 많았으니까. 위험하다는 생각을 떨치기는 힘든 곳인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문화가 있고 종교가 있고 사랑이 있는걸로는 다를바가 없다. 중학생 3학년때까지 나는 엄청난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중학교내에선 줄 곧 성적이 좋았던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을 했고, 고등학교는 다른 지역으로 진학했다. 대학교도 최대한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 올라가보자 싶어 지금의 자리에 왔다. 내가 살아오는곳이 진리가 아니라는 것은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기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벗어나 소위 말하는 문화적 충격을 먹고 싶었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 나는 인도에 간다.
대한민국에만 해도 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사람들의 성격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똑같진 않을 것이다. 살다보면 갖게되는 나만의 시각, 시선, 기준들. 이것들을 가지며 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믿는다. 세상을 더욱 넓게 바라보는 눈을 갖고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살아가고 서로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깊은 요즘. 그래서 나는 인도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