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kyoung Jun 09. 2017

별이 빛나던 그날 밤에, 은하수를 만나다

주 제 미 정 (3)




어둠 속 별이 쏟아지고, 어려서 말로만 듣던 은하수를 보기 위해 떠나게 된 것은 6월의 초 토요일 밤 아홉 시가 넘어서 였다. 3월부터 시작된 졸업과제 팀플 모임은 공모전으로까지 이어졌고, 공모전 지역 발표 전까지는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는 날들이었다. 그런 나에게 은하수를 보러 가자는 한 오빠의 제안이 있었고, 시험기간이 다가오지만 그런 것쯤은 14학점을 듣는 4학년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함께 합류하게 되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충청북도 보은군 월정리에 홀로 서 있는 나 홀로 나무였다. 교대역에서 그린카를 이용하여 약 1시간 30분을 밟으니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 시각은 약 11시가 넘은 시간, 아직 달이 지지 않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은하수를 보기엔 밤하늘이 너무나 밝았다. 그믐 때 맞춰 촬영을 나간 6월 3일, 달이 지는 시각은 약 새벽 1시 30분이 넘어야만 했다. 어서 은하수를 보고 싶은데! 시간은 왜 이리 가지 않는 걸까? 밝은 달은 그런 우리를 보고 곧 갈 테니 조바심 내지 말라는 듯 환히 웃어 보이는 듯했다.



해가 지고 뜨는 것엔 익숙한데, 달이 뜨고 지는 것엔 익숙하지 않았다. 아침이면 해가 뜨고, 저녁이면 해가 진다. 생각해보면 해가 지고 있는 초저녁에 달을 본 기억이 많았지만, 달이 지는 것은 본 적이 없는 듯했다.

돗자리를 깔아놓고 길가에 앉았다. 그리고 누웠다. 이렇게 깜깜한 어둠의 밤을 만난 적이 참 오랜만이었다.


빛나는 북두칠성
누워 있으니 보이는 모습. 오른쪽 하단에 은하수가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다.


누워 있으니 들려오는 개구리의 이야기, 반딧불이의 여정, 별의 인사. 그리고 고요한 새벽의 소리까지.


내 삶이 이렇게 조용했던 적이 있었나,

어두컴컴한 인생 중 저렇게 빛나는 순간이 있었나.


새벽 한시 반이 지나자 은하수는 눈으로도 볼 수 있을만큼 밝게 폈다
세로로 찍어 본 은하수, 그리고 그 주위를 이루는 별들


모처럼 나에게 주는 선물이랍시고 따라나선 은하수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만큼 외로웠다.


너무나 조용한 이 곳은,

너무나 어두운 이 곳은,

그렇기에

너무나 빛났던 이 곳은,


늘 바쁘게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의 생기는 외로움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나였다.


바둥바둥 무엇을 바라보며 지냈는지 모를, 문뜩 떠오르는 지난 날들.

누구보다 멋진 삶을 살아보겠다며, 성실히 살아갔던 날들 속에서도

아직도 찾지 못한 답이 여기 있었다.

 


우리 인생은 은하수와 같았다.


시기를 맞추지 않으면 만나기도 힘들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볼 수도 없는,

하지만 그렇기에 마주하게 되면 너무나 찬란한 순간이 삶과 같았다.



대학생만 되면 답이 보일 것만 같았던 철없는 고등학생 시절이나,

4학년이 되면 정확한 진로를 알 것만 같았던 혼란스러웠던 대학생 1학년이나,

당장 취업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이 된 지금이나,


지금껏 한 번도 빛나는 밤하늘을

본 적이 없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주변의 빛의 공해로

일상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날들이었다.





지금이 나에겐 은하수인 인생이고,

 별로 가득한 인생인데

당장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숱하게 눈물 흘렸던 날들아.

끝없이 가득한 별 하늘이 보이지 않더라도,  

이제는 조금만 덜 슬퍼했으면 좋겠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렇다고 해서 빛나지 않은 존재는 아니니까.





은하수와 별을 찍어보겠다며 그믐 때, 달이 떨어질 시간에 맞춰 갔던 보은군 나홀로나무.


어설프게나마 별 사진을 도전해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제대로 은하수와 별을 찍어보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부족한 사진이지만 처음이기에 더욱 뜻깊고, 느낀 점이 많았던 출사였습니다.


은하수라는 것은 해외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직접 눈으로 담고 보니 정말 대한민국 구석구석 갈 곳이 참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녕하세요. 광고를 전공하고 있는 4학년 대학생입니다.

여행과 사진 찍기, 캘리그래피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오래전부터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을 소원하고 있었습니다. 어설프게나마, 주제 없이 머릿속 생각을 그려보려 합니다. 주제가 없는 것이 내 인생이기에, 글 또한 주제가 없어도 '이 사람의 인생이구나' 해주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자 _ 검은 그늘 뒤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