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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kyoung Sep 03. 2017

필름으로 바라본 1박 2일의 부산

첫 필름카메라, 코닥 펀세이버와 함께하다 


광고회사에서의 인턴이 끝났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언제 지나갈까 싶었는데,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인턴이 끝난 다음 날, 개인적인 스케쥴로 부산으로 슝 내려왔다.
일로 온것이기 때문에 부산에 내려와서도 한동안 바다냄새를 맡지 못했고, 

함께 한 사람들이 늘 학교에서 보던 사람들이라 부산이라는 실감이 전혀 안났다. 



소니 디지털 카메라로,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물론 시간이 나면 팀원들과 광안리 해수욕장에 밤늦게 가서 즐기기도 했다.

그래도 나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고, 

이를 미리 예상한 탓에 함께한 동생과 하루 더 부산에 남기로 결정했다. 



나와 동생은 해운대에 숙소를 잡았다. 평상시면 잡지 않았을 가격대의 오션뷰 호텔로. 

돈을 아끼고 개인적인 물욕(?)이 많이 없는 나에게는 상당한 투자였다. 하지만 이 숙소로 잡은건 여행내내 제일 잘한 일이 되었다. 아침 햇살 일어나 오션뷰를 보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지 않던가. 


그리고 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건, 다름 아닌 '필름카메라' 때문이다. 갑자기 필카 이야기냐함은, 누구보다 여행사진을 찍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 디지털이 아닌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행위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은 그저 1박 2일 여행후기와는 다를 것이다. 오로지 필름을 위해 쓰는 글이며, 필름으로 함께 해서 나올 수 있는 글일 것이다. 


아이폰으로, 필름카메라를 담다. 


사진찍는 것을 참 좋아하는 나에게, 필름 코닥 펀세이버는 친구가 생일 선물로 주면서 찾아왔다.

너가 담아낸 필름이 궁금하다며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선물해 주었던 것.

2013년 2월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으니, 어느새 사진을 찍은지도 5년차인데 필름은 처음이라니. 뭔가 부끄러우면서도 설레는 마음이다. 필름을 위한 글을 써보니 생각해보는 이유, 내가 필름을 시작하지 않았던 것은 무언가를 시작하고 도전할 용기의 부족과 금전적인 문제였던 것 같다.  무언가 시작하기 위해서는 항상 충분히 알아보고 시작하려는 성격탓에 때로는 도전하는 용기가 부족하다. 이럴 땐 주변사람들의 부추김이 참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를 먼저 알고, 나에게 행동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사람들에게 늘 감사하다. 

그렇게 시작된 이번 필름으로 바라본 부산. 편의상 장소로 나누어 글을 써보고자 한다.



1. 태종대


부산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태종대. 나 또한 태종대는 첫 방문이 아니다. 

2년전 친구와 함께, 이번엔 좋아하는 동생과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 

뜨거웠던 태양이 점점 저 뒷편으로 넘어가 울긋불긋한 하늘에 시원하게 불어오는 부산의 바닷바람이 그저 좋았다. 태종대에 오면 항상 찍게 되는 게 태종대의 시그니처인 빨간 조형물과, 사람들을 태우고 계속 돌아다니는 유람선이다. 고요한 태종대의 바다에 한줄기 꽁무니 그림을 그리는 듯한 저 모습을 좋아한다. 

소중하게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어 좋았다. 해가 더 중천에 있었으면 더 많이 사진을 찍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런 색감도 그때만 나올 수 있기에 후회하진 않는다. 



2. 미포철길 


부산에 어느새 3번째 방문인데, 그 유명하다는 미포철길에 가본적이 없었다.

해운대에 숙소를 잡았고, 그 숙소는 미포철길과 가깝다는 이유로 아침에 눈뜨고 바로 향했다.

동생과 함께 미포철길을 배경으로 발사진을 찍는데, 내 손가락인지 머리카락인지 모를 무언가 때문에 내 시선을 오로지 보여주지 못했다.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조심해야할 점이 손가락이 나오지 않도록 한다는 점인데, 저 사진의 경우 이름 모를 무언가가 나오지 않았으면 오른쪽이 상당히 허전할 뻔 했다. 뭐 이런저런 이유로 또 마음에 들게 되었다. :) 



3. 해운대해수욕장 


해운대 해수욕장은 참 오랜만이었다. 1년전 여행에서도 해운대에 숙소를 잡고 동백섬을 가긴 했지만, 해수욕장에는 근처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약 2년만인가. 이때 8월말의 서울 날씨는 비가 내리고 슬슬 추워지던 때였는데, 부산은 그깟 날씨는 별것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내 기억속의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날씨를 보여주고 있었다. 여름내내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일을 하느라 검게 타버린 사람들, 끝나가는 여름을 즐기기 위해 튜브를 타고 파도를 즐기는 사람들, 아이의 노는 모습을 파라솔 아래에 앉아 바라보는 사람들 등등. 8월 말 부산은 여전히 여름이었다. 8월, 여름이었지만 내내 추웠던 내 마음을 안아주듯 너무나 뜨거웠던 날이었다.



 4. 동백섬 


해운대 부근 여행지에서 한 곳만 갈 수 있다고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동백섬을 고를 것이다. 우연치 않게 작년 봄 찾아갔던 동백섬은 걷기 좋은 숲속안의 숨겨져 있는 바다가 있는 그런 느낌. (사실은 모두가 아는 여행지이지만) 해운대 해수욕장이 보이고, 부산의 바다와 건물, 다리, 등대, 누리마루 APEC하우스까지 뭐하나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다. 작년에도 가장 좋았던 이 곳을 필름으로 담아내니 또 다른 느낌이다. 모든게 멈춰있는 것 같지만 그 속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기분이다. 



5. 송도해수욕장 

부산역에서 가까운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 개장한지 가장 오래되었다는 곳인데, 가볼생각을 안했던 해수욕장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으로 자주 찾고 싶은 여행지가 될 것 같다. 잘 알려진 해운대, 광안리와는 달리 정적인 마을 속 사람들의 터전인 해수욕장인 느낌이들어 더욱 좋았다. 물론 시간대가 해가 지기 시작한 시간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주변 건물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저 동네도 돌아보고 싶었다. 물론 필름카메라와 함께.



6. 송도해수욕장 옆, 스카이워크 

생각치도 못하게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어버린 송도해수욕장 스카이워크. 해질녘 모습이 안아름다운 바다가 어디있겠냐먄은 케이블카가 함께하고, 국내 최대의 길이인 스카이워크가 있는 이 곳의 조합은 오버를 더 하자면 감격적이었다. 필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태였다만, 필름이 많이 남았으면 난 이곳의 구석구석을 담았을 것 같다. 




하나의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함께한 부산 1박 2일 여행. 

27개의 사진을 아끼고 아껴 꾹꾹 소중히 눌러 담은 내 필름 카메라 사진들.

늘 디지털로만 사진을 찍어왔는데, 말로만 듣다 직접 필름으로 담아보니 왜 이렇게 순간순간이 소중한지.

사진을 당장 볼수도 없고, 손가락이 나왔는지, 후레쉬가 터져 사진이 날라가진 않았는지 걱정에 걱정을 더 하는 순간들이었다. 사진을 찍고, 조마조마하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동네의 사진관에 스캔을 맡기고 찾으러 가는 그 순간까지, 나는 이번 부산여행을 계속 했던 것 같다. 


물론 디지털에 찍힌 더 멋진 사진들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순간에 집중하고 사진 찍는데 시간을 줄이는 순간이 과연 있었던가? 진정한 힐링 여행을 위해서라면 사진을 찍는 것을 줄이라곤 하지만 감히 그렇게는 못하는 사람들 (=나) 에게 추천한다. 필름카메라와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떠하냐고. 27개의 사진에 꾹꾹 눌러 담는 사진들과 사진을 받고, 나 처럼 글을 쓰는 순간까지 여행의 여운에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생겨버린 필름카메라. 

조만간 어떤 아이를 내 후임으로 영입할지, 계속 고민하겠지. 

나는 고민이 많고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 하는 사람이니까.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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