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누군가가 내 글을 무단으로 사용한다면 과연 난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 처음엔 얼떨떨하면서도 진짜 내 글이 사용되었는지 확인해보겠지, 그러다가 금방 알아볼거 같긴 하다.
‘아, 진짜 내 글이네.‘ 라고.
왜 못 알아보겠어?
글 하나 올리려면 문장구성, 리듬, 호흡, 결, 표현, 심지어 단어 하나하나까지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데.
그런 과정들을 거친 내가, 내 자신이 글쓰는 문장 습관이나 특성이 어떤지 모른다는건 전혀 말이 안되지. 무려 몇 십년간 글쓰기는 내 인생과 함께한 동반자인걸.
그리고 내 감정은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복잡하면서도 여러 감정들이 섞여 있을 것 같다.
좋게 본걸테니 저 사람도 내 글을 무단으로 쓴거겠지 싶은 마음에 고마운 마음이 반, 그렇다고 나한테 말도 없이 무단으로 쓴거니 불쾌한 감정이 드는것 반.
정말 고민을 많이하다가 결국에는 이내 한숨을 쉬고 기분 나쁜 쪽으로 비중이 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이 만든 창작물은 그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이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 자체가 마치 새까만 밤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일테니까.
심지어, 어떤 사람이 누군가가 쓴 글만 읽어도 거기서 얻은 발상이나 영감을 얻는다면 그 ‘누군가가 쓴 글’은 참 대단한 작품인게 틀림없다. 왜냐하면 같은 작품을 봐도 여러가지 발상이 나올 수 있으니까. 대표적으로 소설에서 흔하게 나오는 ‘클리셰(cliche)'가 그런 경우이다. 똑같은 ‘클리셰' 하나로 소설 속 세부적인 내용과 표현이 다른 수 천, 수 만개 작품들을 탄생시킬 수 있다. 이것들만 보더라도 누군가가 만든 창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마땅히 보호 되어야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창작물을 온전하게 지키는 사람은 잘 없다.
그것은 단순히 법의식이나 도덕적인 양심이 떨어져서 그런게 아니다. 그것보다는 '이 정도는 괜챦겠지' 하는 생각과 내가 좋은 감정과 감동을 받았으니 다른사람에게도 나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이런 사람들이 무작정 나쁘다고만 하고 싶지 않다. 창작자로서, 내가 쓴 글로 단 한 명이라도 위로를 받았다면, 피식하고 웃었다면,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면 오히려 뿌듯해할 수도 있다. 갖은 고생 끝에 나온 작품이 아무도 보지 못한거라면 그것은 능력을 발하지 못한 것과 일맥상통하니까.
그래도 그 작품을 만든 창작자에게는 최소한 이 작품을 사용해도 되는지 '상호협의'를 해야한다. 그래야 작품을 사용하는 사람도 당당하게 쓸 수있고 창작자도 '협의'를 통해 차기작은 더 좋은 작품으로 선보이거나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서 '협의'는 저작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