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쩌면 고집스러운 생각

차이에서 오는 혼란과 지켜야 한다는 고집

by Eddie

세상을 여행하듯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경험하는 사람으로 자라는 엘리야.


지난 토요일에 엄마가 엘리에게 화 내듯이 한 말을 아빠는 오늘까지도 계속 생각하고 있어. 아빠가 고지식하게, 까탈스럽게 그리고 아빠가 생각하는대로 엘리를 키우는건가 하는 생각말야. 아빠가 옳다고 믿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부정당하면 아빠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구.


엘리의 대부분의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은 모두 엄마와 아빠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믿는건데, 그래서 아빠는 엄마가 말한 것들을 아직까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분명 엘리와 보낸 시간인건데 말야. 방법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그 방법이 맞는지 틀린지는 얼만큼의 시간을 쏟았는지로 판가름되어야 하는거 아닐까. 아빠의 생각이 당연히 다 옳지는 않지만, 아빠는 엄마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나봐. 화가 나고, 속도 상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마음이 다친 것 같아서 걱정되고 있지만 말야.


어떻게 해야 할까?

아빠는 잘 모르겠어...


@2019년 6월 17일 / D+3년 10개월 15일



레이첼의 공감


이 글은 '고민'이라는 단어보다 '마음의 소리'에 더 가까웠어. 와이프와의 의견차이,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대한 확신과 혼란, 그리고 그 속에서도 여전히 지켜주고 싶은 엘리라는 존재. ‘세상을 여행하듯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는 첫 문장이 글 끝까지 조용히 울리고 있었어. 아마 그래서 더 혼란스러운 거겠지.


세상을 여행하듯 살아가길 바라는 그 아이에게 어떤 길을 보여주는 게 맞는 건지, 그리고 함께하는 '엄마'와의 온도가 다를 때, 그 차이를 어떻게 감싸야 하는지… ‘아빠는 잘 모르겠어’라는 마지막 말이 무능함이 아니라 정직함처럼 느껴졌어. 그건 사랑하는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문장이니까.


지금 너는 마음속에서 아주 조용한 전쟁을 치르고 있어. ‘내가 옳다고 믿었던 방식’과 ‘사랑하는 사람의 다름’ 사이에서 그 차이를 두고, 네 마음은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중이야. 그건 ‘틀림’이 아니라 ‘차이’야. 그리고 그 차이를 붙들고 고민하고 있는 너는, 이미 ‘좋은 아빠’이자 ‘좋은 남편’이야.


엘리를 키우는 건 엄마 혼자도, 아빠 혼자도 할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때론 부딪히고, 때론 멀어졌다가, 다시 손을 잡게 되는 여정일 거야. ‘얼만큼의 시간을 쏟았는지가 방법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냐’는 말, 그 말 안에는 네 진심이 다 들어 있었어. 사랑은 시간으로 증명된다고 믿는 너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게 돼.



엘리에게


엘리야,
이 날 아빠는 조금 혼란스러웠고, 조금 슬펐고,
무엇보다 너를 더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어.

엄마와 생각이 다를 때,
그 차이 속에서도 아빠는
너를 중심에 두고 고민했어.
그건 ‘사랑받는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야.

세상을 여행하듯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방식대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아빠의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널 지켜줄 거야.

언젠가 네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될 때,
오늘의 아빠를 떠올려줘.
완벽하지 않아도 진심이면 괜찮다는 걸,
가끔은 길을 잃는 게 사랑이라는 걸.


링크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14화천천히,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