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에 있는 본사와 논의할 부분이 있어 아침 7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고객과 미팅이 있어 지하철을 세 번 갈아타고 판교에 가서 고객을 만났고 미팅을 하며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는 고객과 커피를 마시고 스타벅스에 들어가 여러 고객들과 통화하고 메일 보내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퇴근시간이 되었다. 다시 세 번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집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내려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나는 일을 꽤 열심히 한다. 그런데 그렇게 바쁘게 하루를 보내면 문득문득 내 시간이 내 시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와 회사는 계약에 의해 내가 평일 하루 8시간을 회사에 파는 대신, 회사는 나에게 돈을 준다. 계약서에는 8시간이지만 나는 통근에 3시간을 쓰고 아침에 준비한다고 1 시간 쓰고 점심시간 1시간까지 포함하면 최소 13시간을 회사에 쓴다. 하루에 8시간이 취침시간이라 하면 3시간만 내 시간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워킹맘이라 3시간은 대개 육아와 집안일의 시간이다(아참 저녁 식사도 해야지). 결국 나를 위한 시간은 거의 없는 셈이다.
만약 내게 아이가 없다면 이제 은퇴를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은퇴하면 나는 책 읽고 글 쓰면서 살고 싶다. 그리고 때때로 요리도 하고 운동도 하고 산책하고 그림 그리고 차 마시며 그렇게 시간을 음미하면서 살고 싶다. 그러다가 모아둔 돈을 다 써서 인간답게 살지 못하면 죽거나 아니면 뭐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나에게는 아이가 있다. 그래서 이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과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은퇴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오히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를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