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의 첫 출근과 미국으로의 첫 출장
이직을 했다. 이직은 큰 변화이다.
그리고 이직을 하며 동시에 거주하는 나라를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바꾸게 되었다. 이주는 더욱 큰 변화이다.
나는 회사에 적응하고 가족이 머물 집도 구할 겸 가족들보다 2주 정도 일찍 싱가포르에 왔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고 남편과 아이는 일주일 후에 싱가포르로 온다. 그리고 우리 가족 특히 아이의 적응을 도와주기 위해 친정엄마도 같이 오셔서 몇 달 머무르실 예정이다. 싱가포르에 홀로 도착한 나는 지난 일주일 동안 은행 계좌 신청하고 모바일 개통하고 가족이 오면 머물 임시 레지던스도 예약하고 교회도 가보고 회사 사람들도 만나고 부동산 사이트에 소개된 집들도 다녀보고 아이 다닐 유치원도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뭔가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아직 집도 못 정했고 유치원도 못 정했다. 그래도 무사히 첫 출근도 하고 집도 10개 정도의 후보로 리스트업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첫 입사날이었고 신입직원(onboarding) 교육을 받았는데 하루 종일 본격적으로 영어로 교육을 받으니 내용은 흥미로웠지만 좀 피곤하기도 했다.
내일은 교육을 받으러 미국 출장을 간다. 강행군 속에 미국 출장이라 그런지 오늘 나는 꽤나 마음이 불안하다.
첫 번째 불안.
아직 물리적인 비자카드가 없는 상태라 싱가포르 비자 발급은 완료되었다는 증명서를 인쇄하고 미국 출입국을 위해 한국에서 승인받아놓은 ESTA 서류도 챙겼다. 설마 입국이 거절되지는 않겠지? 설마 내가 서류를 잃어버리지는 않겠지?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 입국을 거절하는 건 내 의사결정 사항이 아니므로 서류라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2부를 복사하고 각각을 백팩과 수화물로 부칠 캐리어에 넣어둔다.
두 번째 불안.
싱가포르에서도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휴식은커녕 비행시간만 20시간 이상 걸리는 샌디에이고라니부담이 된다. 아침 비행기를 놓칠까 봐 알람을 다섯 개나 맞추고 엄마에게 전화까지 부탁해 놓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비행기를 놓칠까 마음이 불안하여 잠이 오지 않는다. 결국 이제 기상이 2시간 남은 현재 나는 잠자기를 포기하고 글을 쓰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가는 길에 두 번 비행기를 타는데 첫 비행기는 18시간이 소요된다. 18시간을 갇혀서 잘 버틸 수 있을까? 허리가 아프면 어쩌지? 옆이나 앞에 너무 큰 사람이 앉아서 불편하면 어쩌지? 온갖 걱정이 그리고 불안이 나를 사로잡는다.
세 번째 불안.
어찌 됐든 샌디에이고에 잘 도착하더라도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다. 싱가포르와도 한국과도 콘센트가 다른 것 같은데 컨버터를 구매하지 못했다. 핸드폰이랑 노트북 충전을 어떻게 하지? 전기장판이 안되면 추울 텐데 어떻게 하지? 걱정이 된다. 게다가 로밍이 안되는데 샌디에이고 공항에서 우버를 못 부르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
네 번째 불안.
세션 듣는 것은 그래도 할만한 데 가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대화 나누는 것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공식적인 영어보다 비공식적인 영어가 더 어렵기도 하고 세련되게 대화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게다가 나는 체력도 약한 데 가서 아프면 어떻게 하나 싶어 비상약들을 챙기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
다섯 번째 불안.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하지만 미국은 항상 총기 위험이 있다. 혹시라도 총기범을 만나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된다. 이와는 별개로 비행기가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나 싶어 걱정이 되고 마음이 불안하다.
이렇게 내가 느끼는 불안을 글로 적어보니 조금은 구체화가 되고 해결 방법도 알게 된다. 입국거절당할 확률은 0이고, 서류 잃어버릴 확률도 0에 수렴하며, 이미 깨어있으니 비행기를 놓칠 리 없고, 18시간 비행도 결국에는 버틸 것이며, 핸드폰이랑 노트북 충전 컨버터는 회사 사람한테 빌리면 되고, 한국 전기장판은 뭐 별 수없으니 그냥 따뜻하게 옷 입고 자면 되고, 우버 없으면 택시 타면 되고, 사람들과 잘 못 어울리면 나는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생각하고 맛있게 식사하면 되고, 아프면 비상약 먹으면 되고, 총기 위험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하고 비행기 사고 확률도 0에 수렴할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자. 나는 결국 잘 이겨내고 무사히 싱가포르로 돌아올 것이다. 나를 믿어주고 격려해 주자. 잘 다녀오자 :) 이제 일주일이 지나면 가족이 싱가포르로 온다. 그날을 기다리며 잘 다녀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