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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Jul 31. 2022

투자와 투기는 뭐가 다를까


월급을 모아서 그냥 은행에 저장해놓고 있으면 주변에서 다들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너 바보니? 돈 쌓아뒀다가 뭐하게? 국 끓여먹게? 돈이 있으면 굴려야지."


여기서 굴린다는 건 산꼭대기에서 눈덩이 하나를 아래쪽으로 굴린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이다. 눈덩어리가 지면을 따라 굴러 내려가면서 점점 커지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욱더 커지게 된다. 초기 자본금을 굴려 놓으면 나중에 훨씬 더 커진 자본을 소유하게 된다. 세상 대부분의 부자들이 돈을 버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나는 재테크에 눈을 뜨기 전,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이렇게 두 가지가 돈을 굴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돈을 굴리는 축에도 끼지 못하는, 밥 먹듯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정기 수익은 당연히 적금 넣는 거고, 쌓이고 나면 당연히 정기 예금 박아두는 거지. 이건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보통 투자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보통 투자라고 하면 주식, 펀드, 채권, 부동산, 여러 파생상품 등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뜻한다. 저평가된 물건을 사서, 고평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현금으로 환매하는 것.


그런데 이쯤 되면 이러한 궁금증이 안 떠오를 수가 없다. 그럼 투자와 투기는 뭐가 다른데? 갭투자와 갭투기는 뭐가 다른 건데?






투자와 투기의 차이에 대해 인터넷 검색으로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건, 투자란 어떤 대상의 생산성 및 가치 향상에 도움을 주고 그 대가를 투자금에 비례하여 정산받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중세 시대 먼바다에 항해를 나가는 항해사들에 대해 선박 건조 및 여러 가지 인프라를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충당하고, 나중에 선원들이 바다에서 벌어들이는 자원을 여태껏 선박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일정 비율로 나누어 주는 것. 투자의 가장 쉬운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얼마나 투자를 했는지는 어떻게 알까? 그건 투자자들이 투자를 했다는 증명서, 바로 주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천원짜리 주식 10장을 어떤 항해사에게 산다면, 투자자는 10개의 주식을 갖게 되고, 항해사는 만원을 가지고 항해를 나간다. 그리고 복귀했을 때, 갖고 있는 주식 수에 비례하여 배당금을 분배해준다.


그런데 이러한 주식은 선원이 직접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고'로도 거래가 된다. 그것을 바로 주식시장이라고 한다. "어? 이 항해사는 베테랑이고 실력이 좋으니, 바다에 나가서 돈을 더 잘 벌어올 것 같은데?" 하면 사람들은 너나없이 그가 판매한 주식을 사려고 몰려들 것이며 중고 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반대로 실력 없는 항해사가 발행하는 주식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동전주'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실력 좋은 항해사의 주식은 배당금을 많이 주는 것뿐만 아니라,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팔 때 중고값 또한 높게 받을 수 있다. 즉, 배당금이 높은 주식을 사면 평가이익 (시세차익) 역시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물건이든 비싸게 사서 싸게 팔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구촌 사람 사는 곳 어디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유에 대한 욕망은 본능적인 것이며, 이것은 그 어떤 통제로도 막을 수 없다. 모두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싶어 한다.


기업의 가치 실현, 즉, 배당수익과 시세차익은 비례 관계이기 때문에, 투자를 하건 투기를 하건 시세차익은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요소이다. 여기서 투자는 배당수익과 시세차익을 모두 원하는 것이고, 투기는 오직 시세차익을 얻는데만 몰두한다.


(코인을 하는 분들께는 다소 죄송하지만) 그래서 코인은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에 가깝다.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파는 '되팔렘(리셀)' 방식으로만 동작하기 때문이다. 코인 그 자체는 현재 화폐로써 수단 가치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코인을 공식 화폐로 인정한, 전 세계에 딱 한 나라가 있었지만, 지금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인으로는 현재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는 것도 버겁다.



부동산은 사람의 의도에 따라 투자가 될 수도, 투기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건물을 건축하거나 개선하는데 자본을 투입하고, 그것으로 인해 향상된 상가나 임대 인프라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투자에 해당된다. 반대로 왠지 여기 재개발 될 것 같아, 하면서 대량으로 매입하고 건물을 통한 생산적인 활동은 전혀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다시 비싸게 파는 것은 투기라고 할 수 있다. 즉,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구입한 물품을 통해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의지'의 유무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갭투자는 대부분 투기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그 건물의 가치를 미리 선점하여 나중에 비싸게 팔고 싶은 욕망만이 있기 때문이다. 신축 건물에 전세로 들어올 세입자를 모집하고, 전세금과 자신의 소액, 그리고 대출금 이렇게 3가지로 부동산 소유권을 획득한다. 그렇게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몇 년 동안 돌리고 돌려서 그 안에서 놀게 하고, 나중엔 '세안고 매매' 방식으로 샀던 금액보다 비싸게 소유권을 팔게 된다. 엄연히 자기 집인데, 구입하고 나서 팔 때까지 한 번도 들어가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가끔 갭투자를 투자로 볼 수 있는 경우는, 자기가 나중에 실거주를 하기 위해서 소유권을 '선물'로 구매한다는 의미일 때는 가능하다. (본인에 대한 투자) 쉽게 생각해서 올해 흉년이라 쌀값이 오를 것 같으면 그냥 지금 시세로 미리 계약서를 써두고 값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 "휴, 조금만 늦게 계약했으면 두 배 값으로 살 뻔했네." 다만, 이것은 도박에 가까운 것이, 만약 예상외로 풍년이라 쌀값이 떨어진다면 자신은 쌀을 '미리' 비싸게 산 게 된다.


쌀이나 보리 같은 곡물을 선물로 사는 것과 부동산을 갭투자로 선물로 사는 것은 추후에 값이 오를 거라는 것에 베팅을 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만약 값이 떨어졌을 때는 (하락장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곡물 선물은 자기만 손해를 보고 끝나지만, 갭투자 선물은 소유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했을 경우 세입자의 자본금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입자의 전세금 1.5억 + 소유자의 대출 1억 = 2.5 억으로 주택을 구매했다가 소유자가 대출을 갚지 못해서 집이 경매로 넘어갔고 2억에 낙찰이 되었다면, 먼저 대출 1억을 갚고, 후순위 세입자는 1억을 받게 되어 5천만원의 손실을 안게 된다. (물론 최우선 변제금이나 보증보험 등등 기타 여러 안전장치들도 있다)






주식시장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투자자의 의도에 따라 주식투자 일수도, 투기일 수도 있다. 보통 하락장에 베팅하는 숏(공매도)을 포함하여, 인버스, 레버리지, 양방베팅, 오르는 구간만 먹는(?) 단타는 투기라고 볼 수 있다. '베팅'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순간 사실 이미 결정이 난 거라고 볼 수 있다. 오래 보유하면 할수록 손해인 레버리지ETF 역시 태생적으로 투기성 상품이다. 반대로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하여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금전적 도움을 주고 배당금과 평가이익을 같이 획득하는 것은 투자라고 본다.


대부분의 펀드는 3개월 환매 금지 조항이 있다. 완전한 금지는 아니고 평가액 이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식으로 단타를 막는 것인데, 이 때문에 펀드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장투를 하게 된다. 적어도 1~2년 이상 보유할 경우엔 경기가 아무리 안 좋아도 대부분은 수익이 난다. 물론 그건 주식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시간이 촉박한 사람에게서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로 흐른다.


투자로 돈을 벌 수도 잃을 수도 있고, 투기로 돈을 벌 수도 잃을 수도 있다. 잃고 얻고는 투자 투기 구분과는 무관하지만, 확률적인 '상관관계'는 충분하다. 주식투자로 돈을 잃었다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구간을 '먹는' 단타 위주로 치고 빠지기, 즉, 오직 시세차익만을 노리고 시장에 진입하여 샀다 팔았다를 무한 반복하고 엄청난 수수료 및 평가액 손실(손절)을 보는 것이다. "이게 아닌가? 아 잘못 샀어, 다시." 이런 식으로 한두 종목에 올인하고 조급하게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다 보면 계좌는 그대로 녹아내리게 된다. 주가 그래프 분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망하는 이유는, 애초에 그래프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으면 세상 사람 모두가 이미 부자가 되었겠지.



주식시장에선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해야 돈을 벌 확률이 높아진다. 자기가 하는 행동이 투기가 아닌 투자라고 스스로 '생각'을 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 꾸준히 오랜 기간 여러 우량 종목을 분산 보유하고 적립식으로 쌓아가다보면 돈이 알아서 굴러가게 된다. 다만 단기간 성과가 나지 않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단점도 분명하다. 일확천금은 당연히 배제된다.


결론적으로 재미를 추구한다면 투기를, 성과를 추구한다면 투자를 하면 된다. 돈을 벌고 싶다면 '오랜 시간'을 들여서 '투자'를 해야 하는 것. 모든 선택과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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