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 때문에 가장 힘들고, 사람 때문에 가장 기뻐하는 존재라고들 한다.
필자 역시 말도 안 되는 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을 때가 많았다. 세상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을 존중하는데, 그 사람은 나를 존중하지 않을 때.
나는 그 사람에게 예의를 차리는데, 그 사람은 나를 하대하고 막말할 때.
나는 그 사람에게 너그러운데, 그 사람은 나의 사소함 하나까지 물고 늘어질 때.
나는 그 사람에게 관대하게 대하는데, 그 사람은 온갖 모든 일에 트집을 잡을 때.
나는 그 사람에게 귀 기울이는데, 그 사람은 내 말을 무시할 때.
나는 그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는데, 그 사람의 감정 쓰레기통이 나일 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 아픔은 순간적이지 않고 지속적이다. 그리고 생각은 오랜 기간에 걸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나중에는 한 가지 문장으로 귀결된다. "나는 대체 왜 이럴까."
이처럼 망각의 의무를 망각한 결과는 하찮은 자기혐오뿐이다. 한치의 예외도 없다.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 라는 책을 좋아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어떤 일에 대해서 말할 때가 지나면 언젠가는 침묵할 때가 오고, 결국에는 잊어버릴 때가 온다고. 나에게 상처를 준 그 사람의 불행을 희망하는지 여부보다, 그 사람이 불행하든 하지 않든 관심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다 잊어버릴 테니깐.
그것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에게 거리를 두는 것,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어찌해볼 수 없는 나의 과거와 천천히 멀어지기. 어쩌면 내가 그들로부터 행복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들에게조차도 존중받기를 갈구하던 의미 없는 내 소망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솔직히 관심 없다. 어차피 인간은 타인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니깐. 그런 부조리한 평가에 시달리지 않겠다고 작정하는 마음이야말로 성숙한 인격의 증명이다. 자기 속에 인간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 명확하게 확립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타인의 부조리한 평가에 시달리지 않기. 성숙하게 살기.
나 스스로 강한 척하지 않기. 내 마음은 이 정도로 상처를 받는구나, 사실을 받아들이기.
상처받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순순히 인정하기.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수록 더 힘들어진다.
마음의 아픔을 나 스스로가 보듬어주기. 안아주기.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받은 상처는 모래에 기록하고, 받은 은혜는 대리석에 새겨라.
-벤자민 프랭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