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브런치에 100일 가까이 글을 쓰지 못했다. 가끔 들어와서 다른 작가님들 글을 읽는 일은 많았지만, 나의 글은 작성하지 못했다. 팔이 너무나도 많이 아팠기 때문이다.
하루에 많게는 10시간 이상씩 컴퓨터 작업을 하게 되면 온갖 관절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팔꿈치, 목, 어깨, 허리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팔꿈치이다. 테니스엘보우, 골프엘보우라는 통증이 말로는 가벼워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가볍지 않다. 밤에 자다가 팔이 너무 아파서 팔뚝 근육을 반려자가 주물러주는 서글픈 현실이란.
업무 스트레스라고 하면 보통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 소모를 말한다. 그 둘은 독립적이지 않고 이어져있다. 하루종일 과중 업무에 시달리고 근육통에 온몸이 갈려나가지만 그 모든 것은 당연한 일이 된다. 유유자적 구름 위를 노닥거리는 윗사람들에겐 해당 없는 일이다. 번아웃은 어째서 '청년'들에만 해당되는 말일까. 왜?
세상일 이라는 게 일을 잘하는 사람보단 말을 잘하는 사람이 위로 올라가고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업무는 하나도 모르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잔소리, 헛소리, 참견, 트집잡이, 반대를 위한 반대 놀이를 하는데도 꼬박꼬박 고액 연봉을 챙겨가는 비생산적인 빌런들을 깔끔히 무시하고 살고 싶지만 실상은 그러지 못한다. 근거 없는 허세와 과장만이 가득한 그들은, 언제든 나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을 지녔다.
최근에 몸살을 크게 앓았다. 이틀 동안 고열과 근육통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반려자에게 모든 걸 의지해야 했다. 아팠던 게 주말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한 번쯤 몸살이 날 때가 되긴 해서, 시원하게 털고 일어나는 게 그리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달렸던 번아웃이 몸살로 인해 잠시라도 괜찮아졌다.
정기적으로 한의원과 통증의학과에 치료를 받으러 다닌다. 통증은 있지만 그래도 검진 결과는 괜찮다고 하니 다행이다. 집에 와서 예전만큼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다른 작가님들 글을 읽는 재미는 여전하다. 최근에 곡선형 키보드를 사서 타이핑을 하니 그래도 좀 괜찮아서, 조금씩 다시 써볼까 한다.
지난달을 기점으로 통장에 2억이 모였다. 아직 집은 없고, 빚도 없는, 임차인의 삶을 살고 있다. 절반 정도는 배당 주식, 적립형 펀드 등의 재테크를 하고, 나머지는 현금과 정기예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1억을 모은 그때의 희열감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으니, 나 열심히 잘 살고 있구나, 위로가 된다.
브런치를 관리하지 않고 그저 방치해도 하루에 100명씩은 꾸준히 들어온다. 구독자가 많이 줄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줄지 않았다. 오히려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나 열심히 글 썼구나, 위로가 된다.
(손수 검색까지 해서 방문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작년 2022년을 마무리하면서, 어느 라디오의 멘트처럼 2022년이 흘러가버린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내려앉는 거라는, 새로운 마음으로 내일 다시 볼 수 있는 거라는 기억이 아직 깊이 남아있다. 이제 2023년에 대해서 같은 말을 해야 할 때가 왔다. 2023년이 그저 흘러가버린 게 아니다. 내일, 다음 주, 2024년에 또다시 만날 수 있으니깐.
크리스마스에는 오랜만에 종로에서 데이트를 할까 생각 중이다. 오랜 시간 동안 좋을 때나 힘들 때나 언제나 내 옆에 있어준, 그리고 앞으로도 있어줄 (아직 혼인신고는 안 했지만) 아내와 함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느끼는 장소에 혹시 브런치 작가님들도 같이 있게 될까. 옷깃이 스치지 않아도 인연이 되길 바랄 뿐이다.
2023년이 천천히, 마음속에 내려앉고 있다.
부기) 2주 전에 써놓은 글을 이제서야 올린다. 그동안 나 많이 게을러졌구나. 조금만 더 게을러지자.
+크리스마스에는 서울 빛초롱 축제에 다녀왔다. 뉴스에 한가득 인파 속 어느 한 공간에, 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