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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와 대출은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by Forest Writer


부동산 담보 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법이 시행된 이후로 여러 언론사들은 서민은 집도 사지 말라는 거냐, 주거사다리를 무너트리는 거다, 라며 난리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6억원을 빌리면 한 달에 갚아야 할 금액만 300만원 이상이다. 현실은, 월급이 300~400만원 정도인 사람들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상황을 생각해 봤을 때, 그렇게 6억원이라는 돈을 꽉 채워서 빌릴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서민일까?


당연히 아니다. 일반 서민은 어차피 6억원까지 대출을 받지도 못하고, 받을 생각도 없고, 받아도 갚을 수가 없다. 대출금 6억원 제한이 있든 없든 어차피 서민은 그만큼 대출받아 집을 사질 않는다.


그러면 6억원 대출규제는 누구에게 해당되는 걸까? 바로 투자자들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주택을 사들이는 (일반적으로 다주택) 투자자들 말이다. 투자자들이 너무 높은 돈을 가지고 주택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이다.




집도 물건이다. 집을 파는 사람은 높은 가격에 팔고 싶고, 사려는 사람은 낮은 가격에 사고 싶다. 보통은 그래서 집을 파려는 매도인(집주인) 은 높은 가격을 일단 올려놓고 사려는 사람을 기다린다. 그런데 너무 금액이 높으면 사람들이 사러 안 온다. 사려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조금씩 가격을 낮춰본다. 그러다가 누가 사면, 그게 시세다.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이다.


그래서 보통 부동산 가격은 사려는 사람(매수인)의 지갑 사정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팔려는 사람이 아무리 높은 금액을 불러도 그 금액을 지불할 사람이 없으면 의미 없는 호가다. 사려는 사람이 돈이 많다면 거래가 이루어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의 평균적인 소득 자산 규모에 따라 부동산 시세가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부동산 시세가 높게 형성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사람들에게 돈을 많이 빌려주는(쥐어주는) 것이다. 대출을 많이 해주면 사람들 주머니가 두둑해진다. 그래서 매도자가 올린 높은 호가를 따라가며 살 수 있다. 만약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40년, 50년, 60년...으로 계속 올려서 돈을 더 많이 빌려준다면 부동산 가격은 급등할 것이다. 금리를 낮춰서 이자부담이 줄어들면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다. 그것이 인플레이션이다.


그런데 은행에서 너무 많은 돈을 빌려주게 되면, 빚을 못 갚는 사람들도 많아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잠재적으로 은행이 부도가 날 수도 있고, 거기에 돈을 맡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경제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래서 대출규제라는 것이 있다. 대출규제가 강해지면 사람들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이 낮아진다.


집을 여러 채 사둔 다주택 투자자들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희망하기 때문에 대출규제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 대출규제에 대해서 비판적인 언론 기사들이 나온다. 그들은 애초에 주택담보대출을 만기까지 가져갈 생각도 없다. 내가 진 빚은 내 집을 다음으로 (비싸게) 사줄 사람의 돈으로 갚을 거니깐.


대출규제는 서민들의 주거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집값을 낮춤으로써 사다리가 필요 없는 시대를 만드는 정책이다.




전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전세를 끼고 집을 거래하게 되면 필요한 자기 자본이 적어진다. 10억 집값에서 전세보증금 7억이라고 치자, 그러면 3억만 가지고도 당장 집을 살 수가 있다. (유동성이 생긴다고 말한다) 물론 2년 뒤에 7억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의무(채무)가 있지만, 사람들은 어차피 그것을 다음에 들어올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돌려 막기 할 계획이기 때문에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까지 전세대출이라면? 집주인이 원래 보증금보다 더 높게 불러도 전세계약을 할 사람들이 생기게 되니 전세가격이 더 오른다.


즉, 서민을 위한다고 포장되는 전세대출은 전세 가격을 끌어올리고, 연이어서 주택 가격을 올리게 된다.


전세제도는 얼핏 공짜로 거주를 할 수 있는 좋은 제도 같지만, 결국엔 그 때문에 집값이 오르기 때문에 필요 없는 사다리가 생겨나게 된다. 즉, 전세는 서민을 위한 주거 안정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가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것을 투자자들은 절대로 원치 않는 것이고, 전세의 월세화에 대하여 부정적인 기사들이 매일 나오게 된다.


그러면 월세를 살라는 거냐? 사실 우리는 대부분 이미 월세에 살고 있다. 전세대출이자가 바로 월세니깐.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사더라도 원리금이 바로 (은행에 내는) 월세다. 빚 없이 집을 구매한 일부의 사람들 빼고, 매매/전세/월세 셋 중에 뭘 택하더라도 결과는 모두 월세로 같다. 애초에 거주를 하려는 데 거주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 자체가 코미디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은 사실 특별한 게 없다. 주택공급을 늘리고, 부양책을 중단하는 것. 전세대출, 전세보증 줄이고, 주택담보대출규제만 잘해도 집값은 안정화가 된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시간 지났을 때 적절한 시세로 알아서 형성이 된다. 괜히 대출이니 유동성이니 매수자에게 돈을 제공해 주면 가격만 오른다.


사람들이 집을 사기 어렵다고? 그러면 안 사면 된다. 임차인으로도 충분히 거주가 가능하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집을 팔고 싶은 매도자들이 알아서 호가를 낮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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