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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Aug 20. 2021

원전이 싸고 안전하다는 거짓말

그럼 폐기물은 누가 치울 건데?


21세기에서 가장 큰 거짓말 두 개가, 한 문장 안에 담겨있다. 바로 '원전이 싸고, 안전하다'라는 말이다.


일단 원전이 안전하다,라고 믿는 사람은 이제는 거의 없을 것이다. 바로 옆 나라가 한 번의 재난과 한 번의 실수로 지금 얼마나 큰 고생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에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이미 확인이 끝난 상황이다. 기후는 점차 더욱 예측할 수 없는 범위로 변화되고 있고, 지진과 해일 등의 천재지변을 예측하는 것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물론 예측한다고 해서 만병통치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공학자들은 여러 자연재해나 사람의 실수, 또는 극한 상황에 대비해서 2중, 3중... 10중... 안전장치를 만들어 둔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누구나 다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실전은 당연히 다르다. 자연을 100%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오만은 세상에서 가장 빨리 버려야 할 가치관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원전의 안전성이 아니다. 바로 비용이다. 천문학적인 시간이 드는 폐기물 처리 비용.


원전에는 저준위에서 고준위까지 다양한 폐기물들이 있고, 그중에서 유해성이 특별히 높은 몇몇 고준위 폐기물들의 경우 아직까지 처리 기술이 없다. 따라서 임시 보관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 기간이 수백 년에서 수십만 년에 이른다. 방사성 물질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 즉 반감기가 그 정도 단위이기 때문이다. 물론 반감기 한 번에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서, 여러 번의 반감기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그냥 땅에 묻는 것도 불가능하다. 원전 폐기물은 지속적으로 유해한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그것들이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밀봉을 해야 한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도 골칫거리인데,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난이도의 폐기물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식으로 임시 보관해야 할 쓰레기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단군 이래로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단군할아버지가 수십 번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시간 동안 원전 폐기물을 완벽히 '한치의 실수도 없이' 밀봉하여 임시 보관해야 한다. 밀폐용기로 쓸 콘크리트는 안 썩나요? 물론 썩는다. (정확히 말하면 분해된다) 그래서 콘크리트 용기도 주기적으로 새로 만들어 줘야 한다. 한 번이라도 잊어먹으면 끝장이다. 우리나라 헌법에 써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다음 지도자님은 잊지 말고 어디 어디 땅 파서 폐기물 용기 재시공하세요,라고. 그 짓을 수십만 년 동안 해야 한다. 그 사이에 지진이라도 나면 시공 횟수는 어마 무시하게 많아진다. 






우리나라가 원전 잘 만드는 데 그냥 그거 썩힐 거야?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하는 거랑, 좋은 것은 다르다. 좋은 걸 잘해야 한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전해진 담배도 처음에 유럽 사람들이 좋은 것인 줄 알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유해성이 밝혀지면서 점차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담배를 잘 만드는 기술이 아깝더라도, 그것을 토대로 더 좋은 것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힘들었던 시절에 큰 도움을 줬던 산업인데 이걸 무책임하게 버릴 거야?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 영국을 선진국으로 만들어줬던 증기기관 산업을 아직도 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니다. 시간이 흐르고 더 좋은 것으로 산업 형태는 바뀌기 마련이다. '옛날'이라는 감수성에 기대는 것도 공학자에겐 조심해야 할 일이다. 당장 배고파 굶어 죽게 생겼으면 이것저것 아무거나 주워 먹어야 하지만, 평생 그렇게 살 수는 없다. 허기가 채워지면 웰빙과 미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그동안의 공학적 노하우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더 좋은 것을 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예를 들면 터빈 같은 기술은 원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에너지 생산장치에 쓰인다. 새로운 것을 시작함에 있어서 경험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 


가장 위험한 것은 사람들의 가치관이다. 에이, 뭐 십만 년 동안 살 것도 아니고, 그때쯤 되면 어떻게 되겠지, 라는 마음가짐이다. 최소한의 공학적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국가 경영에 참가하는 것이다. 그게 가장 위험하다.


빚을 내면, 당장 이번 달 전기세는 기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청구서는 칼같이, 잊지 않고 다시 주기적으로 찾아올 것이다. 그것도 아주 오랜 기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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