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 (홍보?) 기사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옵션이다. 크루즈컨트롤이나 사륜구동 같은 기존의 주행 보조장치뿐만 아니라 요즘은 선루프, HUD, 고급 스피커, 어라운드 뷰, 디지털 사이드 미러, 전동 트렁크 등등의 편의 장치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말 그대로 자동차를 집처럼 안락하게 만들어주는 고급 옵션들이다. 단순 편의를 넘어서, 자신을 성공한 사람으로 느껴지게, 고급지도록 보이기에 분명하다.
흔히 보기 힘든 수동 승용차를 타고, 차량자세 제어장치를 포함한 안전기능 이외에는 옵션이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 깡통차(?)를 몰고 다니는 입장에서, 가끔 택시만 타더라도 휘황찬란한 실내 디자인과 수많은 대시보드 버튼들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 해 질 때가 있는데, 최첨단 자동차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직선 주행을 할 때는 핸들과 페달을 모두 놓고 있어도 알아서 가는 편의 사양, 방향지시등을 넣으면 계기판에 사이드 미러 화면이 보이는 기술, 옆에 차가 있을 때 점선을 넘어가면 알람과 함께 자동으로 핸들이 무거워지는 기능, 주차를 하면 마치 항공뷰를 보듯 위에서 차를 내려다볼 수 있는 기술, 더운 날에 시원하고 추운 날에 따듯한 시트 온도, 오페라에 온 듯 마음이 웅장 해지는 음향 기술들. 이제 자동차는 운송 수단을 넘어서 하나의 움직이는 주거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유튜브 블랙박스 채널을 가끔씩 본다. 자동차 사고나, 또는 도로에서 있는 에피소드를 시청자들이 제보해줘서 운영하는 채널인데, 기존의 우리나라의 골칫거리였던 폭주족이나 개망나니(?) 운전 행태가 조금이나마 바로 잡히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생각이 든다. 도로에서 허튼짓하면 인터넷 세상에서 박제될 수도 있다는 감시체제의 선기능이다.
사고 또는 사고가 날 뻔한 위험 상황 영상을 보면 종종 어이없는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 운전자들이 앞을 보지 않아서 그대로 박아버리는 상황이다. 핸드폰 사용은 다반사이고, 반쯤 자고 있는 채로 운전석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많다. 가만히 있어도 자동차가 알아서 운전을 다 해주니깐, 사람은 그저 둠칫 둠칫 음악에 자신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아무리 보조장치라고 하더라도 모든 돌발상황을 다 커버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댓글에는 이런 내용이 달린다.
운전자 눈 감고 운전하냐?
과연 운전자만의 잘못일까? 앞 유리에 쓸모도 없는 온갖 그래픽을 넣어둬서 시선을 분산시키고,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자잘한 기능들까지 계기판에 다 몰아줘서 신경을 분산시키고, 미러로 봐도 되는 후방 시야를 굳이 조그만 계기판 화면에 비춰줘서 운전자로 하여금 마치 게임을 하는듯한 쾌감을 유도하는, 그렇게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의 판매행태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손만 대면 툭 고장이 나는 디지털 편의 장치의 수리비로 인해 누군가는 또 다른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자동차의 본질이 공간을 안락하게 점유하는 게 아니라, 특정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사람이나 물자를 이동시키는 것에 있다는 걸 우리는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물론 그렇게 잊어버리도록, 옵션에 집착하도록 자동차 제조사는 소비자를 화려하게 유혹한다. 분명 편의사양은 편의에 도움을 주지만, 운전의 본질을 훼손하는 정도의 월권은 큰 문제이다.
누군가가 운전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일말의 고민 없이 대답한다. 주차? 차선변경? 기어변속? 아니다. 그것보다 더 기본이 있다. 말 그대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앞을 보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