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는 바뀌라고 있는 거지!
그분에게 긴 답장이 도착했다.
정말 길었으나 요약을 하자면 돈 문제는 신중하되 깔끔해야 하니 내가 결제한 카드내역부터 카드 번호까지 세세하게 다 드릴 테니 절반 값을 보내주시는 게 맞다고 했다. 물론 내가 취소할 예정은 아니었으나 우리 숙소가 취소불가였던 방이라 그분 또한 불안하셨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보내드렸다.
엄마는 영 불안했지만 상대방이 준 사진들을 보여드리고 그분도 혹시 어머님이 너무 불안해하시면 전화 통화도 가능하다는 등의 태도로 엄마도 마지못해 수긍하셨고 숙소를 예약하며 비행기표도 함께 예약했다. 이틀 동안 최저가만 미친 듯이 찾았더니 편도표가 단돈 44만 원?! 물론 경유하는 시간도 있지만 경유를 크게 힘들어하지 않아 직항이라는 보기는 없었기에 정말 만족하는 가격이다. 물론 경유하는 시간이 2시간... 비행기가 조금이라도 연착되면, 심지어 수화물을 찾았다가 다시 보내야 하는 경유라면 나는 비행기표를 날릴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예전 여행에서 날렸었다.) 그렇지만? 행운의 여신이 나의 손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예매했다. 44만 원이면 용서되는 거지!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영국은 동행자도 구했고 숙소와 비행기도 예약했으니 이제 한시름 놨고, 이제 스위스를 얼마큼 가느냐를 정해야 하는데 아무리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뒤져도 가격이 편도 90만 원 아래로 내려가는 금액이 없어서 당황했다. 원래 스위스 아웃이 이렇게 비쌌던가? 하면서 날짜를 조정해 보지만 내가 원하는 금액대는 나오지 않았고 그렇다면 싼 나라를 찾아서 여행을 더 하자!라는 결론을 도출해 버렸다.
그렇게 영국과 스위스만 여행하려던 계획은 처음부터 틀어졌고 열심히 뒤적거린 결과 독일 아웃이 66만 원까지 내려와서 바로 잡았다. 그냥 스위스 30만 원 더 주고 아웃하는 것보다 스위스랑 독일은 가까우니 30만 원은 여행에 투자한다 생각하고 1박 더 하자는 계획이었다. 그 당시에는 되게 현명한 줄 알았는데...
그렇게 영국 가는 비행기, 독일에서 오는 비행기, 영국에서 스위스 가는 비행기와 스위스에서 독일까지 가는 기차를 한 번에 예약하고는 나 이제 좀 J성향일 수도? 하는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잠에 들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스위스와 독일 숙소를 미루고 미루다 에어비앤비를 켰다.
스위스는 한 번도 안 갔지만 무조건 자연이 예쁜 마을로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역 위치보다는 숙소 사진에 초점을 둬서 찾았는데 조금 거리는 있어 보였으나 숙소가 너무!!! 예쁜 곳을 발견한 것.
테라스에서 보는 별이 최고로 예쁘며 따뜻하다고 했다. 그리고 친절한 호스트가 함께 한다는 후기가 있어 혹하는 마음이 들었다. 방도 넓이는 것은 좋았지만 관광지에서는 조금 먼 것 같아 호스트에게 그린델발트와 융프라우에 갈 수 있는 위치냐고 했더니 1시간 정도 걸린다는 답을 받았고 그 정도면 갈 만 하지!(라고 외치는 경기도인)라는 생각에 덥석 예약했다.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아마 그 숙소를 2일 정도만 머물렀을 텐데... 내가 스위스를 너무 쉽게 봤다.
그리고 독일은 하루 짧게 자는 거라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가까우면서 감성 있어 보이는 숙소를 찾아서 쿨거래~ 숙소 예약을 전부 끝냈으니 거진 다 끝난 마음이었다.
대신 여행지에 혼자 가기엔 아쉽고 살짝 무서우니 스위스도 동행을 구해보자 생각해서 카페에 날짜랑 가고 싶은 곳 적었는데 바로 나한테 일정이랑 숙소를 맞춰주는 동행자가 나타났다. 세상에 이번 여행 너무 잘 풀리는 거 아니야? 흐뭇한 생각으로 동행자까지 끝내니 마음 편하게 생각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이 사진은 스위스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Fuji film T30으로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