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우리는 연애편지 대신 투표용지를 쥐었다.

by 블루포레스트



사람마다 좋아하는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나에게 인생의 해답을 넌지시 던져준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을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더 나아질 수 있는 세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영화 GV(Guest Visit)의 게스트로 그분인 유튜버 겨울서점, 김겨울 님이 오신다고 하셔서 바로 예매를 눌렀다.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사람이 선택한 영화가 수많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세상이 올 수 있게끔 노력했던 이야기인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라는 것은 나름 나에겐 의미가 깊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해당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고 가는 것을 즐긴다. 특히나 다른 사람의 평에 의해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차단될 수 있기에, 그래서 이 영화가 이탈리아의 여성 참정권을 다룬 이야기라는 것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영화로 진행된다. 흑백 영화 자체를 내가 얼마나 봤던가? 생각나는 다른 영화가 없을 정도로 적게 봤다. 하지만 명암이나 대비를 잘 살렸기에 나는 마치 컬러영화를 본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오히려 색을 덜어내니 작가가 의도하던 것들이 보이는 건가 싶기도 했고. 그리고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영화는 여성이 처음으로 참정권을 얻어서 투표하는 날, 이전부터 당일까지를 그린 영화로 그렇다는 점은 당시 이탈리아 내에서 여성의 인권이 어땠는가를 보여줬던 영화이기도 하다.


기억나는 장면은, 여성이 남편에게 맞는 장면인데 그것을 폭력적으로 담지 않고 대신 춤을 추는 것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면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나도 GV를 보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이게 '이탈리아식 코미디'였다.

어둡거나 진지한 상황을 거리두기 하고 볼 수 있게끔 의도된 기법. 어떻게 보면 굉장히 멀리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르게 보면 너무 우리들의 이야기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당시 여성 인권이 어땠냐면, 1946년의 시대상만 해도 여성은 그저 출산하는 기계이자 자식을 양육하고 집안을 살피는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딸이 시집간다고 하니 남편의 입에서 "이제 이 집에 여자는 없겠네."라고 말을 하는 정도니까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여성은 아무렇지 않아 한다는 점에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여성이 자신들의 말에 끼는 것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감히 어디 여자가 남자 말하는데 껴들어.' 같은 여기서 많은 기시감이 보인다. 마치 우리나라의 조선시대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또한 이 영화는 여성의 이야기에서만 끝나는 건 아니다. 세상에 대한 약자들에 이야기도 조금씩 풀어내고 있다. 일단 기본적인 여성, 그리고 흑인 병사 이야기도 같이 더해서 당시 이탈리아가 배척하고 무시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기본으로 깔려 있는데 스포일러를 하나 하자면, 그 둘이 힘을 합쳐서 이탈리아 기득권자의 것을 빼앗는 장면을 좋아하는 편이다. 약자가 힘을 합쳐 강자에게 대적하는 장면.

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엔딩 부근에도 나온다. 딸이 엄마의 미래를 도와주는 장면.

내가 제일 명장면으로 꼽는 장면이다. 딸은 엄마의 거울이라고 한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그렇게 살지 마세요의 마음을 담은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결국엔 딸이 엄마의 자유를 지켜주는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여성들이 자유롭게 살기를, 말 끝마다 안전하게 라는 말을 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감독님인 파올라 코텔리시 감독님은 과거 여성들의 삶에 대해 말해줬을 때 자신의 딸이 그런 세상이 어딨냐며 믿지 못해서 만들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가 지금도 안전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듯 이런 날들도 믿을 수 없는 과거가 되기를, 많이 변했지만 조금 더 변하자고 말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대변되는 이야기였다.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한 GV, 김겨울 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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