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버릴 수 있을까
고향에 내려온 지 3주쯤 지난 것 같다.
복잡한 곳을 떠나 내가 온전히 쉴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고 역시나 따뜻한 집이 나의 종착점이었다.
나름 큰 시험을 치르고 몸과 마음이 지친 나에겐 감기라는 지독한 친구가 따라왔고, 그 상태로 나는 일본인 친구를 위해 경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그때의 나는 많이 지쳤고 피곤했다. 하지만 힘들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다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다가 못 견뎌서 그냥 무작정 표를 끊고 집으로 도피했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자주 상황을 회피하곤 했던 나는 '다음엔 이러지 말아야지. 또다시 피하진 말아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이번에도 나는 피하고 말았다. 힘들어서, 지쳐서 그냥 왔다는 말로 나의 찌질함을 포장하였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러면서 한숨을 쉬고 속이 답답해졌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아니, 나는 거기에서 멈춰버린 것만 같아서.
매달 다른 목표를 세웠고 11월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내일'이라는 신용카드를 매일 긁으며 스스로를 안심시키고만 있다. 그래서 두렵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머릿속에는 대체적으로 복잡한 생각들이 이리저리 꼬여있다. 가방 안에서 자기들끼리 엉켜버린 이어폰처럼 풀기 힘들게 그렇게 꼬여있다. 그래서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몇 줄 안 되는 나의 고민거리에 그녀는 한 장 빼곡히 들어찬 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읽다가 눈물이 나왔고, 그 눈물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사실 정리해보면 그렇게까지 긴 글이 아니지만 나를 위로하는 그녀의 한 글자 한 글자가 고마웠다. 우린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메일, 메신저, 스카이프를 통해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다. 나를 잘 모를 거라 생각한 나의 큰 착각은 2년이란 시간이 넘게 이어온 우리의 관계를 점점 희미하게만 만들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나를 아주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부끄러워졌다. 나는 과연 얼마큼 그 친구를 알고 있는 걸까.
애니웨이.
그 친구는 나에게 쉽게 생각하라고 하였다. 현실적으로 들어가서 진짜 나를 알아야 한다고. 그리고 그 물음은 어디까지나 '나'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이 많으면 오히려 가능성을 배제하고 방해가 될 뿐이니까 단순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그녀의 조언을 따라 나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하는 것이 진정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의 속도에 맞춰가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인지.
결론을 못 낸 상태에서 나의 답답한 마음을 한 글자라도 글로 옮겨보고자 여기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아직 미해결 문제이나 곧 좋은 결론을 낼 수 있으리라고 스스로 믿어보고자 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잡념은 결코 좋은 게 아니니 얼른 버리고, 나에게 진짜로 묻고 싶은 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그리고 자신을 잃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