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안에선 다양한 심플함이 필요하다.
Simple is the best.
어렸을 적엔, 아니 2년 전까지만 해도 심플한게 가장 좋은 것이란 말에 전혀 동감하지 못했다.
맥시멀리스트는 아니지만 강의를 들을 땐 공책에 교수님의 농담까지 토씨하나 안틀리고 받아적는 걸 좋아했고 몬드리안의 점,선,면으로 만들어진 심심한 신호등 같은 그림보다 색이 꽉꽉 채워져 있는 유화그림을 훨씬 더 좋아했다. 디자인 업계에선 로고가 심플할수록 좋다했지만 난 디자이너가 아니었으니 주변을 심플하게 둘 이유가 딱히 없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엔 simple한게 최고라는 걸 몸소 느낀다.
갓난아기가 자연스레 걸음마를 익히듯 나 역시도 자연스레 치매(이하 경도인지장애)가족과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를 익혀갔다.
오늘은 몇달만에 글을 쓰는 만큼 누군가는 당연하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오! 이런 똑똑한 방법이! 라 탄성을 지를 수 있는 아주 작은 꿀팁을 하나 풀겠다.
초기 치매일수록 일상생활에 삐끗함이 있을지라도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은 혼자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물론 필자는 성격이 급해 가끔 아니 자주 '내가 할게!'를 외치지만 말이다.
그래도 약 복용만큼은 엄마 혼자 챙길 수 있도록 차분히 기다린다.
약은 스스로 챙겨 먹어야 자신이 먹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두 번 먹는 불상사가 '덜'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이소에 가면 아래와 같은 약통이 있다.
많은 약통들 중 시인성 최고다. 근처 매장에서 보이면 사시길. 강추!
우리 집은 식탁에 저 약통을 비스듬히 세워두고 그 위에 약 먹은 것을 체크할 수 있는 간단한 표를 붙인다.
(영양제 이름이 들어간 부분은 지웠다.)
간단하게 한글로 표를 만들어 출력한 뒤 약통과 가장 가까운 벽에 붙여놓았다. 약을 먹으면서 스스로 체크하는 형식이다.
까먹어도 다시 볼 수 있고 하루치 약을 다 복용하면 색깔펜으로 크게 X표시를 한다.(이러면 다음날 날짜를 덜 헷갈리신다.) 약을 다 먹은 일요일 저녁에 저장해둔 파일의 날짜만 바꾼 후 바꿔 붙여놓으면 끝!
글도 심플한게 최고니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