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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복이 Dec 05. 2023

Simple is the best

치매안에선 다양한 심플함이 필요하다.



Simple is the best.



어렸을 적엔, 아니 2년 전까지만 해도 심플한게 가장 좋은 것이란 말에 전혀 동감하지 못했다.

맥시멀리스트는 아니지만 강의를 들을 땐 공책에 교수님의 농담까지 토씨하나 안틀리고 받아적는 걸 좋아했고 몬드리안의 점,선,면으로 만들어진 심심한 신호등 같은 그림보다 색이 꽉꽉 채워져 있는 유화그림을 훨씬 더 좋아했다. 디자인 업계에선 로고가 심플할수록 좋다했지만 난 디자이너가 아니었으니 주변을 심플하게 둘 이유가 딱히 없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엔 simple한게 최고라는 걸 몸소 느낀다.


갓난아기가 자연스레 걸음마를 익히듯 나 역시도 자연스레 치매(이하 경도인지장애)가족과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를 익혀갔다.

오늘은 몇달만에 글을 쓰는 만큼 누군가는 당연하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오! 이런 똑똑한 방법이! 라 탄성을 지를 수 있는 아주 작은 꿀팁을 하나 풀겠다.


초기 치매일수록 일상생활에 삐끗함이 있을지라도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은 혼자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물론 필자는 성격이 급해 가끔 아니 자주 '내가 할게!'를 외치지만 말이다.

그래도 약 복용만큼은 엄마 혼자 챙길 수 있도록 차분히 기다린다.

약은 스스로 챙겨 먹어야 자신이 먹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두 번 먹는 불상사가 '덜'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이소에 가면 아래와 같은 약통이 있다.

많은 약통들 중 시인성 최고다. 근처 매장에서 보이면 사시길. 강추!



우리 집은 식탁에 저 약통을 비스듬히 세워두고 그 위에 약 먹은 것을 체크할 수 있는 간단한 표를 붙인다.

(영양제 이름이 들어간 부분은 지웠다.)

간단하게 한글로 표를 만들어 출력한 뒤 약통과 가장 가까운 벽에 붙여놓았다. 약을 먹으면서 스스로 체크하는 형식이다.

까먹어도 다시 볼 수 있고 하루치 약을 다 복용하면 색깔펜으로 크게 X표시를 한다.(이러면 다음날 날짜를 덜 헷갈리신다.) 약을 다 먹은 일요일 저녁에 저장해둔 파일의 날짜만 바꾼 후 바꿔 붙여놓으면 끝!



글도 심플한게 최고니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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