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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리그 FC서울 VS 전북현대, 첫 관람

어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다녀왔다. 최근 아내와 주말에 야외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데 비가 내리는 날 가서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우비와 우산을 쓰고 온 관중들을 보면 얼마나 축구에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최근 K리그는 인기가 많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원정 16강,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등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이재성 등 해외파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 자체가 커졌고, FC서울에서는 개막 전 린가드라는 영국프리미어리그 선수를 영입하여 화제가 되었다. 그 결과 FC서울 홈 개막전 관중 수는 5만명이 넘었다. 지금까지 K리그 역사를 보았을 때 손가락에 꼽히는 관중기록이었다. 나 또한 K리그 열기를 현장에서 느끼고 싶어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가게 되었다.


경기장 내부.png 서울월드컵경기장 내부 모습


서울월드컵경기장 내부에 들어서면 뻥 뚫린 시원한 느낌과 함께 경기장이 보인다. 비가 오는 날이라 잔디가 미끄러워서 선수들이 플레이를 하는데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와 다르게 공이 바운드 되니 얼마나 힘들까 생각을 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FC서울과 전북현대의 팬들이 많이 찾아와 주었다.


서울 팬.png FC서울 팬 관중석
전북 팬.png 전북현대 팬 관중석

사진에서 느낄 수 있다시피 FC서울의 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전북현대 팬들이 많이 찾아와 주었다. 어떻게 보면 원정 팬인 전북현대 팬들의 수가 더 많아 보였다. 전북현대 팬들의 축구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전북현대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 감독이 경질되었다. 이런 힘든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지지해 주기 위해 멀리 전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팬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비가 내리는 경기장에서 주심의 휘슬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내용은 막상막하였고 결과는 3:2로 전북현대가 승리하게 되었다. 홈경기에서 승리를 못한 FC서울 선수들은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게 느껴졌고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다가오자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쳐주었다. 기성용 선수가 FC서울의 주장인데 주장의 무게가 느껴졌다. 미안한 마음에 관중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인사를 하는데 '오늘 잘했다고, 최선을 다했으니 고생 많았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선수들 인사.png 경기 후 FC서울 선수들의 인사

축구라는 경기는 참으로 잔인하다. 경기 과정에서 볼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다툼, 공중볼이 떨어지기 전 먼저 헤딩을 하겠다는 투지, 상대가 공을 먼저 터치하기 전 태클로 들어가 먼저 공을 차지하겠다는 마음 등 경기를 보면서도 선수들이 다치지는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축구는 헬스처럼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 상대와 경기를 하다 보니 승패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에 마음 아프기도 했다.



어린 시절 나에게 축구는 취미이자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 축구를 하면 아드레날린이 솟아 비가 오는지도 모르고 친구들과 축구를 했다. 승패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즐거움에 축구를 했다. 하지만 프로축구의 세계는 달랐다. 죽을 각오로 경기하고, 내 한 몸 희생해서 팀을 위해 승리를 가져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느껴졌다. 한 팀은 승리로 기뻐하고 한 팀은 패배로 슬퍼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잔인하게 느껴졌다.



나는 공황장애가 있어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아파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증상들이 느껴질 때마다 '내가 조절해 보자. 조절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 전보다 좋아졌고 특히 어제 축구를 보러 갔을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축구다 보니 잘 조절할 수 있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신기한 것 같다.



나는 천천히 사회생활을 재시작하기 위해 외부환경과 많은 사람들에게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가 조금이나마 흥미를 갖고 노력한다면 적응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지금 약의 도움을 받아 잘 조절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약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마음을 잘 조절하고 싶다. 약을 끊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진 모르겠지만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끊임없이 노력하고자 한다. 프로축구 선수들이 죽을 각오로 경기에 임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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