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씨, 2차 면접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OOO 씨와 같이 일하고 싶은 데 이전에 말씀드린 조건으로 진행해도 될까요?"
"네 감사합니다. 조건은 이전에 말씀드린 조건으로 해주세요. 출근일은 언제부터일까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가능할까요?"
"최근 제게 도움 주신 분들이 있어서 다 찾아뵙고 인사드리고자 합니다. 혹시 다다음주 월요일 괜찮을까요?"
"제가 구매팀장이랑 이야기해 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나는 대학병원에 정기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고 있다. 2차 면접과 진료일정이 겹쳐서 면접을 마친 후 서둘러 대학병원에 가는 도중에 합격연락을 받은 것이다. 이런 힘든 시기에 나를 채용해 준 회사가 있다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대학병원에 도착하여 교수님과 상담을 시작했다. 교수님께 현재 우울과 무기력이 전보다 나아졌고 70~80% 정도 이전 기분을 되찾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최근 구직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최종합격했다고 말씀드렸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병원에 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치료과정인데 매번 잘 오시고 구직활동에도 성공하셨다니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교수님을 비롯한 아내, 가족, 주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좋아진 것 같습니다."
"최근 마지막 회사에서 사람들과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었으니 이번 회사에서 조금 더 경과를 본 후 약을 조절해 나가시죠."
"네 알겠습니다."
이전 회사 취직 전에도 70~80% 컨디션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지만 사람들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터라 교수님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진료를 마친 후 합격한 회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OO 씨, 다다음주 목요일부터 출근 괜찮아요?"
"네 가능합니다."
나는 2주의 시간이 생겼고 그동안 나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아내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아내에게 최종합격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아내는 깜짝 놀라면서 눈물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아내에게 그동안 힘들었을 텐데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번에는 잘 적응해 보도록 노력할게라고 말했다.
전 직장에 비해 연봉이 약 1/3 깎였다. 하지만 집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회사가 있다. 그리고 내가 평소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자재의 구매를 하게 되어 커리어 발전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전 회사를 경험하면서 연봉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합격한 회사의 사람들이 어떤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이번에는 잘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그리고 취업포털에 들어가 금번 채용의 경쟁률을 확인했다. 200명의 지원자 중 내가 뽑힌 사실을 알았다. 나를 뽑아준 회사에 다시금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회사에 잘 적응하여 나를 잘 채용했다는 인상을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사회생활의 복귀가 눈앞에 다가왔다. 내가 그토록 힘들어했던 우울과 공황, 불안을 천천히 극복할 시기가 온 것이다. 그렇다고 크게 서두를 생각은 없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 방향이니까.